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하면 tv 프로그램 삼시세끼가 떠오른다.
그 프로그램의 주 무대인 평화로운 농촌마을인 고창을 떠올리지만
이 전시를 보고난 후에는 고창 용산리 분청사기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가득찬 국립전주박물관.
이곳에서는 고창 용산리 분청사기전이 열리고 있다.
고창 용산리 가마는 전라북도에서 발굴조사가 이루어진 최초의 분청사기 가마로,
광주 무등산 충효동 가마와 더불어
호남지역 15세기 후반 분청사기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가마다.
이번 전시는 2001~2002년 발굴조사 이후
용산리 가마의 발굴품을 총망라해 처음 소개하는 자리다.
전북 지역의 도자문화, 전북지역 역사와 문화, 특수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라고 생각 된다.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7월 29일부터 10월 23일까지 열리는
고창 용산리 분청사기전.
▲분청사기 모란무늬병, 조선 15세기, 국립전주박물관
청자와 백자의 가교라 할 수 있는 분청사기.
고려 상감청자의 뒤를 이어 만든 조선시대 도자기로
옛 기록에는 없는 용어다.
1930년대 고유섭 선생이 회청색 바탕흙에 백토를 분장하고 구워낸 도자기를
분장회청사기라고 부른데서 시작된 것으로 이를 줄인 말이다.
개인적으로 모란무늬를 좋아해서
모란무늬병을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고려상감청자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조선의 새로운 도자인 백자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그 특징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분청사기.
보는 이로 하여금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힘과 자유분방한 매력을 지닌 것은 틀림없다.
▲용산리 가마의 구조
용산리 분청사기 가마는 모두 4기의 분청사기 가마와 퇴적층이 확인되었다.
고창 용산리 가마는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연기마을에 위치하며
연기제 일대 제방공사 중 가마 유구가 드러났다고 한다.
발굴조사에서
다양한 분청사기뿐만 아니라 흑유와 백자도 함께 출토되어서
조선 전기 분청사기, 백자, 흑유의 양상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인정되었다.
▲전시관 전경
▲분청사기 뚜껑, 흑유뚜껑, 조선 15세기 중반~16세기 전반, 국립전주박물관
분청사기 흑유뚜껑이 눈에 띄었다.
원래 있던 자기는 어디로 가고 뚜껑만 남았는지...
500여년의 세월을 머금은 흑유뚜껑이
웬지 모르게 파란만장해보였다.
▲분청사기 베개조각, 조선 15세기 중반~16세기 전반, 국립전주박물관
분청사기는 참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졌던 것 같다.
딱딱한 베개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불편할 것 같은데...
분청사기 베개의 조각만이 전시장 한 켠을 지키고 있다.
조각난 문양이지만 원래 본 무늬는 화려하고 기교가 넘쳤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백자 기름병, 백자 두 귀 달린 잔, 백자 사발
용산리 가마에서는 분청사기 외에도 흑유와 백자가 출토되었다.
백자의 경우에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발, 접시, 잔 등의
반상기가 주를 이루었다.
▲'예빈'이 새겨진 분청사기 접시, 조선 15세기 중반~16세기 전반, 국립전주박물관
예빈이 새겨진 분청사기 접시속에서
관청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빈시는 고려 태조 4년에 설치되어 조선으로 계승된 관청으로
빈객, 연향의 일,
즉 외국 사절을 대접하는 일 등을 담당하던 관청이었는데
고종 31년 1894년에 폐지되었다.
▲용산리 가마에서 발견된 다양한 흑유
매혹적인 검은색의 빛깔이 돋보이는 흑유.
흑유는 검은 색의 유약을 입힌 도자기를 말하는데,
흑색 또는 흑갈색을 띤다.
청자, 백자와 동일하게 흑유자로 부르기도 한다.
용산리에서 제작된 흑유는 대부분 흑유 시유 이전, 분청유를 얇게 시유한 후
흑유를 두텁게 재 시유한 것을 알 수 있다.
▲불창마개, 갓모, 조선 15세기 중반~16세기 전반, 국립전주박물관
용산리가마에서 자기를 굽기 위해 사용된 도구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도지미, 갓모, 불창마개 등이 확인되었는데
도지미의 경우 용산리 가마에서 다양한 기종이 대량으로 생산되었던 만큼
많은 수량이 제작되었다.
불창마개는 모래가 섞인 점토를 이용해 제작한 원추형의 요도구로 가마 외부의 불마개로 사용되었다.
갓모는 물레의 축과 하대 사이에 끼워
물레의 회전을 용이하게 해주는 것으로
상면에는 축에 끼워 넣을 수 있도록
4~4.5cm의 구멍을 뚫었다.
외면 4곳에 홈을 파서 하대에 고정될 수 있도록 했다.
▲도지미, 조선 15세기 중반~16세기 전반, 국립전주박물관
특이한 이름의 도지미.
이것은 도자기를 구울 때 가마의 경사도에 맞춰 그릇이 제대로 설 수 있게 해주고,
굽에 가마바닥에 깔았던 모래 등의 이물질이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만들어졌다고 한다.
▲용산리 분청사기와 계룡산 분청사기
▲왼쪽 : 분청사기 모란무늬, 조선 15세기 중반~16세기 전반, 고창용산리 가마 출토,
오른쪽 : 분청사기 모란무늬,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계룡산 학봉리 가마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
그리고 용산리 분청과 계룡산 분청을 비교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같은 모란 무늬지만 태어난 곳이 달라서 그런가
미묘한 차이가 있는 듯도 했다.
형태와 문양이 자유분방하고 서민적인 느낌은
고창 용산리나 계룡산 학봉리나 같은 것 같다.
▲완주 화심리 가마 출토품, 조선 15세기, 국립전주박물관
고려시대 청자 제작지로 유명한 부안 유천리 가마를 품은
전북지역의 고려청자 전통은 조선시대 도자문화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고려말 상감청자의 전통 위에 새롭게 탄생한 조선 분청사기에서 그것을 살펴볼 수 있다.
분청사기 가마터는 1980년대를 시작으로 지표조사와 발굴이 최근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조사가 거듭될수록 발견되는 지역이 증가하고 있다 한다.
현재까지 전라북도의 분청사기 가마터는
완주, 김제, 진안, 부안, 고창, 임실 등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고창 용산리 분청사기 가마 외에 상감 분청사기를 생산한 완주 화삼리 가마 출토품도 살펴볼 수 있었다.
모란, 물고기 등의 무늬를 간략하면서도 활달하게 장식한 분청사기뿐만 아니라
동일한 가마에서 함께 제작된 백자, 흑유자기도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
500여년전에 이 도자기를 사용했었을
조선시대 사람들을 떠올려보며 박물관을 나왔다.
고창 용산리 분청사기
2016.7.29~10.23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
무료관람
매주 월요일 휴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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