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미국미술 300년의 역사를 한 자리에, 박물관에서 만나는 특별한 전시회

꼬양 2013. 3. 9. 06:00

 [전시리뷰]

잭슨 폴록, 앤디 워홀...

 존 싱글턴 코플리, 윈슬로 호머, 토마스 에이킨스 등

미국인들이 사랑했던 거장들의 대표적 작품들을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그림을 보러 멀리 미국까지 갈 필요없습니다.

중앙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됩니다. ^^

 

여행을 하기에도 미국은 참으로 먼 나라임에 틀림없습니다.

미국의 문화가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 미술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네요.

 

미국 미술은 한국에 꾸준히 소개되었고 한국 미술과도 교류를 지속해왔지만

반면 우리의 일상속 미국문화만큼 깊숙히 들어와있지는 않았습니다.

 

유럽의 미술이 대부분 지배를 하고 있었고, 미국 출신의 몇몇 화가들만이 알려져있죠.

더구나 20세기를 벗어나면, 미국 미술의 역사에서 아는 화가를 떠올리기란 참으로 힘들더군요.

 

미국 식민지시기에서부터 20세기까지, 미국 미술의 역사적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회, 미국 미술 300년.

 

독특하게도 미술관이 아닌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의 유물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까지 관람이 가능하니, 박물관이 복합문화공간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네요 ^^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이 걸려있는 중앙박물관.

계단에서도 현수막의 그림이 또렷하게 잘 보이더라구요.

 

미술전을 관람하러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티켓은 성인 12,000원, 중고등학생은 10,000원, 초등학생은 8,000원이랍니다.

수 십 억에 호가하는 어마어마한 그림들이 걸려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미술전을 관람할 수 있네요.

 

 

미국미술 300년, 이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로스엔젤레스카운티미술관,

필라델피아미술관, 휴스턴미술관, 테라 미국미술재단이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회입니다.

전시회에서 만나게 되는 168점의 회화, 공예품들 속에는 지난 300년 동안 

미국 미술이 이룩한 예술적 성취가 담겨있습니다.

 

총 6부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대륙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아메리카의 사람들’부터 ‘동부에서 서부로 이어지는 풍경의 발견,

남북전쟁을 전후로 한 미국인들의 ‘삶과 일상의 이미지’,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 분출된 ‘세계로 향한 미국’의 열정,

도시화 ․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국의 근대’, 세계미술의 중심으로 성장한 ‘1945년 이후의 미국미술’까지

미국 역사의 흐름과 함께 미국 미술의 각 시대적 특징이 담겨있습니다.

미국의 장인들과 디자이너들의 예술적 수준을 보여주는 공예품들을 통해

미국 미술의 시대와 지역적 특색을 파악할 수도 있답니다.

 

▲ 찰스 윌슨 필 Charles Willson Peale, 1741–1827
캐드왈라더 가족 Portrait of John and Elizabeth Lloyd Cadwalader and Their Daughter Anne, 1772년 Oil on canvas, 128.3×104.8 cm
Philadelphia Museum of Art, purchased for the Cadwalader Collection with funds contributed by the Mabel Pew Myrin Trust and the gift of an anonymous donor, 1983-90-3  Image courtesy of Philadelphia Museum of Art
 

 

사실 전시회를 관람하기전에 미리 미국미술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는 갔습니다.

미국의 역사도 잠시 훑어보고 갔지요.

그렇지 않으면 이 전시회를 깊게 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미술을 처음 접한다는 두려움?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이 그림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왠지 슬플 것 같은 생각도 들었구요.

이 그림들을 하나하나씩 보려면 나중에 미국가서 찾아다니는 상상만해도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구요.

로스엔젤레스카운티미술관, 필라델피아미술관, 휴스턴미술관, 테라 미국미술재단을

어느 세월에 찾아가리요.. -_-;;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미술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은 저 뿐만이 아니더라구요 ^^;

그래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죠.

참, 1~4관은 사진촬영이 가능합니다.

5,6관은 촬영이 불가하므로 전시회 관람하면서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메인 해안의 범선

피츠 헨리 래인, 1804~1865

Photo(c)2012 Museum Assiciates/LACMA

 

19세기 중반 사람들은 깨끗한 숲, 맑은 강, 산과 같은 자연을 통해 미국이 무한한 가능성과

발전의 나라이며, 새로 정착한 이민자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그림에는 그러한 생각이 반영되어 있죠.

허드슨강 화파로 불린 미술가들은 최초로 예술운동을 일으키는데요,

눈부신 빛과 포근한 대기로 가득한 풍경화를 그리게 됩니다.

 

그림 속 자연은 정말 포근하고 투명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그림속의 미국 땅은 마치 축복받은 곳인 듯한 느낌이 들구요..

 

미국 루미니즘 화가인 프츠 핸리 래인의 그림 앞에 한동안 서 있었습니다.

화면이 반 이상을 하늘이 차지하고,

하늘과 수면이 서로 반영되며, 대기가 투명하게 깊어지는 느낌과 세밀한 묘사가 특징인 루미니즘.

범선은 상당히 아슬아슬해보이고,

선원의 극적이면서도 위험한 삶이 그림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수 부족이 세상을 지배했다.
태양이 뜨자 그들의 땅은 습격을 당했고, 그들은 만군을 전장에 내보냈다.
그 전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땅은 어디에 있는가?
-앉아있는 황소, 1868-

 

19세기 중반에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시작되면서 미국 내 상업과 이민자 정착이 활발해집니다.

이와 동시에 워눚민들은 점차 본래의 거주지에서 밀려내기 시작하죠.

그리고 원주민들은 그림의 소재로 많이 다뤄집니다.

 

밝은 가을 햇살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더라구요.

 어니스트 마틴 헤닝스의 "지나가는 길",

이 작품은 사라져가는 원주민이 아닌 살아있는 원주민을 표현한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지나가는 길" 작품 속의 행렬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엄숙하고 위엄있는 미국 원주민의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합니다.

 

 

 

오렌지빛과 갈색의 묘한 어우러짐이 다시 한번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자칫하면 손을 뻗어 만질 것만 같은 직물. 

 

미국 남서부의 푸에블로족은 2천년간 직물을 만들어왔다고 해요.

무더운 사막에서 목화로 짠 직물은 동물의 가죽 대신 사용되었다는데요,

푸에블로족과 나바호족의 멋진 직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도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밝은 색채와 대담한 패턴, 엉뚱하고 기발한 디자인.

이것은 펜실베니아에 거주했던 독일계의 장인들이 선보인 작품입니다.

독일에서 온 개신교도들은 비옥한 토지와 종교적 자유를 찾아 이곳으로 이주를 했다죠.

다른 이민자들이 그랬듯이, 독일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들은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독일어를 사용했고,

독일 디자인의 형태와 기술, 장식적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해 필요한 가구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 19세기의 응접실

 

 

1800년대로 시작해 간격이 좁혀지기 시작합니다.

19세기 응접실 가구들은 세심하게 다듬어진 형태와 정교한 투각장식으로 미학적 완성도를 높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쓰기에는 매우 불편하다는 함정을 갖고 있죠 ^^;

 

물론 이러한 가구들을 소장한 사람들은 부유한 사람들이라는 것~

물결모양의 윤곽선의 물주전자도 고블렛세트도 참으로 우아하고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 존 싱어 사전트 John Singer Sargent, 1856-1925
파리의 구걸하는 소녀 A Parisian Beggar Girl, 1880년경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64.5×43.7 cm
테라 미국미술재단 Terra Foundation for American Art, Chicago, Daniel J. Terra Collection, 1994.14
PhotographyⓒTerra Foundation for American Art, Chicago

 

흰색 드레스에 베일을 쓰고 있는 소녀.

구걸하는 소녀가 묘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네요.

자연스러운 그림에 감탄을 하지만,

실제 이 그림은 스튜디오로 모델을 초청해 완성했다지요.

 

 

그들에게 알려다오. 눈이 무엇인가 보기 위한 것이라면

아름다움이 바로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라는 것을

-랄프 월도 에머슨, <로도라>. 1839- 

 

 

 

 

딸을 향한 아버지의 넘치는 사랑을 발견할 수 있는 그림, 태니스.

그늘진 문가에 서 있는 가버의 여덟살 짜리 딸 태니스의 주변에는

푸른빛과 금빛의 풍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반짝이는 햇살도 아름답지만,

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표정을 이 그림에 담겨만 있는 것 같아

계속 시선이 머물게 되더라구요.

 

 

▲ 조지아 오키프 Georgia O’Keeffe, 1887-1986
분홍 장미가 있는 말의 두개골 Horse’s Skull with Pink Rose, 1931년
Oil on canvas, 101.6×76.2cm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gift of the Georgia O’Keeffe Foundation, AC1994.159.1
Photoⓒ2012 Museum Associates/LACMA

 

근대 미술 작품이 전시되는 5,6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가격이 꽤 되는 그림들이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

우리나라는 좀 늦은 편에 속하지만 20세기 초 미국은 빠르게 도시화 되기 시작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북적이는 미국의 대도시로 몰려들지요.

화가들은 도시의 삶을 자신들이 느끼는대로, 관찰한대로 화폭에 담아냅니다.

느끼는 것을 그대로, 본 것을 그대로, 사실 그대로를 그려나가기 시작하죠.

 

당대 가장 영향력 있던 화가, 조지아 오키프.

그녀의 작품도 이곳에서 만나게 되더라구요.

두개골과 장미, 참으로 아이러니한 조합인데...

뼈와 꽃 모티브를 추상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오키프의 초기 시도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장미는 사막과 함께 오키프와 미국 미술에 있어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대상으로 제시됩니다.

 

 

 

1945년 이후 미국 미술은 급격히 진화합니다.

뉴욕화파로도 불리는 추상주의는 미국화단을 지배하는 경향으로 자리를 잡아갑니다.

 

잭슨 폴록의 물감을 뿌리고 튀기는 독특한 작업방식이 그대로 담긴 작품 넘버22.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그의 작품은

그의 의식조차 그를 구속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미국의 역사,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그림들.

가격도 어마어마한 그림들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더라구요.

한국땅에서 이런 그림을 만날 수 있다니...

 

어찌보면 짧을 수도 있고 달리 보면 길수도 있는 시간 300년.

이 시간속에 펼쳐진 미국의 역사와 문화는 아주 다양하고도 역동적이었습니다.

박물관에서 옛 유물만 본다는 고정관념을 깬, 미술전.

 

미국에 대해 많이 아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시회 관람을 통해 다시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나저나, 미국미술전 관람도 좋지만,

시간이 될 경우 중앙박물관도 들려서 우리의 유물을 다시 살펴보는 것도 좋겠죠? ^^

 

 

 

 

추천 꾸욱~ 눌러주시는거 잊지마세용~좋은하루

신나는 토요일 보내세요~

 

*글,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거 기자 꼬양/일부 사진 중앙박물관 제공(조지아 오키프,잭슨폴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