여행 탐구생활/경기도

[경기도 여행] 시린 겨울날의 아름다운 낙조, 오이도

꼬양 2011. 1. 26. 07:30

[경기도 여행] 하루의 끝은 왠지 자정일 것만 같은 기분이 들지만,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말 오늘 하루가 완전히 끝나버린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12월 31일의 일몰이든, 1월 1일의 일몰이든. 1년 365일 해는 늘 뜨고 집니다. 늘 복잡하고 바쁜 일상에 쫓겨 해가 지는 지도 모르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죠. 지는 해를 바라본 게 언제였더라?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어깨를 내리누르는 일을 벗어던지고, 정말 지는 해를 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오이도였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날, 영하의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오이도를 찾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교통이 편리하다보니 이곳에 많이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역시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이곳에 왔으니까요. 뽀득뽀득 눈을 밟으며 걸어봅니다.

 

 

사방이 다 얼음이예요. 오이도는 원래 섬이였지만, 매립이 되면서 이젠 섬이라는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네요. 오이도란 이름 하나만이 남아서 이곳이 섬이었다는 희미한 기억만 떠올리게 합니다.

 

 

길을 걷다보면 가로등에 매달린 리본을 보게 됩니다. 글씨가 써진 리본은 올레길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오이도는 늠내길이라는 예쁜 이름이 있습니다. 

 

 

오이도라는 이름도 특이하지만 이 섬은 언제부터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이도라는 이름은 까마귀의 귀처럼 생겨서 그런 명칭이 붙었다는 설도 있는데 진짜일까요? 

 

지금의 오이도로 추측되는 섬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세종실록" 입니다. 세종 30년에 안산군에 속한 섬으로서 ‘오질이도'가 나오고 " 지리지" 안산군조에는 봉화가 있는 곳으로 오질애가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동국여지승람에도 ‘오질이도 봉수'가 나오고 있어 오질이-오질애가 현재의 오이도를 가리키는 이름임에 틀림없다고 하네요. 따라서 ‘ 오이도(烏耳島)'가 까마귀의 귀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은 고유어 ‘오질이'를 간략히 적기위해 차자(借字)한 ‘오이(烏耳)'를 한자식으로 다시 풀어낸 것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지리서도 나오고, 역사 공부 제대로 하는군요^^;

 

 

어쨌든 빙판에 눈이 수북히 쌓인 둑 위를 걷고 걸어 도착한 오이도 명물 빨강등대.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지는 해를 바라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하죠. 정동진에 일출이 있다면 오이도에는 낙조가 있으니까요.

 

 

빨강등대를 둘러싸고 있는 펜스에는... 이렇게 낙서들이 많이 돼 있는데요. 그 중 한 낙서가 제 마음을 찡하게 파고듭니다.

정말, 엄마가 보고픈 날이었는데요.. ㅠㅠ

 

 

하지만..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은 "우왕~~~"이라는 감탄사를 나오게 할만큼 멋졌습니다.

낙조가 정말 예술이었다는..ㅎ

 

 

바다 한복판을 가르는 시화방조제. 인공적인 환경도 지는 해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연출합니다.

 

 

오이도 등대를 멀리서 바라보며 사진을 찍어도 괜찮은 것 같았어요.

 

 

카메라 상태가 살짝 좋지 않아 사진도 좀 이상한 듯한 기분이 드는데...

괜찮은가요? ㅜㅜ 등대도 빨갛지만, 해도 참 붉습니다.

붉은 태양은 탐스런 사과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하늘에 빠알간 사과 하나 둥실 떠 있는 듯한 느낌?

 

 

겹겹이 쌓여 격자무늬를 이루는 바닷물 위로 붉고 따스한 빛이 비춥니다.

어느덧 해가 질 시간이 되었던거죠. 사람들의 시선도 서쪽 하늘과 바다로 머뭅니다.

 

 

얼음장같이 차디찬 바닷물에 발을 담근 기러기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이 해를 보든 말든 이네들은 먹이를 찾느라 정신이 없죠.

 

 

해는 서서히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점점 붉은 기운은 짙어집니다. 바다 역시 더 붉게 물들어가고,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도 점차 홍조를 띠기 시작하죠.

 

 

수평선 위로 짙은 구름이 떠 있습니다. 해는 구름 사이로 쏙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고, 사람들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지는 해를 바라봅니다.

 

 아름다운 일몰

 

나의 앞을 가로막는 한 커플 >.< 그냥 그대로 서 있으세요. 뒷 모습 모델이 되어주세요~

 

해가 지고나서도 바다에 은은하게 남은 붉은 기운은 뭔가 모를 여운을 남겨주죠.

나라의 흥망, 사람의 인생을 해로 비유를 하곤합니다. 뜨는 해와 지는 해.

하지만 해가 진다고 그 자체가 소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구는 끊임없이 태양을 돕니다.

우리는 해를 못 봐도 해는 늘 곁에 있죠.

때문에 해가 지는 것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작인거죠.

 

어느덧 컴컴한 어둠이 찾아오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오늘의 해는 지고, 내일의 해는 다시 뜨고, 또다시 새로운 내일의 하루를 시작하겠죠.

 

늘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끝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태양의 붉은 열정, 따뜻한 기운을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그렇게 보내보렵니다.

 

 

 

[오이도 가는 법]

전철4호선 종점인 오이도역에서 버스 30-2번 탑승

전철4호선 정왕역에서 버스 30, 30-3번 탑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