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유물을 보러 멀리 갈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가까이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죠~
가장 쉽게, 가장 많은 외국 문화재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곳,
국립중앙박물관.
3층 박물관의 아시아관은
인도.동남아시아실, 중국실, 일본실, 중앙아시아실, 신안해저문화실로 나뉘어져
수 백점에 가까운 유물을 상설전시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여름휴가편.
이번 포스팅은
국립중앙박물관 3층 아시아관의 인도, 동남아실입니다. ^^
△미투나, 사랑을 나누는 남녀,11~12세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뭔가 러브러브하고, 오묘한 분위기의 작은 석상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인도.동남아실의 입구에는
11~12세기 인도 라자스탄 또는 우타르프라데시 시대의
미투나(Mituna, 사랑을 나누는 남녀상)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한 쌍의 남녀가 에로틱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형상의 미투나는
인도 미술에서 인기 있는 모티브 중 하나로 풍요와 길상의 의미를 지니죠.
인도.동남아실 입구에 놓인 이유도
이 조각상 하나로 전시실 분위기를 다 표현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이 인도와 동남아시아 문화권
전시실에서 소개하는 인도는
현재의 인도를 비롯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부탄, 스리랑카를 포함한 남아시아를 가리킵니다.
동남아시아는 인도차이나 반도와 이를 둘러싼 섬들을 가리키며,
미얀마, 타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포함합니다.
이 지역은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문화가 발달하는데요.
인더스 강을 중심으로 한 북서부 지역은 여러 민족의 침략으로
외래문화 유입이 가장 활발했고,
갠지스강 유역은 브라만교,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 인도의 대표적인 종교가 발전합니다.
데칸고원을 중심으로 한 서인도 지역에서는 해안가를 따라 해상교역의 중심으로 발전하고,
산악지대에는 많은 석굴사원이 개착됩니다.
인도대륙의 남쪽은 독특한 불교, 힌두교 문화가 꽃피었고,
동남아시아는 인도와 중국사이에 위치한 지형적 영향으로
토착적인 전통 위에 양자의 영향을 선별적으로 수용해 독자적인 문화가 탄생합니다.
▲간다라 2~3세기의 다양한 부처와 보살상
인도 문화에서 가장 많이 들었고, 익숙한 단어는 '간다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넓은 의미의 간다라는 오늘날 파키스탄에 속하는 페샤와르 분지, 스와트,
탁실라, 아프가니스탄 카불 분지와 잘랄라바드 일대를 포괄합니다.
이 지역은 서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
여러 왕조의 진출과 교역 활동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소개되었죠.
이 지역에서 기원후 1~5세기에 제작된 미술을 '간다라 미술'이라고 하는데요.
간다라는 마투라 지역과 더불어 인간의 모습을 한 불상이 처음으로 제작된 곳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닙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간다라의 불상은 오묘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불상인데 그리스 느낌도 나고, 왠지 모르게 신비롭습니다.
동서문화 교류의 중심지답게 이 지역의 불상은
인도, 헬레니즘, 로마, 파르티아적인요소가 섞인 모습을 보입니다.
△보살, 간다라, 2~3세기
2~3세기에 만들어진 보살을 사진으로 담아봤습니다.
역시나 지금 우리가 보는 보살상과는 많이 다르죠~
'보살'은 원래 깨달음을 얻기 전의 석가모니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대승불교의 흥기와 함께 자신의 깨달음을 추구하면서
다른 중생을 구제하는 존재를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이 보살상 역시 묘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숄을 두르고 여러가지 장신구까지 착용한, 훌륭한 차림새를 하고 있죠.
▲비슈누, 팔라시대, 11~12세기
그리고 이어지는 팔라시대~
팔라왕조는 기원후 8~12세기 동안 동인도에 위치한 비하르주와 서벵갈주, 방글라데시 일대를 지배합니다.
팔라 시기는 같은 지역에서 11~13세기에 번성했던
세나 왕조에 주목하여 팔라-세나 시기라고도 합니다.
팔라시기에는 불교와 힌두교가 크게 부흥하는데요,
팔라가 지배한 동인도 지역은 오래전부터 불교의 중심지였습니다.
이 지역은 석가모니가 생전에 주로 활동했던 마가다 왕국과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보드가야,
불교 교학의 중심지인 날란다 사원이 위치한 곳입니다.
그리고 힌두교의 경우, 팔라시대 전반에 걸쳐 비슈누 숭배가 유행합니다.
힌두교의 3대 주신은 우주의 창조자인 브라흐마, 우주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비슈누, 파괴자인 시바입니다.
브라흐마는 형체가 없고 감각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되었기에
신도들의 숭배는 비슈누와 시바에 집중되었는데요.
그 신앙을 체계화한 교파를 각각 비슈누파와 시바파라고 칭합니다.
비상의 중심에는 비슈누가 서 있고,
양쪽에는 부인인 락슈미와 하천의 여신 사라스와티가 작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시바와 파르바티, 라자스탄, 9~10세기
굽타 시대 이후 북인도에서 유행한 시바 상 형식 중 하나로
시바 사원의 외벽에 마련된 독립된 성소에 모셔졌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황소 난디를 탄 시바와 파르바티를 중심으로
기단 양측에는 이들의 아들인 가네샤와 카르티케야가 앉아있고,
윗부분에는 브라흐마, 비슈누, 브라흐마니를 비롯한 7명의 모신이 등장합니다.
△시바, 파르바티 그리고 스칸다, 촐라시대, 11세기
촐라는 인도 남부의 타밀족이 세운 왕조로
북부의 팔라 왕조와 동시대인 9~13세기에 번영했습니다.
이 조각은 남인도 지역에서 유행한 소마스칸다 도상으로
시바와 배우자 파르바티, 아들 스칸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스칸다 상은 현재 사라졌고 중앙에 작은 방석만 남아있습니다.
시바와 파르바티의 아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한데,
방석만 남아있으니 정말 아쉽더군요.
△왼쪽으로부터 1,2번째 - 라가말라, 라자스탄, 암베르, 1710년경,
3,4번째 - 궁정인물, 라자스탄, 18세기
인도의 회화양식은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다른 문화가 발전하듯 그림도 역시 다른 양식이 나타나겠죠.
12세기 이후 인도에서는 석굴의 벽이나 야자수 잎에 그려지던 기존의 회화와 다른 형식의 회화가 생겨납니다.
라가말라는 음계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장르로,
멜로디는 남성과 여성으로 의인화 되고 특정한 감정이나 신화적인 이야기를 연상합니다.
음악, 시, 그림의 세 가지 형태의 예술표현이 결합된 장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라자스탄은 17~18세기에 무굴 제국의 회화 양식의 영향을 받아 왕족과 고위 관리의 초상화,
왕의 알현장면, 풍속적인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이 새롭게 등장합니다.
그림을 통해 이 시기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복식이 꽤 독특하더군요.
▲연화수보살, 카슈미르, 9세기
히말라야 지역의 불교조각은 어떨까요?
히말라야 산맥 주변에 위치한 카슈미르, 라다크, 네팔, 티베트, 부탄 지역에서는
인도아대륙에서 시작된 불교미술의 후기 양식이 꽃을 피웠습니다.
카슈미르 지역은 기원전후부터 5세기까지 간다라의 영향속에서 불교미술이 발전합니다.
그 이후에는 굽타 미술의 영향이 두드러지는데,
카슈미르의 금속제 불상은 히말라야 지역 불상 양식의 기반이 됩니다.
왼손에는 커다란 연꽃 줄기를 잡고, 오른손에는 염주를 들고 있는 황동 연화수보살상.
긴장감과 우아함이 조화를 이루는 불상입니다.
△부처, 티베트, 15세기
티베트의 불상은 우리의 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죠.
15세기 전형적인 티베트 양식을 보여주는 불상,
균형잡힌 모습과 절제된 표현이 돋보입니다.
▲왼쪽부터 가네샤(10세기 후반), 비슈누와 락슈미(12세기), 우마 (13세기). 크메르 시기
크메르는 9~13세기동안 존속했던 왕조로,
전성기에는 캄보디아를 비롯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일부를 포함한 대제국을 건설합니다.
크메르의 수도였던 앙코르에는 궁전, 운하, 저수지, 힌두교와 불교 사원유적이 남아있습니다.
이중 가장 유명한 건물은 앙코르와트입니다.
수리야바르만 2세가 비슈누를 위해 건립한 힌두교 사원으로
왕이 죽은 후에는 비슈누와 일체된 왕을 모시는 신전으로 사용됩니다.
앙코르와트를 비롯한 이곳의 많은 건물은 다양한 신상과 조각으로 장식되었는데
이들은 온화함과 생명력이 조화를 이룬 특징을 보여줍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사진속 제일 왼쪽의 가네샤였는데요.
인간의 몸에 코끼리 머리를 지닌 상입니다.
신도들은 가네샤가 장애물을 없애주고 번영을 가져온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왠지 저도 가네샤를 믿고싶어지는,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
▲청동 북, 동선문화, 기원전 5세기~기원후 1세기
베트남 특별전에서 청동북을 원없이 보았었죠.
청동북을 다시금 이곳에서 마주합니다.
이제 살펴볼 것이 바로 베트남의 고대문화입니다.
베트남의 고대문화 중에서 잘 알려진 것은 동선 문화로,
기원전 4세기~기원후 2세기 무렵 베트남 북부 지역에서 형성된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청동기 문화입니다.
그 명칭은 1924년 발견된 홍강 델타 하류의 타인호아 성에 위치한
동선 유적에서 유래합니다.
동선 문화의 주거 유적이나 무덤에서는 주로 청동기, 무기, 장신구 등의 유물이 발견되었는데,
특히 이곳의 청동 유물에는 중국 전국시대 이래 양 지역의 문화교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 가운에 제사를 위한 의례용 용기로 알려져있는 청동 북은
동선문화를 대표하는 유물로, 그 특색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왼쪽 - 청화백자 쌍조형 호(레 왕조, 15세기), 오른쪽 - 청화백자 상형그릇(코끼리, 소, 거북이. 레왕조, 15세기)
베트남의 도자기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시유 도자를 제작하기 시작한 곳이었습니다.
10세기까지는 중국을 따라 제작했지만, 리 왕조부터는 독자적으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쩐(1225~1400)왕조 시기에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 수출하기도 하는데요.
수출 도자 중 다수를 차지하는 청화백자는 16세기에 중국의 양식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며
수준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청화백자 병, 레 왕조, 15세기
인도,동남아시아실 관람을 통해
베트남의 동선문화, 도자기, 크메르 미술, 간다라미술, 라자스탄의 미술 등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전통문화, 역사를 다시금 복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인도,동남아시아 국가는 비행기로 5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들인데
막상 그곳으로 떠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치안 문제도 있고, 이런저런 문제들이 얽혀있죠.
저 역시 다녀온 국가들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밖에 없어서
이곳 역사가 조금은 약합니다.
하지만 박물관의 이러한 전시실을 꼼꼼하게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그 헛헛함이 보충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저곳으로 떠나리라 마음은 먹지만,
그전까지는 이렇게 박물관의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그 마음을 달래봅니다. ^^
여러분도 저처럼 그 마음을 이곳 인도,동남아실에서 달래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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