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청화백자의 푸른빛과 시에 젖어들다. 조선청화전. 국립중앙박물관

꼬양 2014. 11. 12. 06:30

 

 

[전시리뷰]

하늘은 높고 파랗고,

이 가을하늘을 계속 볼 수는 없을까요?

 

그런데 가을 하늘의 푸른빛이 백자에 머물렀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기획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청화백자 전시인데요.

새햐안 백자와 그 위에 그려진 파란 그림을 통해

공예와 회화가 어우러진 조선왕실의 미의식과 현대로의 계승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을하늘의 푸른빛을 닮은 청화백자,

그리고 시.

 

▲ 기획전시실 입구

 

 

▲ 왼쪽 2개 : 항아리, 오른쪽 : 병 (조선 15~16세기)

 

전시는 5개의 주제로 나뉩니다.

 '조선백자 그리고 청화백자',

'청화백자, 왕실의 예와 권위', '문인이 사랑한 청화백자',

'청화백자, 만민의 그릇이 되다',

'현대에 살아 숨쉬는 청화백자의 미감' 이 바로 그것인데요.

 

푸른 가을하늘빛의 청화백자를 만나기전에

먼저 우아한 백자를 만나봅니다.

 

조선왕조는 백자를 왕의 그릇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조선 왕실의 백자는 경기도 광주 관요,

사옹원(조선시대 임금의 식사와 대궐 안의 음식 공급에 관한 일을 관장하기 위하여 설치했던 관서)의 분원에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백자 위에 왕실 도화서의 화원들이 코발트 안료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 구름용무늬 항아리 (조선 17세기)

 

 

조선왕조는 유교의 이념을 따르고

'예'를 중시하죠.

 

특히나 궁중잔치때 꽃이나 술을 담았던

청화백자 구름용무늬항아리는 왕실의 예를 대표하는 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왕실의 청화백자는 범접할 수 없는 권위를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명대 청화백자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오래지 않아 조선만의 특징을 갖추게 되었고 이후 일본과도 교류했습니다.

 

 

▲ '제'가 쓰여진 접시 (조선 18세기)

 

'祭'가 쓰여진 접시들도 있었는데요.

간결하면서 엄정한 이 형태의 제기에서 묘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 전시실 전경

 

 

가을의 서정성과 참 잘 어울리는 청화백자들도 만나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공간의 청화백자들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 시가 쓰여진 매화무늬병(조선 18세기)

 

이 매화무늬병에 쓰인 시는

'술에 취해보니 하늘과 땅이 크고

병 안에 해와 달이 가득하네'

랍니다.

 

술 병에 이런 낭만적인 한시를 적을 생각을 누가 했을까요.

 

△ 시가 쓰여진 술병 (조선 18~19세기)

 

빼곡하게 한시가 적힌 병.

병을 둘러가면서 시를 적어놨는데요.

 

이 술병에 적힌 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유리 술잔에 호박처럼 노란 술은 독하고,

조그만 술통의 술은 진주처럼 붉구나.

용을 삶고 봉황을 구우니 옥 같은 기름이 지글지글,

비단 병풍 수놓인 장막은 향그런 바람에 싸여있구나.

용 피리 불고 악어가죽 북을 치니,

하얀 이 드러내며 노래하고 한 줌 허리 놀리며 춤추네.

하물며 이 봄도 저무려하고,

복사꽃 어지러이 붉은 비 오듯 떨어짐에랴.

그대에게 권하노니 종일토록 마시고 양껏 취하자꾸나.

이 술이 유령의 무덤에까지 가지는 않을테니'

 

조선왕실뿐만 아니라 문인도 이 청화백자를 사랑했죠.

문인들이 그리고 감상했던 사군자, 산수, 인물, 동물의 그림과

시를 청화백자에 장식했답니다.

 

청화백자 속에서 만나는 한시는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 좌, 우 : 시가 스여진 병 (조선 18~19세기)

 

△ 왼쪽 : 산수매화 대나무무늬병(조선 19세기), 가운데 : '함풍성조'가 쓰여진 산수무늬 병(조선 19세기), 오른쪽 : 산수무늬병(조선 19세기)

 

백자에서 한 폭의 푸른빛 수채화를 만납니다.

볼수록 묘하게 끌리는 산수무늬병이에요.   

 

△ 상단 :윤회매 백매, 하단 - 왼쪽 : 석류분재무늬 항아리, 가운데 : 풀꽃무늬 항아리, 오른쪽 : 국화 난초무늬 항아리

 

기품있고 우아한 윤회매 백매.

 

윤회매는 사실 청화전을 관람하면서 처음 접한 단어였는데요,

윤회매는 밀랍으로 만든 조매를 뜻합니다.

 

벌이 꽃에서 꿀을 따고 꿀에서 밀랍이 생기는데,

이 밀랍으로 다시 매화를 만들었기에 윤회매라고 이름지었다고 합니다.

실학자 이덕무(1741~1793)가 윤회매를 만들어서 보급했다고 해요.

 

 

 

△ 다양한 청화백자무늬 그릇

 

조선 후기에 이르면 왕실과 사대부, 문인지식층 외에도 더 많은사람들이 청화백자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국 연경의 시장으로부터 값싼 청화연료가 대량으로 수입되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청화백자를 생산하게 되었는데요.

 

민화풍의 그림이 청화백자 무늬로 등장하고,

호랑이와 박쥐, 십장생, 용, 봉황, 잉어, 복숭아 연꽃 등

장수와 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소재들이죠.

 

 

△ 왼쪽 : '운현'이 쓰여진 영지 넝쿨무늬 병, 가운데 및 오른쪽 : '운현'이 쓰여진 영지 넝쿨무늬 항아리(조선 19세기)

 

운현궁의 청화백자도 바깥나들이를 했는데요.

 

현종대 무렵부터는 한글로 그릇 바닥에 명문을 쪼아 새기거나

청화 안료로 사용처를 쓴 예들이 나타났는데요.

 

청화 안료로 사용처를 쓴 대표적인 예는 운현궁에서

사용하기 위해 '운현'이라는 글씨를 쓴 청화백자입니다.

 

△ 청화백자의 안료, 산화코발트와 파란색 안료들

 

파란색을 내는 안료들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지는 순간,

 

전시장 끝자락에는

안료를 전시해놓고 있었습니다.

 

청화백자의 안료인 산화코발트는 천연광물 상태에서는 흑갈색이지만

가마에서 높은 온도를 이겨내면서 신비스러운 청색이 된다고 해요.

 

 

△ 나만의 조선청화를 그려보는 시간

 

눈으로 청화를 감상했다면,

이제는 청화를 직접 그려보는 시간이랍니다.

 

그림솜씨가 있든 없든 나만의 조선청화를 그릴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죠.

 

△ 청화 모양의 종이와 싸인펜

 

항아리와 병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마음대로 그려보면 됩니다. ^^ 

 

△ 스크린과 연결된 스캐너

 

그림을 다 그린 후에 이렇게 스캐너에 넣고 스캔을 하면

스크린에 청화가 나타난답니다.

 

△스크린에 나타난 청화

 

저도 그림을 좀 그려봤는데요.

병이 아닌 항아리에 그려봤답니다.

제가 그린 청화가 저렇게 스크린에 나왔어요 ^^

 

즐거운 경험이었는데요.

 

좀 더 신경써서 그릴 걸 하는 마음은...

스크린에 제 그림이 뜨고나서야 들었네요 ^^;;; ㅎㅎㅎ

 

 

△ 청화백자를 칠해보는 시간

 

전시관 외부에는 도자기를 칠해보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정말 많이 참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을 하늘의 푸른빛을 닮은 청화백자.

하얀 백자에 그려진 푸른빛 그림은 청량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조선청화전은 11월 16일까지 열립니다.

이 가을처럼 이 전시회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가을이 지나가기전에

조선청화전 관람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

- 전시기간 : 2014. 9. 30~ 2014. 11. 16

-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관람료 : 일반 - 5,000원, 중고등학생 : 4,000원, 초등학생 : 3,000원, 유아 : 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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