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전라도

먹거리천국인 전주한옥마을에서 여유찾기. 최명희 문학관

꼬양 2016. 2. 13. 07:00






주말이면 한옥마을은 사람들로 발 디딜틈이 없다.


그런 북적거림속에서

잠깐이나마 글을 끄적여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곳이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가까운 곳에 답이 있기도 하다.

최명희 작가는

전주를 세월이 지날수록 깊은 맛이 나는 도시라 했다.


작가의 고향이자 문학열정을 불태웠던 전주에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문학관이 있다.



아직 다 녹지 않은 눈이 남아있는 문학관 입구.




입구에서 나를 맞아주는 이 하나.




입구부터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옛날에는 사람 많은 곳을 참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용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혼자 조용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곳이 좋아졌고,

여행을 다니면서 그런 곳을 찾아다니는 게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이곳 입장료는 무료다.

그리고 최명희 작가의 책, 기념품 등을 살 수 있기도 하다.




문학관 규모는 아주 작다.

컸다면 오히려 더 이상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아기자기함이 있어

이곳을 사람들이 찾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나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이곳에서 최명희 작가의 일생과

장편, 단편, 수필 등등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책으로 만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이렇게 한 곳에서

작가의 일생과 작품활동을 한눈에 살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최명희하면 '혼불'을 떠올릴만큼 정말 대표작이다.


1930년대 전북 남원의 몰락해가는 양반가의 3대 며느리의 이야기를 다룬 대하소설.


혼불이란 전라도 방언이란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으로

죽기 얼마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고 한다.


내가 혼불을 처음 읽었을 때가 고등학교 1학년때였다.

단짝친구 효정이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고 있었는데,

곁눈질로 보던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함께 읽게 된 것이 바로 혼불이었다.



호남지방의 세시풍속, 관혼상제, 노래, 음식 등을

생생한 언어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아름다운 우리말을 많이 발견해내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교과서로 배우는 국어보다

책을 읽으면서 했던 것이 더 즐거웠던 것이 생각난다.



문학관 내부는 깔끔하다.

왠지 이곳에서는 약간의 소음도 내서는 안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그리고 매년 최명희청년문학상 응모작품은 늘고 있다고 한다.

누구든 도전해보고 싶을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도전해보고 싶지만,

그것은 내 욕심일 뿐이고~





최명희 작가 곁에서 항상 자리를 함께 했던 문방오우.

만년필과 칼, 철끈, 자, 가위...




친구에게 남긴 친필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문학관 한 켠에 마련된 작은 공간에서는

서걱서걱, 글씨를 쓰는 소리가 들린다.


고요한 문학관과 참 잘 어울리는 소리다.





최명희 작가의 서체를 따라 쓸 수 있는 자리였다.

제대로 따라 쓰면 참 좋겠지만

이 또한 어려운 법...


그래도 화선지를 위에 올려놓고 작가가 되어본 것 마냥

글을 써본다.









언제와도 이곳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아름다운 말들을 써야하는 것은 물론이며

왜 글을 써야하는 지 넌지시 나에게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먹거리 천국인 한옥마을에서

소설책을 읽게 만들게 하는,

조금이나마 노트에 글씨를 쓰게 만들도록 하는 이곳은

전주한옥마을의 최명희 문학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