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일제강점기 문화재로 살펴보는 일본의 검은 속마음. '동양을 수집하다' 일제강점기 아시아 문화재의 수집과 전시

꼬양 2014. 12. 12. 06:30

 

 

[전시 리뷰]

박물관은 왜 존재할까요?

유물은 왜 박물관에 있는 걸까요?

우리는 박물관의 유물을 감상하면서 그 자체가 갖는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이해하고 즐깁니다.

 

하지만, 박물관, 미술관에 수집되고 전시되는 행동에 정치적 의미가 더해진다면 어떨까요?

식민사관을 심기위한 의도가 뿌리깊게 깔렸다면요?

 

상상만해도 너무나 소름이 끼치죠.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은 그러한 행동을 시작합니다.

아시아의 역사를 작위적으로 해석하고 왜곡하기위해 문화유산을 수집하고 전시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제강점기의 왜곡된 시선과 자료를 바로잡고자,

매년 관련된 전시회, 학술대회, 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있는데요.

 

그 일환 중 하나로 역사적 배경과 문화유산이 가진 의미를 함께 알아가는 의미로

이 특별전시회를 개최했습니다.

 

'동양을 수집하다' 전시회에는 조선총독부박물관, 이왕가박물관, 이왕가미술관에서

수집한 아시아 유물 200여점이전시되고 있습니다.

 

 

△ 일제강점기 아시아문화재의 수집과 전시가 열리는 특별전시실

 

전시는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는 '동아시아의 고대: 조선총독박물관',

2부는 '서역미술 : 조선총독부박물관 경복궁 수정전',

3부는 '불교조각 : 이왕가박물관 창경궁 명정전',

4부는 '일본근대미술 : 이왕가미술관 덕수궁 석조전'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전시회 제목에서 뭔가 찾으셨나요?

'동양'에 왜 빨간색이 칠해졌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동양이 13세기 중국에서 사용되었을 때는 중국 광저우를 기준으로 동쪽 바다를 의미했다 합니다.

여전히 중국에서는 그런 뜻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19세기후반 일본은 유럽열강을 서양이라 칭했고,

그에 대응하는 말로 '동양'이라는 단어를 제시합니다.

 

그들의 속마음은 일본이 서양과 동일한 위치가 되길 원하는 바람에서였습니다.

중국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이 아시아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이 고스란이 담겨있던 것이죠.

 

 

△ 구 조선총독부 건물 중앙홀 북벽벽화, 와다 산조, 1926년

 

조선총독부 건물의 벽화가 전시관 입구에서 시민들을 먼저 맞이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조선총독부 건물이 그대로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건물 그대로 남겨놓고, 일본에게 그들이 한 짓을 그대로 보여줘야하는데 말이죠.

 

조선총독부 건물은 1916년 착공하여 1926년 완공되었습니다.

벽화의 제작은 일본의 화가 와다 산조가 담당했다고 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의 낙원을 상징하고자 조선과 일본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날개옷 설화(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고 하는데요.

총독부 청사와 함께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도록 마 재질의 캔버스 위에

일본의 전통종이인 도사 지를 붙여 사용했다고 합니다.

 

즉, 벽화는 한국과 일본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영구적인 식민통치를 의미했던 것이죠.

 

의미를 알면알수록 참으로 소름이 끼칩니다.

 

 

△ 전시장 내부의 문구, 과연 일본는 어떤 시선으로 문화재를 수집했을까요?

 

일본은 스스로 동양 유일의 문명국이라 생각했고

낙후된 동양을 근대화의 세계로 인도할 적임자라 자부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자신들의 시선으로 아시아 각국의 역사를 해석하고

박물관에 담기 시작합니다.

 

우리 문화재뿐만 아니라 중국, 중앙아시아, 일본 등 아시아 각지의 문화재를 수집합니다.

 

이번 특별전은 일제강점기 아래 아시아 문화재가 수집된 역사적 상황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살펴보면서 생각해야할 점은

'어떤 이유로 그들이 식민지에서 아시아 문화재를 수집했다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좋은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 의미를 바로 보고, 유물에 담긴 역사를 제대로 봐야하는 것이죠.

 

 

△ 반가사유상, 1914.4.1 우라타니 세이지에서 구입

 

이왕가박물관 소장 중국 불교조각을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나무 밑둥을 용이 휘감고 있고, 우아하면서 웅장함이 느껴지는 조각인데요.

 

흔히 '백옥상'이라 불리는 이 유형의 불상은

중국 남북조 시대에서 당대까지 다수 제작되었습니다.

 

이왕가박물관...

이 단어가 참으로 낯설게 느껴집니다.

 

대한제국의 제실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1909년 창경궁에서 개관했지만

1910년 국권을 빼앗기면서 명칭이 이왕가박물관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1908년 개관을 준비하면서 고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우리 문화재분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문화재도 함께 구입했다고 해요.

 

 

화폐, 비녀 등의 한나라 시대의 유물

 

조선총독부박물관은 개관 초기부터 국외 문화재를 수집합니다.

중국 문화재 대부분은 한나라 것이 많았는데,

평안남도에서 출토된 낙랑 유물과 비교하기 위한 자료였습니다.

 

당시 그들은 한이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낙랑을 설치하면서

우수한 중국문화가 들어와 한반도의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즉, 한나라의 문화재는 '타율적인 조선사'를 강조하기 위함이었죠.

 

고대 일본 토기는 한번도 남부에서 출토된 토기와 함께 전시됩니다.

두 지역의 토기가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과거 두 민족이 매우 친밀한 관계였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일본은 치밀하게 식민통치의 주요 슬로건이었던 '내선일체(조선과 일본은 하나)'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죠.

 

 

 

△ 한나라 시대의 화상전과 화장실 건물 모형

 

흙으로 만든 벽돌에 다양한 조각을 한 것을 화상전이라고 합니다.

가운데 작은 화장실 모형이 시선이 사로잡더군요.

한나라 시대에는 건축물 모형을 만들었는데,

화장실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2층 구조로 된 단 위에 화장실을 만들어 계단 위로 올라가고,

아래 공간에는 배설물을 이용해 돼지 등의 가축을 사육했다고 하는군요.

 

순간 제주도 옛날 초가집이 떠올랐습니다 ^^

제주도도 옛날 옛적에~ 화장실이 이랬거든요.

 

 

△ 여인, 8~9세기, 투루판무르투크, 1916.5.15 구하라 후사노스케 기증

 

갸름한 얼굴과 균형잡힌 이목구비가 너무나도 인상적인 상.

 

불법을 지키는 신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베제클리크 석굴의 서원도에는 여성 공양자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갑옷을 입고 있다하는군요.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이 상도 불교적 내용을 다룬 부조에 등장하는

높은 신분의 여성 공양자를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합니다.

 

△ 명기, 6~7세기, 투루판 아스타나 고분군, 1916.5.15 구하라 후사노스케 기증

 

고베, 잔, 항아리 등 다양한 형태의 명기입니다.

 

무늬가 너무나도 독특해서 계속해서 보게 되는데요,

이러한 무늬가 들어가게 된 이유는 고대 페르시아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이라고 하는군요.

 

△ 부처의 얼굴, 4세기경, 아프가니스탄 핫다 출토, 프랑스 기메박물관장 요제프 아캥 기증

 

일본의 유물 수집은 참으로 범위가 넓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핫다에서 출토된 부처의 얼굴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핫다는 힌두쿠시 산맥을 관통해 파키스탄 페샤와르와 아프가니스탄의 잘랄라바드를 연결하는

카이베르 패스의 중간에 위치한 고대유적입니다.

 

훈족의 침입을 받아 파괴되기 전까지는 불교가 번성했고,

중국 구법승의 기록에도 '혜라성'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국립박물관위원회는 영국박물관에도 핫다 출토품 20여점을 제공했다고 하는군요.

유물은 발굴자가 갖는게 맞는건지, 그 지역, 그 국가 것이 맞는지...

 

정말 아이러니하죠.

열강 세력에 억눌려 기죽고 살던 나라들만 억울할 뿐이죠.

 

△ 반가사유상, 북위, 1939.12.16, 아마이케 시게타로에게서 구입

 

우리나라의 반가사유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북위시대의 반가사유상.

가늘고 긴 얼굴과 몸이 참으로 인상적이네요.

가냘프고 자그만한 이 불상이 1,500년동안의 세월을 머금었다니, 그저 놀랄 뿐이구요.

 

이왕가박물관은 이 불상을 아마이케 시게타로에게서 3,500원에 구입하는데요,

이 액수는 같은 해에 개통한 경춘선 철도의 첫날 수입에 해당한다고 해요.

 

아마이케는 대표적인 골동상점을 운영한 인물로

조선총독부박물관과 이왕가박물관에 많은 유물을 팔았다고 합니다.

 

▲ 불비상

 

직육면체 형태의 돌에 전후좌우 4면에 불상을 조각한 비석, 불비상.

북위시대부터 당나라까지 제작된 불교미술입니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만들어졌고, 특히나 만들어진 시기와 배경이 기록된 예가 많아서

같은 시기의 불교조각과 신앙 활동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라고 하는군요.

 

각 불비상마다 이야기와 사연을 담고 있을 것만 같네요.

 

보살, 송, 1922.1.15 요시다 겐조에게서 구입

 

송나라 시대의 목조보살상...

제법 크기가 컸습니다.

보살의 얼굴은 상당히 여성적이고, 불상은 섬세했는데요.

여성스럽고 우아한 느낌이 물씬 들었습니다.

표면에는 흰색, 붉은색, 녹색, 청색 등의 채색이 남아있는데

후대에 보수를 하면서 더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 가섭, 송, 1920.3.30 에토나미오에게서 구입

 

석가모니의 제자인 가섭.

가섭상은 간쑤성 둔황 막고굴에 잘 보존되어 전한다고 하는데요.

당시 조선총독부박물관 관련 출판물에서는 오타니 탐험대가 둔황에서 수집한 것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수집욕심은 중국 대륙 안쪽의 간쑤성까지 뻗쳤네요.

 

△ 화북의 가을, 야자와 겐게쓰, 1942~1944

 

마지막으로 일본 근대미술을 만납니다.

덕수궁 안의 대표적인 건물 석조전은 미술관으로 단장됐고

당시 일본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일본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심사위원 및 초청작가로 활동했기에

조선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덕수궁의 일본미술 전시는 주목을 받았고, 조선에 일본미술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화북의 가을'이라는 작품속에서는 중국 화북지역의 평화로운 가을을 볼 수 있지만,

한문글귀가 참으로 역설적이었죠.

'대동아전쟁을 완성하자', '영미를 격멸하자'라는 글로

일본의 야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유물에 감춰진 일본의 검은 속마음.....

 승자의 관점에서 아시아 역사를 해석하고,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려했던,

 유물과 미술작품을 군국주의에 활용한 일본을

이번 전시를 통해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와 '수집'.

그냥 지나쳤던 단어들이었지만

이번 전시를 보면서 새로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유물 뒤에 감춰진 검은 역사도 이제는 똑바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양을 수집하다 - 일제강점기 아시아 문화재의 수집과 전시

-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

- 전시기간 : 2014.10.28~2015.1.11

- 관람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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