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전라도

바람 맞은 날, 내 마음을 위로했던 따뜻한 국밥 한 그릇. 조점례 피순대

꼬양 2016. 2. 2. 16:48

 

 

아무리 날씨가 풀렸다고 해도,

겨울은 겨울이다.

 

폭설과 한파가 지나갔어도

여전히 추운 겨울.

 

취재가 있어 전주로 향했다.

졸린 눈을 비비벼 버스를 타고 그렇게 전주로 갔다.

 

 

 

 

 

전주로 가서 한참있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

오전 11시였던 게 오후 5시로 변경되었단다.

 

목요일 저녁에 일정이 바뀌었으면서,

왜 이틀이 지나서, 예정시간인 11시가 지나서 알려줬는지,

그것도 내가 기다리다 지쳐 전화해서 물어봤을때 말해주는지,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내가 아웃오브 안중이었던걸까?

 

불쾌한 마음은 한 가득,

짜증지수는 이미 최고치를 갱신했다.

 

취재가 일찍 끝날 것을 예상하고 온 것이라

충전기도, 배터리팩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한옥마을에서,

그것도 다들 쌍쌍이 먹거리를 들고 다니면서 혼잡&번잡한 그곳에서

 6시간을 죽치고 있는 것도 너무 애매했다.

 

날씨가 추우니 카메라 배터리도 금방 닳아버리고,

모든 것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음은 물론이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란 말이 있지만,

즐길 수는 없고 그냥 이 상황을 견디기로 했다.

 

바로 버스를 타고 전주박물관으로 향했다.

그나마 심란한 마음을 없애줄 게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용하게 유물이나 관람하고, 다시 이곳으로 오자고 다짐,

그렇게 2시간을 넘게 시간을 보내고 남부시장으로 돌아왔다.

 

 

 

점심때가 훨씬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남부시장의 순대국밥집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가족, 커플, 친구...

그렇게 왔는데 나는 홀로 줄을 섰다.

 

직원이 나와서 인원을 체크하는데

 

"몇 분이세요?"

"한 명요."

 

라고 말한 후 아무일 없듯 난 차례를 기다렸다.

 

 

그냥 아무 순대국밥집이나 들어가도 되었지만,

난 꼭 여기를 가고싶었다.

 

고집도 이런 똥고집이 없지...

이 상황에서 배가 덜 고팠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홀로 테이블에 앉아 순대국밥을 시켰고,

앉아서 얼른 밥이 나오길 기다렸다.

 

혼자 먹으러 갔기에 피순대는 시킬 수도 없었고...

혼자 여행하면 이건 안좋다. ㅠㅠ

 

음식을 다양하게 먹을 수가 없어! ㅠㅠ

 

 

사진을 먼저 찍고, 밥을 먹으려고 했다.

 

혼자 밥먹는 것에 익숙하기에,

난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주위 시선이 묘했다.

 

여자 혼자 순대국밥 먹는 게 그리 이상한건가?

 

 

보글보글

하얀 김을 내뿜는 순대국밥은 보기에도 매콤해보였다.

 

 

깍두기, 부추, 김치 등이 나왔다.

 

 

 

부추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이렇게 넣고 먹으면 더 맛있다.

 

접시에 있던 부추를 반정도 넣었다.

나머지 반은 국밥을 먹으면서 반찬으로 먹기~

 

물론 이것도 취향에 따라 알아서 먹으면 된다.

내 취향은 이러하다는 것.

 

 

 

순대를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순대도 찍어보기.

순대는 두껍고 통통했다.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웠고, 담백했음은 물론~

 

국밥 한 그릇에 기본적으로 순대는 3개가 들어간다.

 

국밥을 먹기전 앞접시에 순대를 덜어놨었다.

 

할머니 한 분이 내 앞자리에 앉으셨고, 합석하게 되었다.

 

할머니도 순대를 그릇에 옮겨놓는데 정확히 3개였다. ^^;;

 

"학생, 혼자 여행온거야?

난 목욕탕갔다가 장 좀 보고 갈랬더니 배가 고파서 말이지.

근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람이 많어."

 

본의아니게 여행이 된지라...

나를 너무나도 어리게 보신

할머니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국밥을 먹었다. 

 

 

순대국밥 속에는 내장, 머릿고기가 가득했고~

 

 

기본적으로 새우젓 등을 넣지 않아도 될만큼

간이 되어있었고 매콤했다.

 

청량고추도 엄청 매웠다는 것...

 

후룩후룩 따뜻하게 국밥으로 배를 채웠다.

헛헛한 마음의 허기도 점점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2시 42분,

점심때도 아니지만 사람이 참으로 많았다.

 

 

맛있는 녀석들 팀에서도 여길 다녀갔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가뜩이나 추웠던 날,

이렇게 차갑고도 시린 바람을 맞다니...

 

 

그나마 따뜻하게 국밥을 먹고 나오니 기분이 좀 풀렸다.

 

 

그동안 해외에만 매달려서

국내에도 신경쓰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싶기도 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주에 머무르면서

정말 많이 걸었고, 많은 사진을 찍었다.

감기를 얻은 건 보너스랄까.

 

그래도 국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워서

저녁까지 잘 버틸 수 있었다.

 

이것마저 안 먹었더라면 난 어쨌을까 싶다.

바람 맞은 날, 내 영혼의 국밥 한 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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