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보헤미아 유리에서 살펴보는 체코의 종교문화. 빛의 예술 보헤미아 전시. 국립중앙박물관

꼬양 2015. 2. 10. 22:50

 

 

[전시 리뷰]

찬란한 빛의 예술.

작은 충격에도 금이 가고 깨지는 유리는 보헤미아 유리공예가들의 손길을 통해

아름답고 황홀한 보석으로 태어났습니다.

 

그저 감탄하고 경이롭게 볼 수 밖에 없었던 전시.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는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요.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보헤이마 유리 및

체코의 역사와 문화 관련 유물 340여점이 전시가 되고 있습니다.

 

 

 

△ 보헤미아 유리, 전시관 입구

 

 

전시는

유리 제작의 기원과 중세, 르네상스와 매너리즘,

바로크와 로코코, 19세기의 보헤미아 유리,

20세기 전반의 체코유리, 1945년 이후의 체코유리,

이렇게 총 여섯분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꼼꼼히 둘러보다 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그저 작품에 눈이 멀고, 귀가 멀게 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이 전시를 체코의 종교문화쪽을 집중해서

전시를 살펴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포인트는

체코의 기독교 관련 유물이기 때문입니다.

 

체코인들은 기독과 신앙과 유리제작 기술을 결합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기에 더더욱 집중하고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전시가 열리는 특별전시관

 

 

사실 체코의 프라하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참으로 굴뚝같았습니다.

여행보다 먼저 한국의 박물관에서 이렇게 전시를 통해 체코의 문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중에 체코를 가면 체코국립박물관, 프라하 장식미술관을

꼭 들리겠노라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 요세프 융만에게 헌정된 잔, 1836년경, 체코국립박물관 소장

 

전시관 입구에 전시된 요세프 융만에게 헌정된 잔.

 

전시관 초입에서부터 체코의 유리공예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뚜껑 부분을 매우 정교한 세공 기술을 사용해 장식했고,

왕관처럼 생긴 부분 위로 분리가 가능한 십자가가 달려있는데

그저 놀랍기만 했습니다.

 

이 잔에는 이야기도 담겨있는데요,

체코의 야국자 요세프 융만을 위한 선물로 제작되었다고 해요.

융만은 체코어-독일어 사전을 발간해서 체코 문법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해요.

이로써 체코어는 당시 지배적이었던 독일어와 동등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는데요.

이에 대한 감사의 글귀가 체코어로 잔에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그저 독일어만 알기에 체코어를 배워보고도 싶어진다는 생각도 문득 들더라구요.

 

 

 

 

가운데 : 그리스도의 제자를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14세기 중반),

왼쪽, 오른쪽 : 성모마리아와 성 요한을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15세기 전반) 

 

 

체코에서는 선사 시대의 유리 팔찌와 구슬 등이 발견되었고,

이로인해 오래전부터 유리가 사용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코에서 유리 제작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것은 중세시대입니다.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번성했고,

왕과 귀족, 교회와 부유한 시민의 수요에 따라

유리 제작이 증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품질이 좋은 유리가 만들어졌죠.

 

성당과 일반 건물의 건축도 늘어났고,

스테인드글라스도 제작되었는데요.

색유리 조각을 납선으로 연결하고, '슈아르즐로'라는 기법의 검은색 그림을 그려 장식했습니다.

 

어두운 전시실에 한줄기 빛이 내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세 개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가장 시선이 갔던 것은

가운데 작품이었고요.

 

사실, 성당안에 특별한 종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성경의 가르침과 성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스테인드 글라스입니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에서도, 모나코의 모나코 성당에서도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느라 참으로 정신이 없었던 때가 떠오릅니다.

 

예수의 제자를 표현한 이 스테인드 글라스는 총 6점이

체코 서부지방 제브니체에 위치한 작은 시골성당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요.

특히나 이 작품들은 체코에 남아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가 이렇게 한국에 왔으니

이 작품은 꼭 보고 가셔야겠죠? 

 

△ 왼쪽부터 성작, 성체안치기, 성합(15세기 후반 슬로바키아, 15세기 보헤미아, 1250~1300 보헤미아)

 

스테인드글라스 아래에는 성작 성체안치기, 성합이 고풍스럽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에서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신성한 피를 상징했기에

성작은 가톨릭 미사와 프로테스탄트 예배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는군요.

 

가운데의 성체안치기는 마치 고딕 성당의 탑을 연상케합니다.

 

성합은 성체를 보관하는데 쓰이는 제구로,

사제는 항상 장갑을 끼고 성합을 들었다고 하는군요.

 

사실 제 종교는 기독교가 아니지만,

전시 관람을 하면서 많은 부분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수놓은 제의, 1500~1530년, 보헤미아와 중유럽

 

전시관에는 유리 예술품을 비롯해서

여러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기에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섬세하고 정교함에 감탄하게 되었던 제의가 있었습니다.

 

제의는 사제가 미사 때 착용하는 옷으로,

비단, 금, 은, 보석 등 최고급의 재료로 만들었네요.

 

 

특히나 제의에 표현된 그리스도의 몸은 제자들과 슬퍼하는 성모마리아,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받는 천사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제의는 최고 수준의 자수로 중유럽의 후기 고딕과 초기 르네상스 사이의 양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십자가 목걸이, 16세기 전반

 

이제는 르네상스와 매너리즘시대의 유물을 살펴보는데요.

르네상스 시대, 유럽의 유리도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비싼 베네치아 유리를 모방한 제품이 전 유럽에서 제작되기 시작했는데,

체코의 유리공예가들도 독창적인 방식으로 기술과 양식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진주, 에메랄드, 루비가 박힌 화려한 십자가 목걸이가 시선을 끕니다.

이러한 십자가 목걸이는 로마 카톨릭에서

성직자를 상징하는 표시였다고 하죠.

이 목걸이는 전형적인 고딕양식을 보여줍니다.

 

 

▲ 삼손이 그려진 유리창, 1604년 중부 보헤미아

 

동그란 작은 유리창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유리창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더 강했던, 아기자기 느낌이 진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그림의 뜻은 좀 섬뜩합니다.

삼손이 나귀의 턱뼈를 쥔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묘사되었거든요.

성경에 따르면 그는 이스라엘 민족을 탄압하고

분쟁을 일으켰던 블레셋 사람 천 명을 나귀의 턱뼈로 때려죽였다고 하죠.

 

 

 

△ 성 프로코피우스 전설이 있는 팔라디온, 미니어처는 1669년 이후, 부조는 1720~1740년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

부조와 그림이 섬세하게 조화된 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성 프로코피우스 전설이 있는 팔라디온'인데요

팔라디온은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그림인데,

체코 가톨릭 신자들은 이 그림에 국가를 수호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작품은 신자가 개인적인 신앙심에서 만든 것이라고 하니

그저 놀랄 뿐이죠.

 

▲ 왕관을 쓴 아기예수상, 1740~1750년대, 보헤미아 또는 오스트리아

 

뽀얗고 보들보들한 아기피부를 가진 아기예수상.

진한 쌍꺼풀과 보조개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귀여우면서도 위엄이 느껴지지만,

왠지 영험한 힘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도 듭니다.

 

현재 프라하의 소 지구에 있는 성모 성당에 안치되어 있는 아기예수상은

16세기 중반 스페인에서 제작되어 17세기 초반 프라하로 옮겨졌습니다.

 

전시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이 아기예수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관광객들과 순례자들은

이 아기 예수상에 기적의 힘이 있다고 믿고, 이 성당을 찾죠.

 

 

 

▲ 평화의 십자가, 1767년, 프라하

 

십자가 보관함까지 같이 전시된 십자가.

 

이 십자가는 제단 위에 올려놓고 숭배하는 용도로 사용되었고,

신자들은 여기에 입맞춤하며 충실한 믿음을 표시했습니다.

십자가는 황수정과 다양한 색의 크리스털 유리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 유리 공예가들은 17세기부터 다이아몬드를 모방한 유리 제작으로 유명했습니다.

 

 

 

▲ 주기도문을 새긴 잔, 1840년경

 

19세기 보헤미아 유리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제작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정교한 커팅과 유리에 색을 넣는 다양한 방법으로

마치 유리로 만든 그릇 자체가 보석처럼 보이게 했는데요.

유리를 이용해 만든 장신구 산업도 크게 발달했습니다.

 

유리잔조차 보석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바로 이 코너였습니다.

특히 주기도문을 새긴 잔은 기독교 신자라면 저절로 기도를 하게 될 법한 성스러움을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처럼 복잡한 기술로 제작한 잔은

주기도문을 새긴 잔들 중에서도 고가라고 하는군요.

 

주기도문 내용에 해당하는 7개의 삽화가 그려져있고

작은 사각형 띠가 각각의 장면을 구분해줍니다.

 

 

전시를 통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보헤미아에서 생산된 다양한 유리 공예품들을 볼 수 있었고,

보헤미아 유리가 끊임없는 노력과 기술 개발로 유럽 최고에 이르는 과정을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유물을 살펴보면서 체코의 기독교 문화를 잠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스테인드글라스와 중세의 제의복,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위엄이 느껴지는 아기예수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 제가 포스팅에서 언급한 유물들은 일부입니다.

궁금하시면 전시를 통해 직접 만나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다 보여드리면 재미없잖아요~ ^^

 

그리고 전시를 보고나면,

'유리가 이렇게 보석처럼 빛나보일 수가 있구나!' 라고 바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다이아몬드보다 더 찬란히 빛나던 유리공예품을 만날 수 있던 황홀한 시간이었습니다.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

전시기간 : 2015. 2. 10 ~ 2015. 4. 26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

관람요금 : 무료

 

 

공감  꾹 눌러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