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엿보다.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꼬양 2016. 8. 9. 18:51



고대아프가니스탄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엿보다.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 있는 곳, 아시아 내륙의 오지... 

아프가니스탄하면 연상되는 것은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세계사에서 아프가니스탄은 동서의 문화가 교차하는,

교류하는 아주 뜨거운 곳, 찬란한 문화가 꽃피우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화려한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문화.

아프가니스탄은 황금처럼 빛나던 문화가 있었죠.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특별전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국립아프가니스탄박물관의 소장품 230여건을 중심으로 기원전 2천년경의

청동기 유적에서부터 기원후 1~3세기의 도시유적에 이르기까지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전시는 9월 4일까지 열립니다.

전시날짜는 꼭 기억해주세요~




아프가니스탄은 고대의 이란,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 등은 물론

멀리 지중해 지역의 그리스와 로마 등의 문화를 이어주는

여러 길들이 지나가고 서로 만나던 곳이었습니다.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북부,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동북부 등의

지역을 고대에는 '박트리아'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테페 푸롤, 2부는 아이 하눔, 3부는 틸리야 테페, 4부는 베그람으로 

각 유적에서 출토된 문화유산을 시기별로 볼 수 있습니다.


1부에서는 기원전 2천년경 청동기 시대 유적으로 추정되는

테페 푸롤 지역의 황금문화재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여인상, 사원출토, 기원전 145년이전


뼈로 만든 소형상으로 사원 내부에서 출토된 여인상은

머리가 크고 목과 허리도 굵게 표현되어 전체적으로 원통형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어깨 양측으로 부착된 신체에 비해 가는 두 팔은 원래의 것이 아니라

같은 장소에서 출토된 다른 상의 팔을 꽂아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키벨레 여신이 있는 둥근 판, 사원출토, 기원전 3세기



2부에서는 그리스의 영향을 받아 중앙아시아에 세워진 도시 유적 '하이하눔'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신전, 궁전, 경기장, 도서관, 반원형 극장 등 그리스 도시들 특징뿐만 아니라

그리스어 문자나 신화의 내용도 발견되었는데요.


사진속의 이것은 원래는 원형 나무판에 부착된 것으로 보이는 둥근판입니다.

장식판 왼쪽에 두 마리 사자가 이끄는 전차를 탄 여신은

헬레니즘 세계에서 도시와 국가의 수호신으로 신앙되던 키벨레입니다.


머리에 포로스라는 독특한 형태의 관을 쓰고 있는데요

키벨레 옆에서 고삐를 잡고 전차를 모는 날개 달린 인물은

승리의 여신 니케입니다.


사자가 이끄는 전차를 탄 키벨레의 모습은 지중해와 아나톨리아에서 유래된 모티프이고,

신관은 서아시아인 복장을 갖추고 있었어요.

그리스와 서아시아의 요소가 혼입되어 있는 흥미로운 유물이었습니다.



▲코린트식 기둥머리, 동남편성채 출토, 기원전 145이전, 석회암


도시의 남동쪽에 있는 성채에서 발견된 코린트식 기둥머리.

대체 이 기둥머리는 어떤 건물에 있었던 것일까요?


아프가니스탄 내전 당시 이곳은 탈레반 세력과 대치하던 북부동맹의 진지가 되었는데

이 기둥머리는 포대의 건설 작업에 종사하고 있던 군인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 기둥머리가 원래 사용되었던 건물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헤르메스 기둥, 경기장출토, 기원전 2~3세기


노인이 조각된 이 기둥 역시 뭔가 사연이 있어보였는데요.


이 기둥의 이름은 헤르메스 기둥이라 합니다. 

사각형의 기둥 위에 두상 또는 흉상이 새겨지는 조각상의 한 형식을 말하는데요.


기둥의 윗부분에 고대 그리스의 신인 헤르메스의 상이 주로 조각되었기때문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길가에 주로 세워졌던 헤르메스 기둥은

성스러운 장소를 표시하고 기념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경기장 북쪽 회랑의 중앙 벽감에서 발견된

이 헤르메스 기둥에는 노년의 인물이 조각되었는데,

머리에 관모를 쓰고 고개를 살짝 들어 허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기둥이 놓였던 받침대에서는 스트라토가 새로운 건물을 헤르메스와 헤라클레스에게

바친 것을 기념한다는 내용의 명문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 명문으로 인해 일부 연구자들은 이 기둥에 표현된 인물이 건축의 신축을 후원했던

두 아들의 아버지인 스트라토일 것으로 봅니다.




▲달개가 달린 초승달 모양 드리개, 3호묘 출토, 1세기


3부에는 '황금의 언덕'이라는 의미의 틸리야 테페 유적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이 유적의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유목민 지배층 혹은 사제로 추정되는 6기의 무덤입니다.


'박트리아의 황금'으로 상징되는 화려한 부장품들은 제작기술이 정교할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요소도 다양하게 어우러졌습니다.


얇은 금판을 잘라 만든 팬던트로 초승달 모양의 본체가 인상적입니다.

본체의 가운데에서 금실로 꼬아 매달아 놓은

장식은 무늬가 들어간 꽃잎 모양인데, 일부는 소실되어 꽃잎모양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초승달 본체의 양 끝에도 소용돌이 무늬 장식이 달려있는데

여기에는 사슬이 아닌 고리로 연결한 금실을 사용했습니다.



▲ 신발꾸미개, 4호묘출토, 1세기, 금, 터키석, 홍옥수


반짝이는 금과 터키석이 흥미로웠던 신발꾸미개.

신발에 달려있던 장식용 버클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작은 꾸미개에는 정교한 인물을 묘사했습니다.


원형의 테두리 양쪽을 2열의 물방울 모양 터키석으로 장식했고, 버클 부분에는

큰 아몬드 모양의 터키석을 끼워놓았습니다.

가운데에는 두마리 신화 속 동물이 끄는 이륜전차에 탄 인물이 있습니다.




▲왼쪽부터 칼집, 금제 손잡이가 있는 단검, 단검 세 개가 들어가는 칼집(4호묘 출토, 1세기)


칼집과 단검은 장식도 화려했습니다.

 

특히 왼쪽의 칼집의 경우에는 유목민이 사용했던 것으로

여러 갈래의 사슴뿔, 중국 용, 인도의 스와스티카, 아케메네스인들의 쉼표모양 상감,

그리스 양식, 과도한 하트 모양 등 틸리야 티페 미술에 나타난

다양한 요소들을 보여주는 매우 확실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옷깃꾸미개, 5호묘출토, 1세기, 금, 터키석, 석류석, 황철석


목걸이라 생각했는데 옷깃장식이었습니다.

이렇게 화려한 옷깃장식은 처음 보는 것 같군요.


여러 빛깔의 보석과 무늬가 정교하게 반복되는 매우 인상적인 옷깃 장식은

두 종류의 팬턴트를 결합해 만들었습니다.


초승달 모양과 원형 장식판을 연결하는 구성은

파키스탄의 탁실라에서도 나타나는데 틸리야 테페 2호묘 출토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금관, 6호묘 출토, 1세기, 금, 터키석


화려한 금관이 마치 주인공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경주의 금관이 아니라  6호묘에서 발견된 틸리야 테페 금관이라는거죠.


이 금관은 형태와 구성 면에서 신라 금관과의 연관성을 보여줍니다.

금관의 주인공은 여성이고, 금관은 이마 윗부분에 씌워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고대 오리엔트의 생명수를 모티프로 한 이러한 수목관은

형태적인 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죠.

신라 금관에는 '出'자 모양의 나뭇가지 모양과 사슴뿔 모양은

각각 천상과 지상을 잇는 매개체로서 나무와 사슴을 상징화한 것입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죠.

형태와 구성이 정말 비슷한데, 전파경로는 아직 알 길이 없네요. 


▲디오니소스, 아리아드네 걸쇠, 6호묘출토, 1세기, 금, 터키석


거울과 같이 대칭적으로 표현한 한 쌍의 버클 장식입니다.


옷에 달린 장신구인데 한 쪽에는 고리가, 다른 한 쪽에는 걸개가 붙어있습니다.

실레누스에게 술을 주는 남성이 디오니소스이고,

디오니소스와 함께 있는 여성은 아리아드네입니다.

그리고 인물들의 뒤에 종려나무가지를 쥐고 다른 손은 화관을 들고 있는 니케여신이 보입니다.


그리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듯한 이 장면을 통해

디오니소스 모티프가 박트리아에서 인도까지 이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카라 위에 서 있는 여신 (10호방 출토, 1세기, 상아)


4부는 쿠샨 왕조의 여름 수도로서 번영했던 베그람 유적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베그람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로부터 북쪽으로 약 60km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중요한 교통로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베그람은 실크로드의 중심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1세기경으로 추정되는 유리기, 청동기, 석고품, 칠기 등

다채로운 문화유산이 출토되었습니다.


각각 인도, 로마, 그리스 이집트, 중국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을 보여주는데요,

실크로드와 해상무역으로 번영했던 도시의 모습에서

당시 활발했던 동서문물 교류의 흔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요염하게 마카라 위에 서 있는 세 여신.

비슷하지만서도 다른 표정으로 누군가를 응시하는 것도 같습니다.


이 여인들은 이 코끼리, 악어, 물고기의 신체의 일부로 구성된

혼성의 신화적 생명체인 마카라 위에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습니다.



▲물고기모양 유리병, 10호방출토, 1세기, 유리



푸른색 눈동자의 물고기는 참으로 유쾌해보였는데요.

이 병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요?


확실히 알수는 없지만 향유, 또는 향수 용기로 보여진다고 하는군요.


이러한 종류의 물고기 모양 용기는

이집트가 그리스, 로마의 영향 하에 있던 기원전 4~7세기 경까지 유행했고

유럽각지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밀레피오리사발, 유리접시, 유리사발(10호방 출토, 1세기, 유리)


이 시기는 유리세공기술이 많이 발달했던 것 같아요.

모두 유리로 만든 그릇들인데 무늬가 다 다르죠?


세세한 무늬가 한쪽면에 퍼져있는 밀레피오리 사발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







▲청년 상반신 메달리온, 13호방 출토, 1세기, 석고


석고로 만든 원형 메달리온은 모두 13호 방의 남쪽에서 50여개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단정한 용모의 청년 상반신을 표현했는데요.


이 메달리온은 은제 원반 등의 용기를 만들 때에 사용되는 도안의 견본이었다고 추측되고 있네요.


▲실레누스 마스크, 13호방 출토, 1세기, 청동


근엄한 표정의 실레누스 마스크가 시선을 끕니다.

실레누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산야의 정령으로 풍요와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양아버지입니다.

같은 그리스신화에서 산야의 정령인 역시 술을 좋아하는 사티로스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보통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말의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여기서는 얼굴만 표현되었고,

하트 모양의 잎과 다섯 잎이 있는 꽃을 단 왕관을 썼습니다.

풍성한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른 모습입니다.


▲말을 탄 인물상, 13호방 출토, 1세기, 청동


말은 없고, 사람은 있네요.

말에 탄 남성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말의 동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체구가 건장하고 허리를 두른 천을 착용한 것 외에는 나신으로

오른손은 창을 들고 있었다고 생각되고

왼손은 고삐를 쥐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청동으로 만든 이 인물상은 사냥을 나가는 것이었을까요?



사실 이곳에 온 유물들은 남다른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수도 카불에 있는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었지만

소련의 군사개입과 내전, 약탈 등으로 피해를 입었고

소장품들은 영원히 없어졌다고 여겨져 왔었습니다.


하지만 그 보물들은 살아남아있었습니다.

국립박물관 직원들이 비밀리에 대통령 궁에 있던 중앙은행의 지하금고 등으로

옮겨 보관해왔던 사실이 밝혀진 것은 2003년의 일입니다.


드라마같은 일이 이렇게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문화유산을 목숨을 걸고 지켰던 박물관 직원분들을 생각하니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어요.


찬란한 아프가니스탄의 고대문화를 배우고,

문화유산의 소중함까지 깨닫게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참, 무료관람이니, 부담없이 관람해보세요~


전시실 내 사진촬영은 불가입니다.

저는  촬영허가를 받고 찍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

- 전시기간 : 2016.7.5~9.4

-매주 월요일 휴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