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리뷰]
불교가 종교는 아니지만
불교 관련한 전시가 있으면 꼭 가보는 편입니다.
불교는 우리 역사, 예술, 문화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종교니까요.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많은 유물,
사찰 건물부터 불상, 탑, 부도, 불화 등 불교문화재가 아닌 게 없을 정도로
불교미술품이 많기 때문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어쩌면 다시는 못 볼 귀한 전시라 생각이 될 정도로
추천하고싶은 전시입니다.
▲ 왼쪽 - 반가사유상, 삼국시대, 6세기 후반, 국보78호, 오른쪽 - 반가사유상, 신라, 7세기 전반, 국보 83호
교과서에서나 보던 국보인 반가사유상 두 점을 유리상자 속이 아닌
실제로 볼 수 있는 이번 전시.
이것만 보더라도 꼭 봐야할 전시임이 분명해지죠.
간다라부터 서라벌까지 불교의 전파 경로를 따라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의 대표적인 불상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매표소
이번 전시는 유료입니다.
성인 6,000원, 대학생 및 청소년은 5,000원,
초등학생은 4,000원의 관람료가 있습니다.
6,000원의 관람료가 전혀 아깝지 않을
엄청나고도 대단한 불상들이 전시된 이곳은 마치 보물창고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은 총 210건으로
인도에서 불상이 처음 등장한 시기부터 우리나라에서 반가사유상 제작이 정점에 이른
700년까지로 설정했습니다.
불교조각은 다양한 형식을 포함할 수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독립상 성격의 불상과 보살상을 위주로 전시했습니다.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고
1부에서는 인도에서 불상을 처음 제작한 목적과 방법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육계에 홈이 있는 부처, 간다라, 탁트 이 바히 쿠샨시대, 2~3세기, 편암 |높이 50.8cm, 영국박물관
뚜렷한 이목구비, 물결 모양으로 표현된 머리카락을 통해
간다라의 중심지인 페샤와르 지역 불상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불상.
이 불상이 뭐가 특이하나 싶겠죠.
정수리 쪽에 자세히 보시면 홈이 있습니다.
육계는 정수리가 상투처럼 솟아있음을 말합니다.
이 불상은 육계의 홈에 사리, 사리 장치 등을 봉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왼쪽 : 설법하는 부처, 간다라, 쿠샨시대, 2~3세기, 독일 베를린 박물관,
오른쪽 : 소라 모양 육계의 부처, 마투라, 쿠샨시대, 2세기, 인도 뉴델리박물관
불상을 만들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불교의 발상지 인도에서는 부처 사후 400년이 넘도록 불상이 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세속의 번뇌를 벗어나 열반에 든 부처를 감히 인간 모습을 본뜬 물건 안에
가둘 수 없다는 생각이 그 바탕에 깔렸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불상에 대한 열망을 이길 수는 없었고,
기원전후로 간다라, 마투라 두 지역에서 초기 불상이 탄생합니다.
두 지역의 불상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마투라 시대의 불상의 얼굴에서 왠지 모를 당당함이 느껴졌습니다.
크게 뜬 눈, 부풀어 오른 몸까지.
오른손을 든 이유는 두려움을 없애준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합니다.
▲부처의 삶을 그린 이야기 부조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
△싯타르타의 탄생, 간다라, 쿠샨시대, 2~3세기, 일본도교국립박물관
간다라와 마투라 지역의 불상을 비교하면서 관람하다가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부처의 삶을 그린 부조가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간다라와 마투라 지역에서는 불상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 부조가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석가모니의 생애를 다룬 불전부조는 주제가 70여가지에 이르고 제작된 수량도 많다고 하는데요,
간다라에서는 석가모니 부처의 마지막 삶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금동으로 만든 큰 부처, 북위, 5세기, 금동, 높이140.3cm,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2부에서는 중국의 불상- 시작부터 수대까지를 다룹니다.
5호16국부터 수(581~618)로 이어지는 중국의 불상 제작의 흐름을 보여주는데요.
중국에는 후한 시대에 불교와 불상이 함께 전해졌습니다.
인도에서 전해진 불상의 기본 도상은 유지됐지만,
지역 문화에 맞게 다양한 모습으로 ‘중국화’하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우리나라 역시 중국에서 불상이 전해지고,
우리나라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죠.
어느 나라나 그렇게 수렴하고 특색화하는 것 같습니다.
땅이 넓은 중국이다보니 지역마다, 왕조마다 특색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중국의 초기 금동불 중 가장 큰 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이하게도 중국이 아닌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전시가 되어있었죠.
이 불상은 인도불상에는 보이지 않는 요소도 포함하고 있는데요,
새로운 양식이 중국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중앙아시아의 지역적 전통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가슴 중앙과 팔뚝, 소매 안쪽, 무릎 아래에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옷주름은
중국 특유의 표현입니다.
금동으로 얇고 날렵한 옷을 표현한 것은 정말 놀랍더군요.
△선정인을 한 부처, 16국시대, 4세기,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두 마리의 사자가 새겨진 대좌 위에 앉은 부처.
16.5cm의 작은 크기의 불상이지만,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이 금동상은 300년경부터 5세기초까지 중국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진 불상형식이라 하는데요,
이 시기 불상을 복제하듯 만들던 사람들은 낯선 불상의 형태가 아주 낯설었는지
본래의 형태와는 멀게 생략하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 불상도 코가 많이 뭉개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나오는 중국식 복제 불상에 비한다면
간다라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음보살비상, 쓰촨성 청두시 만불사지, 양, 중대동 3년, 중국 쓰촨박물원
작년에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쓰촨성 청두시를 갔지만 쓰촨 박물원을 가진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게 가장 아쉬운 점이기도 한데요,
이 전시를 보면서 꼭 쓰촨박물원을 들르겠노라 결심을 했습니다.
조만간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청두시 시내를 다니면서 만불사 터를 잠깐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때는 자세히 보지 못해서 좀 아쉬웠는데,
이곳에서나마 만불사 터에서 발견된 불상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만불사터에서는 수백 점에 달하는 불상이 출토되었다고 합니다.
대부분 당대 이전에 조성된 것으로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지역적 전통을 보여줍니다.
관음보살 비상을 자세히 보면 관음보살 옆의 협시보살은 두 손으로 보주를 감싸 들고 있는데,
이는 서산마애삼존불 등 6세기 백제의 보살상에도 나타납니다.
만불사 터의 상은 이러한 형태의 원류로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 삼존불과 광배, 대좌 단편 산둥성 칭저우시 용흥사지, 북위 말~동위, 석회암, 중국 칭저우시 박물관
산둥지역의 불상은 어땠을까요?
산둥지역의 불상은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예전에 칭다오 보우관(청도박물관)에서 산둥지역의 불상을 유심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느낌을 다시금 이 불상에서 느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고 신비로운 느낌이었어요.
칭저우시는 남북조 시대에 중요도시로,
중원 동부의 정치, 문화, 종교 중심지였다고 합니다.
산둥지역에서는 보탑, 천인, 용, 이 세 요소를 채용해 광배 상하단에 배치합니다.
30cm 작은 상에서 3m에 이르는 대형상에 적용되었던 이 형식은
북제시대까지도 지속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나무로 만든 부처, 베트남 동답유적, 푸난, 5~6세기, 호찌민 베트남역사박물관
2부에서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인도 굽타시대 불상과 베트남 지역에서 발견된 불상과 중국 불상의 비교를 할 수 있었는데요.
아시아 국가들이 교류를 바탕으로 새로운 양식의 영감을 얻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나무로 만든 부처였습니다.
인도차이나 반도 메콩강 삼각주 일대는 1세기경부터 7세기까지 번영했던
동남아시아 최초 국가 푸난의 중심지였습니다.
중국보다 인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문자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푸난의 면모를 파악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합니다.
그리고 푸난의 영역에서 불견된 불교 조각상도 극히 적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나무와 진흙처럼 썩거나 사라지기 쉬운 재료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천년이 넘은 세월을 견딘 나무불상.
마모가 심해 불상의 세부는 알 수 없지만
인도 여러 지역의 조각이 푸난의 조각에 영향을 끼쳤음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가7년에 만든 부처, 경남 의령, 고구려, 479년 혹은 539년, 금동,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119호
한국인이 제일 유심히 보게 되는 것은 아마 3부가 아닐까 합니다.
3부에서는 한국 삼국시대의 불상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보들이 많이 나와서 관람객들을 반겨주기도 합니다.
국사시간에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웠던 것은 불교전래시기죠.
한반도의 불상 조성은 4세기,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래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중국 남북조와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전개되다가, 6세기부터는 한국만의 특징이 점차 발전했습니다.
형식이나 양식적으로는 중국 불상을 모델로 삼았지만
불교와 불상의 원류인 인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다고 볼 수 있죠.
이후에 한반도의 불상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에 불교를 전해지는 계기가 됐고,
이로부터 일본에서도 불상이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보 119호 연가7년에 만든 부처가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제작 연유를 남긴 명문까지 새겨진 최초의 기년명 불상,
한국 조각의 시원 양식을 알려주는 귀중한 불상이죠.
근엄한 형태와 미소,
이글거리는 광배의 화염무늬까지.
고구려인의 기상과 선을 느낄 수 있는 불상이었습니다.`
▲연봉우리를 든 관음보살, 경북 구미 봉한동, 신라 7세기, 국보 183호
사람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알리기 위해서,
가족의 명복과 현세의 이익을 기원하기 위해 불성을 조성했습니다.
연봉우리를 든 관음보살은 둥근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중국 당나라 초기 불상 양식을 바탕으로 제작했지만
이전 불상에 비해 날씬하고 관능적인 자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일본으로 건너간 삼존불, 백제 혹은 일본, 6~7세기,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한반도에서 전래되었을 것으로 널리 인정받는 금동불의 대표작인 삼존불.
일본에서는 6세기 중반 불교 공전 이후 아스카 지역을 중심으로 불교 사찰 건립이 시작되었습니다.
쇼토쿠 태자는 호류사를 건립했고, 그곳에서 수많은 불교미술품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6~7세기에 삼국에서 전래된 다수의 금동불은 도쿄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하죠.
주존의 착의형식이 부여 가탑리 출토 여래입상과 거의 동일하고,
광배 문양도 서산마애삼존불과도 유사합니다.
이를 근거로 일찍부터 한반도의 백제 지역에서 전래된 것으로 여겨져왔어요.
이 외에도 일본으로 건너간 불상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원통형 의자 위에 앉아 수직으로 내린 다리 위에 반대편 다리를 걸쳐 놓고
걸친 다리 쪽의 팔을 무릎에 괴고 검지와 중지를 뺨에 살짝 대고 있는 모습의 보살상을
반가사유상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았고, 한국 불상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종교적, 예술적 성취를 이룬 분야이기도 한데요.
반가사유상은 실존에 대해 사유하는 인물을 묘사하던 인도의 전통에서 출발했고,
중국을 거쳐 한국에 와서는 본격적인 예배상으로 봉인되었으며
조형적으로 한층 완벽한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4부에서는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의 사례를 통해
반가사유상의 연원과 전개 과정, 역사적 의미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 왼쪽 - 반가사유상, 삼국시대, 6세기 후반, 국보78호, 오른쪽 - 반가사유상, 신라, 7세기 전반, 국보 83호
삼국시대 불교조각을 대표하는,
한국에서는 가장 으뜸이라 할 수 있는 반가사유상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시간에 따라 조명이 다르게 비추는데,
그 느낌도 빛에 따라 다릅니다.
두 불상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사색에 잠기게 됩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어쩌면 이 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은 원통형 의자 바닥 두 곳과
연꽃을 밟고 있는 왼발 앞부분에는 별도의 청동을 덧대어 수리를 했습니다.
솜씨좋게 처리를 했기에 일반인의 눈으로는 구별이 잘 안됩니다.
이 반가사유상이 특별한 이유는 문제 상황을 극복하는 능력이죠.
우리 조상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여기서 또 감탄을 하게 되네요.
▲일본으로 건너간 반가사유상, 6~7세기, 금동, 일본도쿄박물관
갸름한 얼굴에 가는 눈과 긴 코, 강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일본 아스카 조각의 주류양식 조각과는 차이가 있어
이 전시에 출품된 3점의 보물과 함께 한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입니다.
플래시를 사용하지 못해서 사진이 좀 어둡게 나왔지만,
눈동자와 콧수염, 턱수염은 검은 먹으로 그려 넣었습니다.
▲송화산 반가사유상, 신라, 7세기
야외에 오랫동안 노출된 탓에 풍화되어 구멍이 있는 반가사유상.
오랜 세월을 온몸으로 품고 있는 석상이 있었습니다.
양팔과 머리 부분은 남아있지 않지만
사유 자세를 취하기 위한 형태는 남아있어 반가사유형 보살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반가사유상은 경북대학교박물관 소장의 봉화 북지리 출토 반가사유상과 함께
옛 신라지역에서 발견된 대표적인 대형 석조반가사유상으로 손꼽힙니다.
북지리 반가사유상과 함께 규모로 압도하는 송화산 반가사유상도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물출품기관
전시 관람을 마치고 출구로 향하는 길에 눈에 띈 것은 빼곡한 유물출품기관 목록이었습니다.
이번 전시 스케일이 어떠한지 이걸로 한눈에 알 수 있었죠.
대륙을 돌고 돌면 이 불상을 다 볼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기엔 시간과 돈이 녹록치 않죠.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우수한 불교조각품을 한 자리에 모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쉽게 관람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큰 행운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불상의 양식과 기법, 표정과 손동작은 닮은 듯 다르지만
세상 번뇌에서 벗어난 불상의 자애로운 미소는 한결같고,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특별전 관람을 통해 불상의 역사를 이해하고
조각으로서의 아름다움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
* 기간 : 2015. 9.25~11.15
*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관람시간 : 화,목,금 - 09:00~18:00/ 수,토 - 09:00~21:00
일, 공휴일 - 09:00~19:00/ 휴관 - 매주 월요일
* 관람료 - 성인 6,000원, 대학생 및 청소년 5,000원, 초등학생 4,000원
(할인대상자는 증빙서류 지참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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