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피터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과의 만남,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국립중앙박물관

꼬양 2015. 12. 13. 22:30

 

 

 

[전시리뷰]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자리잡은 작은 나라,

리히텐슈타인공국.

인구가 37,000여명으로 수도는 파두츠로

아주 작은 나라지만

이곳의 박물관은 유럽최고의 왕립박물관 중 하나입니다.

 

오스트리아의 가장 오래된 귀족 가문이자 함스부르크 왕가의 핵심세력인 이들은 미술품들을 수집해왔는데, 

그 수집품들은 유럽의 왕실 박물관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으로,

르네상스에서부터 바로크, 근대 비더마이어 시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수많은 명작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12월 12일부터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회에서는 대표적인 루벤스 컬렉션이자

유럽 최고의 왕립박물관 중 하나인

리히텐슈타인박물관의 소장품 약 120여점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지난 11일 언론공개회를 통해 먼저 작품들을 관람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루벤스와 반다이크, 브뤼헐 등

국내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플랑드르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소개함은 물론

동시대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작가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기에 더 주목해봐야합니다.

특히 바로크 시대의 특별한 예술 세계를 다각도에서 비교, 조망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의 가장 중요한 테마라 할 수 있는 것은

17세기 유럽 최고의 화가로 불리던 거장 피터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입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성공한 화가로 평가되는 루벤스는

화가이자, 외교관, 인문주의자, 교육자, 사업가로 현실의 삶 속에서

자신의 이상을 마음껏 구현했던 보기 드문 인물이었습니다.

 

루벤스를 대표하는 최고의 걸작들이 처음으로 한국의 관람객들을 찾았기에

전시가 있기전부터 꼭 봐야하는 전시라고 생각했었고,

달력에 미리 표시까지 해둘 정도로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루벤스의 화려하고 장엄한 종교화, 신화화 및 역사적 스토리를 간직한 유화스케치를 비롯해

그가 직접 지휘한 유명한 태피스트리 연작인 '데키우스 무스'등을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위: 멜레아그로스와 아탈란타 또는 칼레도니아 멧돼지 사냥, 1628년 이전/

아래 : 다이애나의 사냥, 1628년경, 피터르 파울 루벤스

 

 

재빨리 그린 이 유화 스케치들은

실물 크기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사냥 그림 두 점을 위해 제작된 습작입니다.

 

루벤스는 1628년 안트베르펜에서 여덟 점의 유화를 갖고 와서 

스페인의 왕 펠리페 4세에게 전달합니다.

대부분 역사화였지만 이 두 점의 사냥 휴화처럼 고대 신화를 가장해 자연의 힘을 찬양한 것도 있었습니다.

 

루벤스가 그린 이 그림들은

리히텐슈타인 대공 한스 아담 2세가 한꺼번에 구입했다고 합니다.

 

사냥이 절정에 달한 순간을 묘사하고 있는 이 그림에서

거장다운 붓질이란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 피터르 파울 루벤스, 1616년경

 

 

이 그림은 전시회에서 아마 가장 인기가 많은 그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루벤스의 장녀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다섯살 때의 모습입니다.

당대 초상화 작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방식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인물의 상체만을 아주 가까이에서 표현한 것이나

경계심없이 감상자를 곧게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선이 그렇습니다.

화가인 아버지와 딸 사이의 친밀감이 그림속에서 느껴집니다.

얼굴만 집중하게 묘사했고

나머지는 거칠게 느껴지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작품속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딸을 그리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있는 그림이랄까요.

이 그림과 마주하는 순간에는 다들 엄마미소, 아빠미소를 짓고 있더라구요.

 

 

 

△애도, 피터르 파울 루벤스, 1612년경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 그리스도 곁에서

비탄에 젖은 사람들은 예전부터 많은 화가들이 그려왔던 주제입니다.

 

루벤스는 중세 이탈리아 성경 삽화의 전통을 따라

성수를 바른 돌 위에 누워있는 그리스도와 아들의 시신을 관에 넣을 준비를 하는

마리아를 묘사했습니다.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누워있는 그리스도의 몸을 단축법으로 표현했는데

이런 기법이 관객들을 더더욱 몰입하게 보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기 에리크토니오스의 발견, 피터르 파울 루벤스, 1616년경

 

 

언론공개회를 이번에는 독특하게 전시관 내부 한 작품 앞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루벤스가 참으로 대단한 화가임을 짐작할 수 있는

작품앞에서 이루어졌는데,

마이크가 앞에 놓여있었지만

작품을 감상하는데 불편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루벤스는 역시 루벤스다'라고 감탄하게 되는

그런 작품이었죠.

 

 

이 그림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나오는

불칸의 아들 에리크토니오스의 탄생을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루벤스는 아글라우로스가 바구니를 열어 두 자매에게

아기를 보여주는 장면을 포착했는데요.

 

이 이야기는 회화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루벤스는 아르카디아 풍경속에 고전적인 신체를 그리고자

이 주제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인물의 배치나 회화적 표현,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과 구성도 뛰어나

루벤스가 고전 예술과 인문학에 매우 정통했음이 드러납니다.

 

 

 

 

△평화를 위해 기회의 여신 오카시오를 잡는 앙리 4세, 1628년경

 

'오카시오'라고도 알려진 유화 스케치 '평화를 위해 기회의 여신 오카시오를 잡는 앙리 4세'는

루벤스가 빠른 붓놀림으로 그린 1628년경 작품입니다.

 

루벤스틑 다소 추상적인 시나리오를 생생한 관능적인 이미지로 바꿔놓습니다.

 

화면을 둘로 나누어 다른 차원을 묘사했다는 것도 독특합니다.

 

 

▲빅토리아와 비르투스, 피터르 파울 루벤스, 1618년

 

태피스트리 '데키우스 무스' 연작의 밑그림 중 하나인 작품입니다.

 

태피스트리 연작은 방 전체의 벽을 모두 채우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러티브와 별도로 이러한 작품을 제작해

창과 창 사이의 벽이나 문 옆을 장식했습니다.

 

붉은색 튜닉과 초록색 망토를 두르고 짧은 창과 투구,

군화를 갖춘 비르투스는 군사적 덕목의 의인상입니다.

 

빅토리아는 날개, 종려나무 가지,

월계관을 쓰고 있어 승리의 여신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왼쪽 -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키우스 무스, 얀 라스 1세 공방(태피스트리). 1630년경/

오른쪽 - 릭토르들을 보내는 데키우스 무스, 1640년경

 

 

데키우스 연작은 루벤스의 위대한 회화 연작의 첫번째 작품이며

태피스트리를 위해 처음으로 문서로 기록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태피스트리란 다채로운 선염색사로 그림을 짜넣은 직물을 말하는데요,

루벤스는 어린 시절부터 태피스트리 제작기술에 익숙했습니다.

 

그의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은 카펫과 직물 상인이었고,

루벤스의 스승인 오토 판페인은 오스트리아 대공 알버르트 7세가 참여한

다양한 전투를 묘사해 태피스트리 디자인 작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띠었던 것은 태피스트리의 테두리였습니다.

아네모네와 가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조개껍질, 과일, 고래 등의 장식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루벤스의 판화, 왼쪽부터 수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달빛 비추는 풍경, 루벤스의 두 아들, 알버르트와 니콜라스

 

 

판화는 루벤스의 이름을 전 유럽에 알리는 큰 역할을 합니다.

 

루벤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매체는 회화였지만,

그는 판화가 갖는 엄청난 파급력에 주목했습니다.

 

전문 판화가들을 신중하게 선정,

자신의 수많은 유화작품들을 판화로 제작합니다.

 

때로는 판화에 제작자로서 자신의 이름을 넣기도 했는데,

그가 판화의 중요성이나

저자로서의 영향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을 말합니다.

 

루벤스의 판화들은 저작권을 명시한 최초의 사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사랑의 정원, 피터르 파울 루벤스, 크리스토펠 에허르(판화), 1632~1634년경

 

 

사랑의 정원은 두 장의 판을 이어 만든 것으로 루벤스가 간행한

판화 중 가장 규모가 큰 작품입니다.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소장의 널리 알려진 동명의 유화작품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정원에 모인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묘사한 이 작품에는

37세 연하의 두번째 아내 헬레나 푸르망과

루벤스 자신을 닮은 남자가 등장합니다.

 

작품이 제작된 당시는 루벤스가 신혼생활을 즐기며

사랑의 기쁨을 한껏 누리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하단에는 구성을 고안한 사람과 판화가 및 출판권이 새겨져 있습니다.

 

 

 

 

전시의 마지막은 루벤스의 연표였습니다.

그림 속에서 그의 삶을 예측할 수 있지만

이렇게 연표로 삶의 궤적을 살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유럽 전역을 무대로 활동하던 당대 최고의 화가 루벤스.

이탈리아로 유학하면서 궁정화가로 이명되고

이후 유럽 각국의 왕실과 최고 권력층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활발히 작품을 제작합니다.

 

외교특사로 임명되어 마드리드와 파리, 런던, 헤이그 등

유럽의 여러 궁정들을 오가며 활약하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귀족 작위를 받기까지 이릅니다.

 

무엇보다도 현존하는 루벤스의 주요작품들은

대부분 역사화이거나 종교화입니다.

 

당시 후원자들이 주로 학식있는 고위층이나 교회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루벤스 그 스스로가 고전과 인문학에 조예가 깊은 학자이자

독실할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회화작품은 연극을 보는 듯 극적이고,

환상적인 구성을 가졌고 생생합니다.

 

그리고 전시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다양한 색조와 미묘한 농담은 그의 작품을 풍부하게 만든 것 같다는 것이었죠.

특히나 진주 빛깔의 밝고 빛나는 색채는 실제 사람의 피부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멋지고 기가막힌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루벤스의 작품만 집중적으로 포스팅해보았습니다.

전시는 내년 4월 10일까지 계속되니 리히텐슈타인박물관의 유물들을 꼭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리히텐슈타인 박물관 명품전 -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기간 : 2015. 12. 12~2016.4.10

*관람시간 : 화,목,금- 오전9시~오후 6시/ 수,토 -오전 9시~오후9시

일, 공휴일 -오전9시~오후7시

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관

* 입장료 : 성인(24세이상)-13,000/대학생및 중고생 11,000/초등학생 8,000

유아 5,000, 65세 이상 6,000, 단체 20인 이상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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