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서울

집밥같은 한 끼의 여운과 감동. 윤가명가 윤경숙 오너셰프와의 인터뷰

꼬양 2018. 1. 15. 00:47



윤가명가에서 집밥같은 한 끼의 여운과 감동. 

윤가명가 윤경숙 오너셰프와의 인터뷰




한식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할리웃 스타들의 밥상에 비빔밥과 김치전이 올라오기도 하고,

김치를 이용한 퓨전음식점이 세계 각국에서 성공했다는 소식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집에서 먹는 밥처럼 영양과 정성이 가득 담긴 그런 한정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분명 있다.

그 중 한군데인 윤가명가를 찾게 되었다.

미슐랭의 별조차 마다하고 자신의 길을 고집하는 윤경숙 오너셰프를 만나 

윤가명가 음식에 담긴 이야기도 들어보게 되었다.






롯데 에비뉴엘 8층에 위치한 윤가명가...

그 내부를 들어가보면 놀라게 된다.


갤러리 같기도 하고 박물관 같은 그 곳은 

백화점 8층에 숨겨둔 보물창고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대표님에게 롯데와 무슨 관계가 있나 여쭤봤지만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관계가 있다면 아마 이보다 더 좋은 곳에 윤가명가가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계절마다 윤가명가의 음식은 바뀐다.

같은 음식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 윤가명가의 특징이었다.


깔끔하고 절제된 분위기,

우리의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식탁과 의자까지... 



점심식사로 먹은 요리 이름은 '수리재'였다.

지금이 겨울이니, 봄에는 어떤 요리가 나올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어떤 인생을 살든, 어떤 길을 가든간에 

이 한식의 길에 접어든 이유도 궁금했다.


그리고 굉장한 이력을 가진 윤경숙 대표가 인터뷰 등의 자리에는 잘 나서지 않는데

선뜻 응한 것도 궁금했다.


모든 것이 궁금했던 자리에서

엄마의 손길이 들어간 것 같은 음식들이 먼저 상의 한 켠을 차지했다.



내가 점심으로 먹은 음식은 수리재코스였다.

점심식사는 한 시간 코스이지만 저녁식사는 3시간 코스요리로 

둘 다 모두 예약이 필요하다.


더 많은 이들이 윤가명가의 한식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격까지 낮췄다고 한다.


늙은 호박으로 만든 호박죽은 진한 호박맛을 느낄 수 있었다.

문득 외할머니가 끓여준 늙은 호박죽이 떠올랐다.



이어 나온 것은 초강회였다.

윤가명가에서는 장, 기름 등을 직접 만든다고 한다.


참, 윤경숙대표가 인터뷰를 응하게 된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외식사업을 꿈꾸는, 외식사업을 하는 젊은 학생들에게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스타셰프를 지향하는 이들과

제대로 된 길을 걸어보고 싶지만 도태될까봐 걱정하는 이들로 나뉜다고 한다.


그들에게 갈 수 있는 길, 지평을 열어주는 선배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이 인터뷰에 응했다고 한다. 




가지요리가 멋스럽게 탄생했다.


접시 위에 한 편의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매콤하면서도 담백한 그 맛이 일품이었던 가지요리.



놋쇠솥에 담겨나온 갈비찜 역시 한편의 그림이었다.

양이 작아서 많은 양을 먹어야하는 이들에게 

부족함이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적게 먹는 나에게는 이 요리의 양들로도 충분했다 ^^;;;




한식이기에 밥과 국은 당연히 나왔다.

강된장에 밥을 슥슥 비벼먹고 미역국도 후루룩 먹고~



윤가명가의 음식철학은 무엇일까?

윤가명가만의 한식이라는 말은 맞지가 않다라고 윤경숙 대표는 말했다.


언니도 셰프, 자신도 셰프였다 밝힌 윤대표의 집안은 참으로 대단한 것 같았다.

언니가 먼저 식당을 열었고 언니가 운영하는 식당은 도쿄의 미슐랭 별2개를 받았으며

많이 유명해졌다.

한식을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했고 요리할 때만큼은 각자 지향하는 세계가 좀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요리가 일상이었고 요리는 삶 자체였다.

음식이 궁금하고 사람이 궁금했고 그것이 공부로 이어지고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궁금해서 지금까지 왔다한다.


그리고 영신당 한약방을 운영했던 할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했었고

그 영향인지 문화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윤대표의 남편은 가정의학과 의사였기에 

부부는 전국 여행을 하며 많은 것을 맛보고 깨달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치의는 엄마라는 결론까지 내리면서. 




밥과 국을 먹으면 다과상이 나온다.

후식의 스푼과 포크마저도 한국적인 느낌이 가득했다.







작은 꽃병에서 향긋한 향을 내뿜은 꽃에서 

윤가명가가 지향하는 음식의 색은 무엇일까 또 궁금해졌다.


윤경숙 대표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윤가명가의 음식색을 질문했다.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한식을 다양하게, 

격식을 갖춰 먹을 수 있는 곳으로서의 홍보관 역할을 할 뿐이라 했다.


문화, 예술을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 음식을 알리는 공간이

바로 윤가명가라는 점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 독창적이라는 것에 격하게 동의했다.




윤가명가에는 코스요리만 있다.


한상차림은 지양하고 있다고 한다.

선조들의 요리 역시 코스요리였다고 한다.


선조들은 지혜롭게 음식에 약재를 녹였고 

대한민국의 김치는 예방의학에 가까운 음식이라 강조한다.


김치에 더 넣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먹을 수 있게 생각해야한다며 의견을 밝혔다.

음식도 기본이 중요한데 이미 우리의 음식은 보약이라며 말이다.


다만 쉽게 접할 수 있고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했다. 


수리재 요리에 나온 것들 역시 약재를 썼고

기름도 직접 뽑아서 사용한다고 했다.


천궁, 당귀기름도 만들고 소금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다며

최소한의 밑간만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디저트마저 자연재료를 담아 만드는데

완벽하고 최고로 맛있는 음식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윤대표는 선조들의 음식, 구황음식분야 등을 언급하며 

조상들은 각자의 입맛에 맞게 먹어왔던 것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도록 

구체적으로, 건강하게 재현하려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미슐랭의 별을 거부한 이유가 궁금했다.


윤경숙 대표는 한식요리를 왜 프랑스 친구들에게 

돈까지 줘가며 받아야하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미슐랭을 거절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한식은 우리 국민들이 평가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대한민국 미식세계는 우리가, 고객들이 지킨다면서 말이다. 


다시 또 제안을 하더라도 미슐랭의 별을 받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이 길에 들어서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돈은 가졌지만 만족이 없을때의 그 허전함은 싫다했다.

윤가명가를 찾는 고객들이 별이라는 답변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인터뷰를 하면서 나온 찻잔도 참 곱고 예뻤다.



그나저나... 

한방차였는데 이 차의 이름은 알지 못해서 아쉬웠다 ^^;ㅎㅎ





윤가명가는 정말 박물관처럼, 하나의 문화공간처럼 꾸며졌다.

외국인 친구들이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치 갤러리 같은 분위기가 곳곳에서 풍겨온다.




한시간 정도의 식사와 약 두 시간에 걸친 인터뷰에 지칠법도 했지만 마음만큼은 든든했다.


우리가 늘 먹어왔던 밥, 앞으로도 먹을 밥인 한식을 사랑하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셰프가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해 준 밥을 먹으면 속이 편하고 소화도 잘 되었던

어린 날을 떠올려보았다.

그래서 제주도 집에 내려가면 엄마 밥을 찾게 되었던 것 같다. 

엄마가 고생하시니 내가 해야하는 게 맞는데 왜 내가 한 밥에서는 엄마의 손맛이 안나는지

그것도 참 신기하단 말이지...



참, 문을 나서며 윤가명가 글자 위에 칠지도 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에 언제뵐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뵈면 글자 위 칠지도 무늬에 대해 여쭤봐야겠다.


늘 먹는 밥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밥에서 감동과 여운이 느껴지게 만드는 게 

윤가명가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