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전라도

백제 시대의 가장 큰 사찰. 미륵사지. 찬찬히, 천천히 백제시대 엿보기. 익산여행.

꼬양 2016. 4. 24. 22:30




[익산 여행]

백제로의 과거 여행.


정말 또 오랜만에 익산으로 훌쩍 떠났다.

전날 비가 많이 내려서

날씨는 차분해졌고, 바람은 다소 거칠었다.


차분한 날씨때문이었을까.

미륵사지는 더 고요하게 느껴졌고,

왠지 모를 엄숙함도 감돌았다.


비가 그친 후 세상은 촉촉했고,

공기는 시원했다.


미륵사지를 돌아보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백제 시대의 가장 큰 사찰인 미륵사.

삼국유사와 금제사리봉영기에 이 미륵사 창건에 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통일신라시대 초기에 규모가 커진 미륵사는

조선 중기까지 사찰의 기능을 이어왔다.


용화산 아래 3원의 가람배치는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이 성불해

용화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설법을 세 번 베풀어 중생을 구제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는 독특한 모습이다.





국보 제11호 석탑, 보물제236호 당간지주,

보물 제1753호 금동향로,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등

중요 문화재가 남아있는 미륵사지.


아침에 이곳을 찾는 이는 별로 없었고,

조용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흐린 날씨가 다소 야속했지만,

이런 분위기도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잔잔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랄까.




2015년 7월 4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 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

부소산성, 정림사지, 능산리 고분군, 나성, 익산 미륵사지 왕궁리 유적으로 이루어졌다.


미륵사지 입구에는 이렇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좀 더 빨리 지정되었으면 좋았을걸.

그때라도 되어서 참 다행이다.



봄의 싱그러움을 알리는 연두빛.


 하늘은 잔뜩 흐린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 회색빛이 나무의 싱그러움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만 같았다.




예전에는 없었던 우체통.


미륵사지에 자리한 느린 우체통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있을까.


1년 후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에 살포시 편지를 넣어보고픈 생각도 들었다.






보물 제236호 미륵사지 당간지주와 마주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익산을 찾은지라

미륵사지가 낯설었다.


몇 년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아주 큰 비가 내렸었다.


거센 비가 세차게 내려 카메라도 망가졌고,

비 맞은 생쥐꼴로 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이번은 큰 비가 그친 후 찾았기에 참 다행이었다.


좀 더 꼼꼼하게 볼 수 있었고,

찬찬히 기록할 수 있었다.


일기장에 연필로 꾹꾹 눌러쓰듯

머리속에 하나씩 그려넣기 시작했다.




미륵사지 석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석탑이다.

하지만 목탑의 축조방식을 적용해 만든 것이 특이하다.


백제인들의 뛰어난 건축기술과 미적감각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석탑은 무너진 곳이 많고 동북쪽 한 귀퉁이만 6층까지 남아있어

정확한 모습은 과거를 살았던 우리 조상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창건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수리되었지만

1915년 일본인들에 의해 콘크리트로 보강되어 흉측한 모습이 되었다.


1999년 해체보수가 결정된 이후 2010년 해체작업이 완료되고,

2013년부터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 미륵사지 석탑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본다.


무거운 콘크리트를 짊어진 탑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석탑 복원은 아주 찬찬히 진행되고 다.


나는 복원이 빨리 진행되지 않길 바란다.

천천히, 순서대로, 결코 서두르지 않길 바란다.

 

과거 조상들이 만들어놓은 그 석탑만큼은 아니더라도

후대에 후손들이 이 석탑을 봤을 때

그래도 잘 보수했구나라는 말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에서는 미륵사지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2009년 1월 14일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해 조사하던 중 중심기둥에서

사리내호, 사리외호, 사리봉영기 등

약 9,700여점의 유물이 발견되었다.


전주국립박물관에서도 많이 봤던 유물들이라 반갑기도 했다.


이 유물이 발견되어서

미륵사지의 창전배경과 목적도 알 수 있었고,

백제 무왕시대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음은 물론이었다.


 




지금은 터와 탑 하나만 남아 외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미륵사.


비록 터만 남았어도

백제의 융성했던 역사와

뛰어난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찬찬히, 천천히.


뜨거운 햇살의 방해도 없었고,

내 목을 괴롭히던 미세먼지도 없었던 

봄날의 아침은

그렇게 느리고 조용하게 흘러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