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3~15 남양주 슬로라이프 서포터즈

사라져가는 우리 재료로 만든 이탈리아요리 맛보기, 박찬일 셰프와 함께한 슬로푸드 국제대회 간담회

꼬양 2013. 6. 28. 06:00

 

 

빠른 현대사회,

걸음만 빨라지는 게 아니라 패션도, 음식도, 모든 게 빨라지고 있죠.

 

가끔은 느리게 가는 것도 좋지만,

음식만큼은 좀 더 천천히, 즐기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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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맛 좋고, 깨끗한, 공정한 음식을 누릴 권리가 있으니까요.

 

2013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가 10월 1일부터 6일까지

남양주체육문화센터와 유기농테마파크에서 6일간 열리는데요,

그 전에 이태원의 인스턴트 펑크 레스토랑에서는 슬로푸드 테이스팅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슬로푸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깨닫고,

사라져가는 우리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을 맛보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패스트푸드와 조미료에 찌든 제 혀가 얼마나 고생을 하면서 살았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지요.

 

제 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아닌데,

여태껏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지 못하고 잠을 자고 있었네요.

 

깨어나라, 미각아!

 

 

 ▲ 유기농 풀을 먹여 천천히 사육한 한우고기를 숙성시켜 만든 스테이크와 적토미 리조또

 

 

 

 

박찬일 셰프와 함께하는 2013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 간담회.

 

슬로푸드 국제대회, 참 생소한 대회기도 합니다.

슬로시티는 우리나라 몇 개가 지정되어 있지만, 슬로푸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지요.

 

이번 남양주시에서 열리는 아시오 구스토는 이탈리아 토리노시에서 열리는 "살로네 델 구스토",

프랑스 뚜르시에서 개최되는 "유로구스토"와 더불어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세계3대 슬로푸드 국제대회입니다.

 

전세계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하는 음식축제로, 2년에 한번씩 열리는 대회지만,

아시아 최초의 슬로푸드 국제대회라는 점에서 의의가 더 깊습니다.


각국의 음식전문가가 진행하는 다채로운 맛보기 시연이 진행되고,

전 세계의 사라져가는 종자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통해 혀는 맛보는 즐거움에 빠지게 되겠죠.

소멸 위기에 처한 농산물, 전통음식 등을 목록으로 만들고 관심을 유도하는 프로젝트를 말하는 "맛의 방주".

70개국의 1,186종이 등록되어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음식, 품종은 하나도 등록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번 슬로푸드 국제대회를 통해

제주도의 푸른장단콩, 울릉도 칡소, 전주 앉은뱅이밀, 장흥 적토미, 연산 오골계

이렇게 5가지를 등록시킬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곡물, 가축 등등이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어쨌든 축제기간동안 전세계 1,000여 생산자 단체와 좋은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 단체가 전시와 교육 및 체험 행사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각계 각층 30여 만 명이 좋은 음식, 깨끗한 음식, 공정한 음식,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즐기기 위해 참가한다고하니

10월에 열릴 이 대회가 참으로 기대됩니다.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는 뜻의 슬로푸드.

빠르게 조리되어 제공되는 음식도 패스트푸드이고,

오랜시간에 걸쳐 만든 음식이지만 음식에 대한 가치와, 생산자에 대한 배려,

지역의 식문화와 스토리를 담고 있지 않으면 패스트푸드라는 뜻이 됩니다.

 

음식에 어떤 재료가 쓰여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불분명하고,

산업적으로 대량생산된 전통음식(이를테면 공장에서 화학약품처리하고 나온 장류 등)들도

슬로푸드라고 부를 수가 없는 것이죠.

 

패스트푸드에 담긴 진실을 모르고 먹든 알고 먹든...

고스란히 그것은 몸이 받아내지요.

산화방지제가 잔뜩 들어간 밀가루, 소금대신 나트륨이,

설탕 대신 사카린이...

빠르게 먹으면 혀가 정신을 못차려서 못 느끼지만,

천천히 먹다보면 그 인공의 맛을 깨닫게 됩니다.

 

시중에서 파는 브랜드 도너츠를

16조각내서 한조각을 몇 분간 그렇게 천천히 먹다보면

결국 도너츠를 다 못 먹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됩니다. 

 

처음에 저는 조리시간이 긴 음식만이 슬로푸드인 줄 알았는데

슬로푸드라는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습니다.

 

맛있고, 환경과 건강에 이롭고, 생산자들을 배려하는 음식을 추구하는

식문화운동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 박찬일 셰프

 

박찬일 셰프의 음식이야기에 잠시 귀를 기울여봅니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울 때의 이야기가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하나의 재료지만 다른 품종으로 요리하는 코스요리가

그 날의 스페셜 요리로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감자를 주제로 후식까지 풀코스로 나가는거죠~

물론 품종이 다른, 맛도 다른 감자이기에 가능한겁니다.

 

근데 7가지 감자로 하는 코스요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맛볼 수 없겟죠.

우리나라에서는 큰감자, 작은 감자 이렇게 7가지 종류로만 나뉘니까요.

품종은 없고 크기만 있는...

 

생산자도, 소비자는 없고 유통하는 사람의 편의에 맞게,

우리나라의 밭에는 그런 작물들만 자라고 있었네요.

 

박찬일 셰프는 우리 재료를 이용한 이탈리아 음식을 선보였는데요,

기존에 다른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음식들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습니다.

 

혀에 닿는 순간, "와, 맛있어!"가 아닌,

 "무슨 맛이 이래..."에서,

"이게 이 재료의 맛인가? 괜찮네..." 이런 변화를 느끼는 맛이랄까요.

 

 ▲전주의 앉은뱅이 밀로 만든 빵

 

 

우리 밀로 만들었고, 물론 인공 이스트를 넣지 않았기에 발효도 더디고

글루텐 형성도 잘 되지 않아 식감은 좀 퍽퍽합니다.

 

하지만 찬찬히 씹어먹다보면 원래 밀의 맛이 이렇구나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 울릉도 명이나물로 만든 소스를 바른 갑오징어 구이

 

식전빵 이후에는 갑오징어 구이가 나왔습니다.

울릉도 명이나물 소스를 바른 갑오징어, 

그리고 옆에는 멍게 소스가 있어서, 바다의 짭쪼롬함이 느껴지더라구요.

 

 

이렇게 멍게 소스를 묻혀서 먹으면 더 맛있게 갑오징어 구이를 즐길 수 있죠.

갑오징어와 명이나물, 멍게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네요 ^^

 

 ▲ 가지와 우리콩두부, 국산 모짜렐라 치즈 그라티나토

 

치즈를 얹은 이것은 무엇인가 싶습니다.

가지와 두부로 만든 요리인데, 물론 가지는 일본산 품종이라고 합니다.

식재료를 알고 먹기에 그 맛을 알아가기가 더 쉽더라구요.

우리콩두부와 국산 모짜렐라 치즈를 사용한 요리.

 

 

가지가 이렇게 얇게 저며져 서양요리로 태어날 줄은 몰랐네요.

그냥 가니시로 사용될 거라고만 생각했던,

볶아먹거나 무침으로 먹을 거라 생각했던 가지의 재탄생.

쓴 맛이 없고 부드러워진 가지와 쫄깃한 치즈의 만남.

 

 ▲ 한우스테이크+적토미 리조토

 

그 다음 요리는 스테이크였습니다.

유기농 풀을 먹고 자란 한우의 고기를 이용했는데, 높은 등급이 아니라 낮은 등급의 고기를 사용했다고 해요.

다만 숙성을 시켜서 고기를 연하게 만들었고, 리조또는 장흥 적토미를 사용했다고 하죠.

독특한 것은 스테이크에 참깨가 솔솔 뿌려있다는 것. ^^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고소한 참깨가 씹히니 이 맛도 참으로 독특하더라구요.

 

 

 

 

스테이크는 와인소스에 찍어서 먹어봅니다.

도톰해서 질길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구요,

낮은 등급의 한우지만 어떻게 숙성하느냐에 따라 고기의 식감은 참으로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검정색 동그란 볼은 멸치와 감자가 들어간 것이라고 합니다.

도시락 반찬으로 딱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식은 공정무역 초콜릿.

 

 

입에서 사르르 녹는 초콜릿은 두 개나 먹어버리고 말았네요.

다 살로 가도 어쩔 수 없는..ㅠㅠㅠㅠ

 

 

 

커스터드 푸딩이 떠오르지만,

이것의 정체는 유기계란을 이용한 계란찜입니다.

 

 

 

한 입 먹으면 달콤함에 사르르 녹는, 계란이라고 믿기 힘든 부드러움과 달콤함.

커스터드 푸딩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는데요,

끝부분에 살짝 계란 특유의 비릿함이 느껴져서

그제서야 이게 진짜 계란찜이로구나라는 걸 느꼈네요.

 

 

 

 

슬로푸드는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식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슬로푸드의 진짜 맛을 깨닫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기에 음식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지만,

그 맛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도 필요합니다.

 

맛있는 음식의 기준을 말하는 것도 참으로 애매하지만,

재료의 맛을 살리는 것이 저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요리사는 좋은 재료를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구요.

 

음식에 담긴 정성과 수고, 자연을 생각한다면

찬찬히 그 맛을 음미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흔히 맛볼 수 없는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봤던 시간,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만

슬로푸드의 매력에 점점 빠져드는 저를 발견하게 되네요 ㅎ

 

 

 

 

즐거운 금요일 시작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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