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괘불을 바라보고 있는 이곳이 바로 정토. 청룡사 괘불전시, 국립중앙박물관

꼬양 2015. 10. 10. 06:30

 

 

 

 

 

[전시 리뷰]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물관을 관람할 때 1층부터 둘러보기 시작하는데요.

그러다보면 지쳐서 3층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포기하고 다음에 와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그 반대로 제일 위층부터 시작해 아래로 내려가는 편입니다.

중앙박물관을 자주 가다보니 지리는 아무래도 꿰고 있는 편이기도 하죠.

 

2층 불교회화관에서는 '청룡사 괘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보물 1257호 청룡사 괘불(靑龍寺靈山會掛佛幀)을 조용하게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박물관은 눈도 바쁘고, 발걸음도 바빠지지만,

불교회화관에서는 바쁘게 돌아다닐 필요 없이

앉아서 큰 불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보물 1257호 청룡사 괘불

 

괘불은 사찰에서 의식을 위해 법당 앞 뜰에 걸었던 큰 불화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연속적으로 괘불전시를 하고 있는데,

이번은 안성 지역의 왕실원찰 청룡사에 소장된 괘불이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2층 서화관 불교회화실 입구

 

▲3층에서 내려다 본 괘불

 

청룡사 괘불은 현전하는 괘불 중에서도 시기가 올라가는 작품으로

17세기 조선이 성대한 불교의식을 거행하면서 조성했던 괘불의 제작을 보여주는 귀중한 예입니다.

 

조선은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를 배척했지만

이 시기에는 성대한 불교의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죽은 많은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불교의식은 필요했습니다.

법당 내부에서 외부 공간으로 이동해 괘불을 걸고

죽은 이들을 천도하기 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의식이 거행되고 석가모니와 영취산 설법이 그려진 괘불이 법당 밖에 걸리면

현세의 공간은 석가가 머무는 정토로 바뀝니다.

 

 

▲보물 824호 청룡사 대웅전

 

상서로운 구름이 일어 청룡이 머무르는 곳이라고 이름 지어진 절,

이 괘불이 조성된 곳은 인평대군의 원당인 안성 청룡사입니다.

 

 

작은 절이지만 절은 아기자기하고,

귀한 보물들이 꽤 있습니다.

 

먼저 대웅전부터 보물 824호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다포양식에 전혀 가공하지 않은 구불구불한 원목을 그대로 세운 것이 눈길을 끕니다.

 

절 내부에는 동종이 전시되어 있는데 사진촬영은 할 수가 없고 눈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조선 숙종 때 경기도와 경상도 지역에서 활동한 승려 사인비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동종은 보물 11-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조상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그린 불교그림 감로탱이 보물 1302호로,

사적비, 금동관음보살상 등은 시도유형문화재 등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조용할 것만 같은 청룡사는 1900년대부터 등장한 남사당패의 근거지이기도 합니다.

청룡사에서 겨울을 지낸 뒤 봄부터 가을까지 청룡사에서 준 신표를 들고

안성장터를 비롯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연희를 팔며 생활했다죠.

 

지금도 건너편에는 남사당 마을이 남아있습니다.

 

△가운데 석가모니불을 둘러싸고 있는 제자들

 

청룡사를 떠올리며 청룡사 괘불을 살펴봅니다.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문수, 보현보살을 비롯한 6보살과

제석천과 범천, 제자 등 설법에 참여한 많은 청문중들을 그린 영산회상도.

 

석가모니의 영취산 설법모임은 괘불의 도상으로는 가장 대중적인 주제이면서

17세기에 많이 그려졌습니다.

 

중앙의 석가모니불은 머리에서 빛이 나고,

특이하게도 오른손은 어깨위로 들고 왼손은 무릎에 올린 손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효종 9년(1658년)에 승려화가인 명옥 등이 그린 것으로

본존의 크기가 매우 컸던 고려말에서 조선 초의 그림과는 달리

석가불이 작아져 상대적으로 주변 인물의 크기와 비슷해진 그림입니다.

 

 

 

▲청문자(사리불)

 

법회에 참여한 많은 인원이 부처의 설법에 집중해 있는 가운데

부처의 앞쪽에 가사와 장삼을 입고 깎은 머리를 한 승려형 인물은

석가의 제자중 지혜롭기로 유명한 사리불입니다.

 

깊은 명상에서 깨어난 석가는 그에게 깨달음을 설법하고 있습니다.

 

뒷모습만 나와있지만,

그의 머리에 비친 후광으로 보아 그는 이미 깨달음을 얻지 않았을까요?

 

 

▲ 괘불 안내도

 

사실 괘불에 너무많은 인물이 있어서

처음 보면 어렵고 두렵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안내도를 찬찬히 살펴보면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사천왕부터, 대세지보살, 보살, 보현보살

 

△왼쪽부터 문수보살, 관음보살, 사천왕

 

그리고 각각의 보살들은 상징하는 물건을 들고 있습니다.

문수보살은 연꽃을, 보현보살은 책을, 대세지보살은 보관에 정병이 그려져있고,

관세음보살은 보관에 부처님이 그려있습니다.

 

보살이 다 같은듯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청룡사 괘불 상단부

 

검은 하늘과 별..

괘불 상단에는 구름을 타고 멀리서 오는 청중들을 그려냈습니다.

 

설법이 펼쳐진 시간은 밤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석가모니불의 설법을 듣기 위해 구름까지 타고 멀리서 오는 모습도 보입니다.

 

 

▲구름과 꽃이 그려진 하단과 축원문

 

 

 순치 15년 무술 5월 조성

 

삼가 받듭니다.

주상전하의 수명이 만세에 이르고

왕대비전하의 수명이 만세에 이르게 하소서

왕비전하의 수명이 오래 계속되시며

세자저하의 수명이 천추에 이어지게 하소서.

 

향대시주 성주 김홍석 부부

안성남면 서운산 청룡사 괘불탱

 

 

괘불 하단에는 주상전하와 왕실의 안녕을 비는 축원문이 쓰여있습니다.

성주 김홍석이 괘불 조성을 위해 향대를 시주했다는 내용도 기록돼 있는데요.

괘불제작에는 화원 사과 박람을 비롯해 승려 명옥비구 등 5명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축원문 상단에는 천상의 세계를 상징하는 천개와 바닥에 그려진 꽃문양, 채운 등이

채색과 어우러져 석가가 머무는 곳이 정토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불화는 보통 붉은 색, 녹색, 남색의 진채 위주로 그려지는데비해

청룡사 괘불은 담채 사용으로 맑고 산뜻한 느낌을 주고,

노란색, 하늘색 등의 중간색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도 알 수 있죠.

 

청룡사 괘불은 강한 느낌의 다른 괘불에 비해 은은한 느낌을 풍길 뿐더러

계속해서 보다보니 보살들도 다 친근하게 느껴지더군요.

 

독특한 느낌의 괘불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괘불을 보면서 괘불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죽은 이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걸었던 거대한 불화,

그 거대한 불화는 박물관 2, 3층을 따스한 느낌으로 아우르며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괘불을 바라보며

석가모니의 눈과 마주하고 있는 이곳,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정토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청룡사 괘불 -

* 전시 장소 : 2층 서화관 불교회화실

* 전시기간 : 2015. 6. 2 ~ 2015. 11. 29

* 무료관람

*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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