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리뷰]
박물관을 갈 때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은 좀 더 멀리 여행을 떠나봅니다.
약 1만 년 전 무렵의 한반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리고 신석기인이 그 시대에 생존한 삶의 방식은 어땠을까요?
이 해답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15년 10월 20일부터 2016년 1월 31일까지
상설전시실 1층 특별전시실에서는
'신석기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전시가 열립니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
신석기시대는 뗀석기를 쓰던 구석기시대에 이어 간석기를 만들고 사용한 시대라는 뜻으로
세계 각지에서 지역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다양한 양상의 신석기문화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빙하기 이후 지구 기온의 상승에 따른 환경의 변화에 주목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나타난 기술과
삶의 모습을 당시 지구 환경 변화와의 관계를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전시실 입구
▲전시실 내부
박물관에서는 와이파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시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시간을 잘 맞추면 전시해설도 들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는 없고, 전시해설을 듣고 싶다면
스마트폰을 활용해 보세요~
먼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아뜰리에' 앱을 검색하고 다운받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아뜰리에' 앱을 검색
▲아뜰리에 앱 설치 후 '신석기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클릭 후 무료 오디오 가이드 다운로드
설치가 완료되면 '신석기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전시를 클릭하고
무료 오디오 가이드 다운로드를 합니다.
그리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전시를 둘러보면서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 됩니다. ^^
△매머드 상아, 러시아, 전곡선사박물관/구석기 시대
전시 1부에서는 따뜻해진 기후로 변화된 동물상과 식물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구석기시대에는 한반도에 살았던 매머드와 동굴곰, 쌍코뿔이, 하이에나의 뼈와 함께
신석기시대에 번성한 개, 물소의 뼈를 전시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매머드의 상아뼈의 크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다 자란 매머드의 상아 무게는 45~80kg, 길이는 2.5~4m에 이른다고 합니다.
매머드의 상아는 평생동안 자라는데,
1년에 15cm 이상 자랄 때도 있다고 하는군요.
상아에는 나무처럼 나이테가 있어 이를 근거로 매머드의 나이를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매머드는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상아를 사용했기 때문에
닳은 부분의 위치를 보면 좌우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해요.
△직접 만져볼 수 있는 매머드 어금니
매머드의 어금니는 청소년의 발 사이즈가 생각날 정도로 엄청나게 컸습니다.
매끈하면서도 거친 느낌의 매머드 어금니를 직접 만져본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도사람(추정복원), 전곡선사박물관
전남 여수시 남면에 있는 안도유적1호에서 출토된 인골을 기초로 추정,
복원한 신석기 시대 사람인 안도사람.
신석기시대, 한반도에 거주했던 사람은
이런 얼굴이었겠구나라고 추측해봅니다.
△숫돌, 돌자귀(왼쪽에서부터 서귀포 강정동 발굴, 제주 오등동 발굴, 제주 고산리 발굴, 통영 연대도 발굴, 창녕 비봉리 발굴)
신석기시대를 살펴보는데 있어
그 전 시대인 구석기시대도 아는 것이 중요하겠죠.
구석기시대에는 직접떼기, 간접떼기, 눌러떼기 등 돌을 깨서 석기를 만들었고,
구석기후기부터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형태와 기능이 다양한 작은 석기를 만들게 됩니다.
각지에서 발견된 신석기시대의 석기를 살펴보면서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을 잠시 상상해보았습니다.
△갈판과 갈돌, 제주 고산리 2012년 발굴/서귀포 강정동 2008년 발굴
갈판과 갈돌은 재배한 곡물이나 도토리 등의 열매 껍질을
벗기거나 가는데 쓰였던 식량가공구입니다.
기온 상승으로 식생이 변화하면서 토기의 발명으로 먹거리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이런 가공구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갈판과 갈돌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양손으로 갈돌을 잡고 앞뒤로 밀어서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갈돌을 한 손에 쥐고 찧거나 돌려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고산리식 토기, 제주 고산리, 2012년 발굴,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기인 제주고산리 토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토기는 점토를 물에 개어 빚은 후 불에 구워 만든 그릇으로
인간이 물질의 화학적 변화를 이용한 최초의 발명품인데요.
토기를 만들어 조리와 저장에 이용하면서
더욱 많은 종류의 열매와 동식물의 섭취가 가능해졌습니다.
약 만 년 전에 등장한 고산리식 토기는 유기물을 섞어 바탕흙을 개었는데,
토기를 굽는 과정에서 유기물은 다 타버리고 그 흔적이 표면에 남아있습니다.
△전시실 전경
자연환경의 변화속에서 신석기인들이 제일 먼저 눈을 돌린 곳은 강과 바다였는데요.
특히 한반도는 바다와 접한 지역이 많아 당시 사람들이 먹었던 동물의 뼈와 함께
바다자원을 이용하는데 사용했던 다양한 도구들이 확인됩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고기잡이는 기원전 6천년 무렵에 이루어졌으며,
부산 동삼동 유적, 창녕 비봉리 유적등에서 확인됩니다.
△나무배와 삿대(창녕 비봉리)
신석기인들은 먹을 수 있는 바다자원이 풍족해지자,
이를 얻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개발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배인데요,
창녕 비봉리 유적에서 출토된 배는 바닥이 평평한 배로,
강이나 얕은 바다에서 사용된 것입니다.
수령 200년의 소나무를 단면 U자 모양으로 깎아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배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하는군요.
좁고 긴 형태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삿대는
강이나 얕은 바다의 바닥을 찍어서 배를 나아가게 하지만,
노의 역할도 함께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 흔적 토기, 부산 동삼동, 부산박물관
조 흔적이 남아있는 토기를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동그란 세 점이 조 흔적이었는데요,
사실 빨간색으로 알려주지 않았다면
좀 독특한 토기구나 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신석기시대에 곡물의 재배, 땅을 갈고 씨앗을 심고 관리하는 농경이 등장하고,
이후 이것은 사회문화적 발전의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신석기시대에는 곡물 재배가 생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았고,
신석기시대 중기 이후에야 조, 기장 등 일부 식물의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참나무, 울진 죽변리, 2010년 발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한반도의 식생도 변화합니다.
그리고 도토리와 같은 새로운 식량자원도 나타나게 되죠.
신석기인들도 도토리를 많이 먹지 않았나 싶습니다. ^^
우리는 묵 등으로 가공을 해서 먹지만,
이들은 껍질을 갈판과 갈돌로 분리해서 먹었겠죠?
▲작살 꽃힌 고래 척추뼈, 울산 황성동, 울산박물관
△뗀 돌화살촉, 1-제주 고산리 1994년 발굴, 2-제주 고산리, 2012년 발굴, 제주문화유산연구원
매머드 같은 대형 포유류가 사라진 신석기시대에는
작고 빠른 사슴, 멧돼지, 물소, 개 등이 번성합니다.
큰 대형 포유류는 창 등을 던져 잡았지만,
빠른 동물들을 창으로 잡기는 어려웠을 것이에요.
그래서 창에 비해 몇 배 내지 몇 십 배의 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활을 만들게 됩니다.
활을 이용해 사슴과 멧돼지를 가장 많이 잡았는데,
고기 양이 많고 질이 좋을 뿐더러,
가죽, 뼈, 뿔, 이빨 등은 도구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석기시대에는 동물 사육의 흔적도 보이는데,
개는 신석기전기부터, 돼지는 후기부터 사육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무덤
3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무덤 등장과 관련한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석기시대를 공부하면서 많이 외웠던 것 중 하나는 무덤, 매장풍습이었습니다.
신석기인들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매장풍습을 갖고 있었죠.
가장 많은 형태가 구덩이를 파고 시신을 직접 묻는 형태로,
시신의 일부를 구부린 상태로 묻거나 주거 공간인 동굴에 무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조가비팔찌, 부산 가덕도 장항, 부산박물관
다양한 신석기 무덤에서는 토기, 돌도끼, 이음낚시, 숫돌 등
실생활에서 사용했던 도구나 동물 이빨로 만든 발찌, 조개팔찌, 귀고리 등의
장신구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껴묻거리가 없고,
있더라도 적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부산 가덕도 북서쪽 장항에서 우리나라 신석기시대 최대 규모의 무덤이 조사되었는데요.
이 장항 유적에서 조가비를 연결해 목걸이처럼 늘어뜨린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중국의 신석기시대 토기
또한 세계의 신석기토기를 살펴볼 수 있도록,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토기는 변형이 쉬운 점토를 붙여 형태를 만들기 때문에
제작하는 지역이나 집단, 시기의 특성이 반영되기 쉽기 때문이죠.
중국 신석기시대의 토기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데요.
중국 신석기문화의 대표적인 토기인 채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붉은색 토기 표면에 검은 선으로 기하학적인 무늬를 그렸는데요,
당시 사람들이 접촉했던 물고기, 새, 개구리, 돼지 등이 토기에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신석기시대 토기
일본 신석기시대의 토기를 살펴보는데요,
시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 시기에는 끝이 뾰족한 깊은 바리 모양이,
점차 항아리 모양으로 바뀌는데요.
중기 이후에는 입체적 무늬가 유행했다는 것을
전시된 토기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한반도의 신석기시대 토기
중국, 일본과 함께 한반도의 신석기시대 토기를 비교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죠.
한반도 최초의 토기인 고산리식 토기는 약 1만년전에 제주도에 등장했고,
그 이후에 덧무늬토기, 누른무늬토기 등 다양한 토기가 등장합니다.
흔히 빗살무늬토기라고 불리는 침선문토기는 신석기시대 전기에 출현한 후
한반도 전역에서 유행했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이곳에서 다시 되뇌어 보았습니다. ^^
▲동물 토우(왼쪽부터 통영 욕지도 발굴, 양양 오산리 발굴, 울산 세죽 발굴)
전시의 마지막은 신석기인의 예술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흙이나 돌, 동물 뼈 등을 재료로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만든 신석기 시대의 토우는
신석기 유적에서 종종 발견됩니다.
한반도에서 확인된 신석기시대의 토우는 한 손에 완전히 잡힐만한, 10cm 이내의 크기로,
토우는 예술작품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조형물입니다.
그들의 간절한 바람은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그것과도 다르진 않았을 것이라 상상해봅니다.
전시를 보면서 1만 년 전 무렵의 한반도의 환경과
신석기인이 그 시대에 생존한 삶의 방식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급격한 환경변화속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생활했듯이
우리 역시 직면한 환경변화에 잘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석기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
-관람료 : 무료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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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탐구생활 > '10~16 국립중앙박물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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