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중국 명필의 글씨, 한자리에서 감상하기. 중국 법첩. 국립중앙박물관

꼬양 2015. 1. 15. 06:30

 

 

[전시 리뷰]

아주 어릴 적 글씨를 예쁘게 쓰고 싶어서

서예를 잠깐 한 적이 있었습니다.

붓글씨는 참으로 어렵더군요. ^^

물론.. 붓글씨보다는 연필로 글씨나 연습하자고 다짐하곤

스스로 그만두었다는 어릴 적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멋지고 예쁜 글씨에 대한 로망은

아주 먼 옛날 중국에서도 있었습니다.

옛 명필의 글씨를 보고 느끼며 배울 수 있도록 만든 책자 모양의 서첩을 법첩이라고 하는데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테마전시실에서는

'서예의 길잡이, 중국 법첩'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쁜 글씨를 열심히 따라쓰고 연습하듯,

옛 문인들도 마찬가지로 그랬답니다 ^^

 

 

▲ '중국 법첩' 전시회가 열리는 상설전시관 1층 테마전시실

 

1층 테마전시실에서 열리는 '중국 법첩' 전시.

이 전시는 3월 15일까지 열린답니다.

 

'법첩'은 명필의 글씨를 안전하게 보존하며 감상하기 위해

글씨를 모사해 부본으로 만드는데요.

보다 편리하게 감상하고 보관할 수 있도록 책 모양으로 만들면서 발전했습니다.

 

물론 이 법첩을 통해 옛 명필의 글씨를 감상할 수도 있지만

작품이 없어졌을 때에는 진품의 글씨를 확인할 수 있어

옛날에 만든 법첩일수록 가치가 높다고 하는군요.

 

앞서 언급했듯이, 법첩은 서예의 중요한 교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 순화각첩, 북송 992년

 

 

중국 최초의 법첩은 오대십국(907~960) 남당(937~975) 에서 제작된

'승원첩'이며, 역대 글씨를 정리한 최초의 집첩(전집법첩)은

북송 태종 순회 3년(992)에 제작된 '순화각첩'이라고 합니다.

 

이 순화각첩은 법첩 제작의 기준이 되었다고 해요.

 

천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만나는 글씨.

왠지 모를 힘이 글씨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 태산 금강경, 북제(550~577년), 해서

 

'티끌모아 태산', '갈수록 태산', '할 일이 태산'....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라는 양사언의 시조까지...

이 문장들에 나오는 '태산' 아시죠?

 

중국 산둥성 태산 경석욕에는 금강경이

총 1040여자로 새겨져 있습니다.

 

그 중 12자의 탑본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데요,

이번 법첩 전시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수많은 서예가들은 태산의 거대한 너럭바위의 금강경 글씨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탑본은 주로 먹물로 하지만 이렇게 주묵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한진석각묵영(모서), 중국 민국 4년 1915년, 나진옥

 

법첩을 만들기 위해서는 글씨를 정확하게 모사해야겠죠.

모사에도 4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번째 모서, 친필 위에 종이를 깔고 글씨를 직접 덧써서 본뜨는 것을 말합니다.

임모는 친필을 옆에 놓고 특징을 정확히 관찰하여 옮겨쓰는 것을 뜻하고,

탑모는 윤곽선만 베끼고 안쪽을 메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모각은 모사한 글씨를 돌이나 나무판에 옮겨 새겨서 탑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글씨 테두리를 그대로 그려 글씨형태를 볼 수 있는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청의 문자학자 나진옥이 한과 진의 석각 글씨를 정리한 책,

한진석각묵영인데요.

 

종이를 대고 글씨의 형태를 본뜨는 모서의 기초단계인 이 모사방식은 탑모로 발전했다고해요.

 

 

▲ 난정계회도, 명, 전 당인(1470~1524)

 

서예를 이상적 경지로 끌어올린 왕희지.

그는 귀족적 격조가 깃든 글씨를 쓴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특히나 그는 난정에 모여 계제사를 지내고, 술잔을 띄워 돌리며 시를 짓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왕희지의 난정계사 모임은 시와 문학, 그림으로 끊임없이 표현된 주제였다고 합니다.

강물에 술잔을 띄워 돌리며 시를 짓던

당시의 정경을 섬세하게 담은 이 그림은 명의 문인화가 당인이 그렸다고 해요.

 

전... 그림을 보다보니 경주 포석정이 생각나더군요 ^^

 

▲ 석고문, 전국시대 (기원전 403~기원전 221년), 전서, 대전

 

 

전시를 보다보면 서체의 종류에 대해 알 수 있는데요.

서체는 읽기 쉽고, 쓰기 편한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서예의 발전과 깊은 관련이 한자의 서체는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아름다움도 갖게 되었죠.

 

대표적인 한자 서체에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가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석고문으로 북 모양의 새겨진 글씨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중국 석각 문자로, 사냥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주나라때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전국시대 진대의 것으로 보고 있답니다.

 

전서는 고대 한자에서 발전했고,

진의 중국통일 이전에 쓴 대전과 중국 통일 후 문자개혁으로 정리된 소전이 있습니다.

대전은 글자 모양이 다양하고 변화가 큰 반면,

소전은 대칭적인 균형을 갖추었고, 필선도 고르며 상형성이 많이 줄었습니다.

 

△ 권량명, 진(기원전 221~기원전 206년), 전서

 

탁본을 한 형태가 참으로 오묘한데요.

이것은 무게와 부피를 재는 저울인 권량에 새겨진 글씨를 탁본한 것이랍니다.

 

중국을 통일한 후 진시황은 나라마다 달랐던 복잡한 대전을 정리하는데,

이것이 소전입니다.

 

소전의 서체는 비석뿐만 아니라 이와같은 권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노나라 효왕의 각석, 전한(기원전 56년), 예서

 

아주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탁본이 있었는데요.

이것은 노나라 효왕의 각석으로,

전한 선제 오봉 2년에 노나라 효왕이 영광전의 완성을 기념하며

건물벽에 붙였던 정초석입니다.

 

여기에 새겨진 것은 고예(古隸)로, 형태는 예서지만, 필획은 전서에 가깝습니다.

 

예서는 전서체에서 정리된 서체로 오늘날의 한자 형태를 띱니다.

전한때 많이 쓴 고예는 정사각형에 가깝고 전서의 필획으로 썼고,

모양이 납작하고 물결 모양의 가로획이 특징인 팔분서는 후한 때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 수선비, 삼국시대 위 (220년), 예서

 

중국의 삼국시대(220~280년)의 위나라 조비의 황제 등극에 관한 기록입니다.

수선표라고도 하는데요.

한나라의 예서를 잘 계승한 위나라의 대표적인 예서로 평가되며,

당나라의 예서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합니다.

 

▲ 적벽부, 원(13세기 후반), 조맹부, 해서

 

원나라와 명나라에 이르러 전통 고전 서예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진전됩니다.

때문에 한층 더 깊이있는 서예표현이 이루어졌는데요.

조맹부는 왕희지 글씨의 본질로 회귀하는 복고를 추구했다고 해요 ^^

 

조맹부는 왕희지 글씨의 요체를 깨닫고 자신의 글씨로 소화해 송설체를 이루어냅니다.

단정하면서도 날카로운 풍모를 갖추고 있죠.

 

해서는 예서를 정리한 것으로 한자의 표준이자,

본보기가 되는 모범서체랍니다.

획을 짜임새있게 정리해 읽고 쓰기가 좋죠.

후한 후반기에서 삼국시대에 서체가 이루어졌습니다.

해서는 여러 서체의 장점을 모아 정리했기에 서예를 공부하는데 기본이 되죠.

 

△ 금강반야바라밀경, 청(1801년), 옹방강, 해서

 

청대에는 서예의 과거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재조명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입니다.

명필이었던 황제 건륭제를 비롯, 옹방강 등 수많은 서예가들이 활동합니다.

 

특히나 옹방강에 주목했는데요.

그는 청대 제일 서예가이자 감식가로 비학과 첩학을 모두 아울렀는데요.

이 옹방강의 글씨는 추사 김정희의 젊은 시절 서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해요.

 

 

△ 강엄의 시, 북송 1080년, 미불, 행서

 

남조 양나라의 시인 강엄의 시 '종관군건평왕등노산향로봉'을 쓴 것입니다.

미불의 글씨는 먹선의 조절과 변화가 큰 필획으로 표현,

감각적인 개성이 넘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행서는 해서를 약간 흘려 쓴 흘림체로 해서와 초서의 장점을 지녔습니다.

해서의 자형을 유지하며 초서의 필획으로 편하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없고 초서와 같은 생동감이 있죠.

특히나 행서는 오늘날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 자서첩, 당(777년), 회소(725~785년), 초서, 복제품

 

초서는 행서와 달리 예서의 획을 최대한 간략하게 줄인 흘림체입니다.

속도감과 필선의 변화로써 흥취와 예술적인 서예 표현에 가장 좋지만

읽고 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장초에서 시작돼 동진 이후 금초로 발전하고 이후 광초로 이어졌습니다.

 

특히나 회소는 당의 승려로 변화와 흥취, 기운이 뛰어난 자유분방한 초서를 썼는데,

이를 광초라고 합니다.

자서첩은 회소 자신의 삶과 글씨에 대한 깨달음을 담고 있는데,

이 글씨는 초서 예술의 최고 경지로 평가됩니다.

 

전시를 통해 다양하고 아름다운 한자 서체도 보고,

중국 명필의 글씨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지만,

집중하고 살펴보다보니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한글에도 다양한 글자체가 있듯이,

한자에도 다양한 서체가 있었던 것이죠 ^^

다만 한자라서 조금 어렵게 느껴질 뿐이라는 것~

 

이 전시는 3월 15일까지 열리니,

서예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중국 명필의 글씨를 감상하고 싶은 분이라면

얼른 가서 관람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

가장 중요한 관람료는 무료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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