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가면극으로 살펴보는 일본의 또다른 문화. 일본의 무대예술, 노. 국립중앙박물관

꼬양 2015. 10. 20. 15:02

 

 

 

[전시리뷰]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테마전시실에서는

일본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노'에 관한 작은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노는 14세기 말에 발달한 가면극으로 매우 느린 곡조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는 공연예술의 한 종류입니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전시

 

 

△테마전시실 입구

 

 

사실 저는 노 공연을 실제로 본 적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전시가 흥미롭게 다가오더군요.

 

가면을 쓰고 공연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마당극, 탈춤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노'는 많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노는 일본의 중세무사문화를 대표하는 전통예술로 오랜 역사를 지닌만큼

일본 문화 곳곳에 그 자취가 있다고 합니다.

 

무대 위에서 사용하는 가면과 의상은 물론

노와 관련된 회화 작품들은

일본 미술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발전했는데요.

 

테마전시실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노 관련 미술품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있었습니다.

 

 

▲한냐, 에도시대, 19세기, 나무에 채색

 

전시실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한냐 가면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를 닮았다 싶었는데,

스스로의 질투심을 이기지 못해 흉하게 변해버린 여인의 역할에 사용되는 가면이라는

반전을 갖고 있었죠.

 

눈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고, 날카로운 이빨에 흐트러진 머리카락까지...

크고 높은 뿔은 질투심때문에 생겨난 것이겠죠?

 

노 가면은 인간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독특한 방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미나모토 요리미쓰 사천왕의 거미요괴(쓰치구모) 퇴치이야기, 우타가와 구니요시, 덴포 연간 말기

 

가면극 노에 대본이 있을까요?

 

노의 대사에 음조까지 기록한 대본을 '요코쿠'라고 합니다.

요코쿠는 주인공의 상태에 따라 크게 몽환 노와 현재 노로 나누어집니다.

 

몽환 노는 죽은 이의 혼령인 주인공과 이승에 있는 조연이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가 진전되는

노 고유의 극 전개 방식을 띠고 있습니다.

 

현재 노는 현세의 이야기가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되는데요.

현재 노의 주요 관람층은 무사계급이었고,

주인공들도 무사인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현재 노의 대표작은 10세기 무사 미나모토 라이코를 주인공으로 하는 '쓰치구모'라 할 수 있습니다.

건장한 무사였던 라이코가 어느 날 갑자기 '쓰치구모'라는 거미 요괴의 소행으로

몸져 눕자 그의 심복들이 나서서 요괴를 무찌릅니다.

 

12세기의 소설에 실려있는 이야기인데,

노로 상연되기 시작하면서 거미요괴가 라이코에게 거미줄을 붐는 장면이 특히 유명해졌습니다.

이 장면은 에도 시대에 이르러 회화 주제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거미요괴를 퇴치하는 그림은 선명한 색채와 더불어

왠지 모르게 옛날 동화속 삽화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여기에도 달이 들었구나, 미키 스이잔, 1939년, 비단에 채색

 

에도시대 우키요에 미인화의 전통을 잇는 일본화가 미키 스이잔의 작품이 있었습니다.

'마쓰카제'의 명대사 '여기에도 달이 들었구나'를 제목으로 하여

극 중에서 연인 유키하라가 남기고 간 모자와 옷을 걸치고 춤을 추고 있는 마쓰카제의 모습을 그린 것인데요.

 

어느 어촌 마을을 지나던 승려가 바닷물을 길어 소금을 만드는 두 자매를 만나게 됩니다.

사실 그들은 이 마을로 귀향 온 귀족 아리와라 유키히라에게 버림받은 마쓰카제, 무라사메 자매의 혼령이었습니다.

 

달이 밝은 밤, 이승에서 못 이룬 사랑을 슬퍼하며

춤을 추다 물수레를 들여다보니, 여기에도 달이 들어있었다고 말하는 장면이

몽환 노의 대표작 '마쓰카제'의 명대사라 할 수 있고,

그 장면이 이렇게 비단 속 그림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죠.

 

그림 속 여자의 발밑에는 바닷물을 길어온 물통이 놓여있는데요,

가면을 쓰지 않은 모습으로 보아 노 '마쓰카제'의 영향을 받은

무용 '시오구미'의 한 장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왼쪽 : 비사문귀갑과 용무늬 가리기누, 오른쪽 : 비단 발과 구요 꽃무늬 아쓰이타

 

▲왼쪽 : 소용돌이 물결과 꽃무늬 가라오리, 오른쪽 : 국화와 부채무늬 가라오리

 

 

노는 소나무 한 그루만을 배경으로 하는 단출한 무대에서 상연됩니다.

무대 위에는 배우와 그 배우의 연기뿐이라는 것.

 

그리고 사실적이고 다양한 가면과 화려한 의상은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무사들의 후원을 받은 노의 무대의상은 중세 무사들의 실제 의생활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한, 고대 귀족들의 의복을 고증하여 현재의 무대에서 활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전시실에는 노의 화려한 의상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의상들을 봤을 때 어떤 게 여자 배우가 입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아쓰이타는 귀족이나 무사 역할의 배우가 착용하는 의상이며,

가리기누는 신이나 신분이 높은 남성 역할의 배우가 입는 옷이었어요.

 

제일 화려하게 느꼈던 붉은색 계열의 바탕에 다양한 무늬로 장식된 가라오리는

여성 역할의 배우가 입는 것이라 하더군요.

 

그리고 홍색이 들어간 옷은 젊은이 역할의 배우가 입고,

노년 역할에는 홍색이 없는 푸른색이나 흰색의 옷을 착용한다고 해요.

 

▲고베시미, 에도시대 17~18세기, 나무에 채색

 

우리나라 탈에서도 다양한 성격등을 유추해낼 수 있는데,

노에서 사용하는 가면에서도 감정과 의지 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노에서 사용하는 가면은 노인의 형상을 한 신과 도깨비,

그리고 여러 연령대와 다양한 성격의 남자, 여자 가면이 있습니다.

 

머리카락의 흐트러짐 정도나 눈썹의 위치 등 매우 미묘한 변화만으로도

연령과 처지가 서로 다른 배역을 표현합니다.

 

베시미 가면은 오래된 도깨비 가면의 한 종류입니다.

 

크기에 따라 오베시미와 고베시미로 나누는데,

전시된 고베시미는 지옥의 도깨비 역할에 사용됩니다.

 

가면속에서 지옥의 도깨비의 표정이 느껴지지 않나요?

 

 

▲하시히메, 에도시대 17~18세기, 나무에 채색

 

분노에 가득 차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고 눈에는 핏발이 서리고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험악한 모습의 가면...

 

이건 또 어떤 도깨비인가 했는데, 여인의 가면이었네요.

 

하시히메 가면은 질투에 눈이 멀어 생령이 된 여인의 역할에 사용합니다.

 

생령이란 질투나 원한 등의 감정이 너무 강해

살아있는 몸에서 분리되어 나온 영혼을 말합니다.

 

 

 

▲고히메, 에도시대 17세기 후반, 나무에 채색

 

젊은 여인의 역할에 사용되는 가면인데요,

여인의 가면은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이마에서 관자놀이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의 가닥수와 흐트러짐,

볼의 야윔, 주름살의 수에 미묘한 변화를 주어

연령대와 성격을 다르게 표현합니다.

 

고히메는 여인의 가면중에서도 매우 드문 것으로

여인의 가면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고오모테'가면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쓰카제, 미야케 고하쿠, 20세기 전반, 비단에 담채

 

교토에서 활동한 일본화가 미야케 고하루가 그린 노 '마쓰카제'의 한 장면입니다.

 

극을 감상하던 중 인상에 남은 장면을 빠르게

스케치한 것으로 보이는데, 못 다 그린 듯 희미한 모습이

마치 연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맴도는 마쓰카제의

불완전한 상황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전시실에서 감상하는 노, '마쓰카제'

 

전시실 한 켠의 작은 화면속에서는 '노'가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연인에게 버림받은 마쓰카제, 무라사메 두 자매의 사랑이야기 '마쓰카제'를

잠시 서서 관람해보았는데요.

 

 

▲ 상영순서

 

 

노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약 1,500여명의 배우들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데요.

수백 년 전의 무대를 일본 각지에서 관람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관람을 통해 600년의 세월을 넘어,

살아 숨쉬고 있는 일본의 문화 노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시실에서 가장 많이 접했던 단어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쓰카제' 였는데요.

 

관람을 마치고 돌아서는데도

'여기에도 달이 들었구나'라는 대사가

자꾸 귓가에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참, 이 전시는 상설전시관 3층 아시아관 일본실로 이어지는데요,

3층의 일본실도 꼭 한번 들려볼 것을 권합니다. ^^

 

일본실 포스팅도 조만간 올리도록 할게요~

 

 

-노, 일본의 무대예술-

* 2015.10.6 ~ 11.22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테마전시실

* 관람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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