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싱가포르 혼혈 후손들의 문화 엿보기, 국립중앙박물관 페라나칸 전시회

꼬양 2013. 4. 30. 05:30

 

 

 

[전시리뷰]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지만,

한국에서의 전시회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잠시 엿보는 기회도 잠시 가져봅니다.

 

중앙박물관에서는 호기심이 동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혼합문화 "페라나칸" 전시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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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나칸...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죠.

말레이어로 "현지에서 태어난"이라는 뜻으로

외국인 아버지와 현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후손을 말합니다.

 

어느 나라든 융합된 문화가 발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좀 더 독특하고 적극적으로 혼합된 문화가

형성된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페라나칸의 황금기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전시품들로 구성된 전시회.

싱가포르의 아시아문명박물관, 페라나칸 박물관을 둘러보듯

전시회를 감상합니다.

 

 

 ▲ 부부의 초상

 

 

 

혼혈후손, 페라나칸.

대다수는 중국계지만 아랍이나 인도, 또는 유라시아계로 구성된

다양한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특히나 중국계 페라나칸은 19세기 영국 식민정부와 강한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싱가포르에서 활약을 했다고 하죠.

 

어찌 우리나라에 대입해 살펴보면 

구한말 일본과 강한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활약을 했다면

우리에겐 매국노인데...

참 아이러니 합니다.

 

페라나칸은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면서 그들의 입지를 다져갔으니 말입니다.

 

 

 

 

△ 제단

 

나무에 금박이 입혀진 제단.

페라나칸 가옥에는 일반적으로 가신, 조상신, 조왕신을 모시는 3개의 제단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이 그렇듯 우리나라 역시 조상을 숭배하지요.

유교의 효 개념이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중국 전통 종교에서 효는 중요합니다.

조상이 사후세계로부터 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후손은 기도와 기원을 하며 제수를 올립니다.

 

제단보는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수놓인 옷감을 사용하는데

혼례나 장례식, 축일 같은 중요한 일이 있을때마다 제상에 펼친다고 해요.

 

 

 △ 신방

 

혼례의 중심인 신방.

화려한 자수 침대장식이 시선을 사로잡는데요,

전시회장에는 요렇게 부부침대가 놓여있습니다.

나무에 금박을 입힌 부부 침대죠.

 

이 신방의 장식은 신부쪽 집안 여성들이 담당했다고 해요.

방의 단장이 완료되면 신랑과 신부가 들어서기전까지 모든 이의 출입이 금지되구요.

 

그리고 이 신방도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있지요.

유럽과 말레이 공예품의 영향도 받는데요,

1920년대에는 구슬로 장식한 영국장미 등 유럽식 무늬가,

시레 세트와 같은 말레이식의 혼례품 등은 중국적 디자인으로 재해석되어 사용되었다고 해요.

 

사랑이 무르익는 신방 엿보기도 참 즐겁네요 ^^;

 

 

 

 ▲ 혼례행렬이 그려진 사룽

 

바틱... 페라나칸 전시회에서 바틱이라는 용어를 다시금 접합니다.

자와어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녹인 밀랍을 이용해 문양을 만드는 기법을 의미하죠.

 

사룽 케바야는 페라나칸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특징적이고 우아한 의상입니다.

케바야는 느슨한 긴팔의 개방형 상의를,

바틱 사룽은 랩형의 치마를 말합니다.

 

 

 

 

페라나칸의 다양한 복식들이 전시되어 있답니다.

레이스나 면, 실크로 만든 케바야와 중국 문양이 들어간 케바야까지.

 페라나칸의 스타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지요.. ^^

우리에게 유행이 있듯, 이들에게도 유행은 있었습니다.

 

 

 

 지금 신어도 손색없을 것 같은 실내화도 있었습니다.

물론 굽도 있구요. 우리에게나 그들에게나 굽은 필수였나 봐요 ^^;;

 

어쨌든, 구슬로 세공된 자수 실내화는 페라나칸식 혼례복의 특별한 요소였어요.

일반적으로 빌리기보다는 구입을 했고 혼례실에 실내화를 두는 것이 부의 상징이었다고 합니다.

 

특히나 이 실내화는 페라나칸이 아닌 이들도 즐겨신는

패션의 일부가 되었다고 해요.

 

이러한 점은 참으로 부럽더라구요.. ^^;

 

 

 

 

 

 

그들의 찬란하고 화려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신구들.

금을 참 좋아하긴하죠?

가구에도 금박을 입히고... ㅎ

 

 ▲ 시레세트

 

한참을 이 시레세트에 멈춰섭니다.

우리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마약성분이 있는 시레라는 이름의 구장나무 잎을 씹는 관습이 있는데

페라나칸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해요.

주로 여성에게 국한된 관습이죠.

페라나칸들은 시레 세트가 일종의 강력한 부적으로 가정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고

이 관습은 2차대전 이후에 점차 사라집니다.

 

 

 △ 여닫이 문도 화려함, 그 자체

 

 

 △ 바바 말레이어 성경

 

 

 

어느 문화든 동화되어 가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부유한 페라나칸은 지역의 현실에 서서히 동화되어 갑니다.

무역상이거나 사업가로 영국 식민지 관료와의 친분을 통해 유럽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데요.

남성들은 영어를 습득하고, 서구식 복장을 합니다.

자녀들을 영국 및 유럽의 학교로 유학을 보내기도 하구요.

 

또한 일부는 지역 사회에 기여해야할 의무를 느끼고 자선가가 되어 명성을 얻고

그들은 영국령 해협식민지 최초로 병원, 요양원, 학교 등을 설립합니다.

식민 정부에 임명되거나 지역의 지도자가 되는 등 정치적 지위도 획득하지요.

 

이들은 기득권층으로서 대영제국의 상류층과 교류한다는 특권에 큰 자긍심을 느꼈다고 해요.

이들은 "영국왕의 중국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그들이 멸시를 받았을까, 인정을 받았을까 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들은 그 자체로 인정받았다고 해요.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지리적인 요건 탓때문에 개방적인 성격의 지역주민들이라 그런건지,

지역사회에 기여한 것이 많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또한 이들은 중국 신앙을 견지하기도 했지만 일부는 기독교로 개종도 합니다.

 

 

 △ 트로피

 

페라나칸들은 다양한 여가를 즐기는데,

물론 유럽식 여가활동을 주로 즐겼겠지요.

은과 나무로 만들어진 트로피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은은한 우리의 자기와 달리,

페라나칸의 자기는 참으로 화려하고 밝습니다.

 

페라나칸의 자기는 뇨냐자기라고 불리는데, 선명한 색상의 대비가 특징입니다.

분홍색은 거의 모든 곳에서 사용되는데

모란이나 봉황 무늬뿐만 아니라 바탕색에서도 많이 사용되지요.

 

 ▲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꽃분홍색 자기

 

 

 

 

 △ 꽃병

 

 △ 나비모양 침대장식

 

 

 △ 혼례주머니

 

 

 

페라나칸의 구슬공예와 자수는 참으로 복합적인 문화를 보여주지요.

벨벳이나 면에 작은 유리구슬로 장식을 만드는 구슬공예는

참으로 놀랍고 섬세하기만 합니다.

 

 

 

 

 

 

 

 

 △ 탄수빈 부부 초상 (유리모자이크)

 

페라나칸 문화에 있어서 초상화도 참으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고인을 추모하거나 특별한 행사를 기념하는 용도로 쓰였지만

대개는 사회적 지위를 상징했죠.

 

흑백으로 찍은 초상사진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지요.

 

 

 

 

19세기 말부터 20세기초까지 특수한 환경에서

그들이 획득했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통해 이뤄낸 페라나칸 문화.

 

페라나칸이 거주했던 맨션이나 테라스하우스는 호텔과 박물관이 되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고,

페라나칸이 후원하던 축제나 불교사원은 지역의 주요한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페라나칸의 영향력은 참으로 컸다는 것을

전시품들뿐만 아니라 그들 삶에 깊숙하게 남아있는 문화로 느껴봅니다.

 

이 전시회를 통해서 이민자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공통의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는 문화유산,

그것이 바로 페라나칸이었다는 사실까지.

 

 

전시명 : 싱가포르의 혼합문화, 페라나칸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전시기간 : 2013.3.19~2013.5.19

입장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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