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나 이거 읽었어-독서

연애하듯이 글과 사랑하고 싶어지는 지금 이 순간! 발칙한 글쓰기

꼬양 2012. 10. 10. 19:31

[서평]

예전에 내가 많이 듣던 말은

"남자보는 눈 정말 없다", "대체 눈은 왜 달고 다니니?" 였다.

나는 그들에게 늘 반박하곤 했다.

"대체 남자를 보는 눈, 기준이 뭐길래 그렇게 판단하니?"

 

남자를 보는 기준, 난 하나다.  영혼이 순수하고 맑은지, 열정이 있는지.

외모, 재력 그 외의 것들은 그 이후에 생각할 문제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생각을 안해서 문제지만 ^^;;; 

또한, 글에 있어서도 그 기준은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글의 경중을 떠나서 그 글이 순수하고 맑게 내 마음을 울리는지, 그것을 판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토록 날 힘들게 하는 것은 글이 어렵다는 것이다.

항상 글을 접하고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지만, 한 줄 한 줄 쓰기가 어찌나 어려운 지,

뛰어난 문장가들의 실력에 감탄하며 난 여기까지인가보다라며 좌절하기가 일쑤다.

 

글 쓰는 게 어렵다고 느낀다면,

연애하듯이, 남자를 보듯이, 남자를 사랑하듯이 글을 바라보고 그렇게 써보라고 말하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정말 제목처럼 발칙한 글쓰기!

제목은 발칙하지만, 내용은 전혀 발칙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꿈과 내 꿈이 같다는 사실에 더 공감하고 더 노력하고 싶어졌다.

 

 

작가 지망생에서 "지망생"이라는 딱지 떼기! 작가가 되는 것은 어려워

사실 나에게 "작가"라는 말을 붙이기는 상당히 애매하다. 아직까지 내 이름을 붙인 책은 나오지가 않았고, 기껏해야 잡지책에서 또는 다른 사람들의 글과 함께 실린 글 중 하나에 내 이름이 들어가있을 뿐이므로. 물론 프로그램 마지막 스탭스크롤에 내 이름 석자가 올라간다는 그 한마디로 작가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부분이긴하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때는 국민학교, 아니 초등학교 3학년때다. 글쓰는 게 마냥 좋았고, 책읽는 게 아무 이유없이 좋았다. 책 속 세상은 내 놀이터였고, 마치 환상의 놀이공원과 같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현실에 치여 그 꿈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처음 구성작가로 발을 디뎠던 때가 생각이 난다. 시청자였다가 이젠 제작자의 입장으로 상황이 바뀌었던 그 때가 말이다. 작가 지망생’에서 ‘지망생’이라는 딱지를 떼어내는 일 역시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정말 작가가 되는 것은 자기 안에서 가장 짜릿한 것이 무언지를 아는 데서 출발한다. 눈이 번쩍 뜨이고 심장이 빨라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되는 일, 그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철철 넘쳐 남이 뭐라든 일단 쏟아놓고 봐야 직성이 풀리는 어떤 일, 자신에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단순히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작가라는 것!

 

글쓰기와 남자의 공통점이란?

또한 억지로 원고지를 채우는 게 글쓰기가 아니라는 것도 저자는 말하고 있다. 글쓰기를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여 ‘남자’라는 키워드를 찾아낸 그녀는 참으로 독특하다. 글쓰기만큼이나 자신의 지대한 관심사였던 남자, 그 키워드를 다루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샘솟는 게 어떤 것인지를 실감하게 됐다고 한다. 남자에, 글쓰기에 혹은 이 두 가지 모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 둘의 공통점을 찾다보면 ‘과연!’ 하면서 무릎을 치게 된다.

 

여자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때로는 인생을 통째로 좌우할 수도 있는 남자(남자에게 여자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대상을 꿰뚫어보는 눈이 있다면, 그 좋고 나쁨이 글에도 똑같이 작용한다는 점에 깜짝 놀랄 것이다. 추운 겨울 날, 여자의 퇴근 시간에 맞춰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핫팩을 건네주는 남자, 그 핫팩처럼 따뜻한 글이 독자를 휘어잡지만, 반면 주말만 되면 소파에 딱 붙어 움직일 줄 모르는 남자, 그 굼뜨고 생기 없는 남자처럼 지루한 글은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한다. 유머러스한 남자처럼 재미있는 글, 철든 남자처럼 깊이 있는 글, 멀리 보는 남자처럼 통찰력 있는 글, 느낌 있는 남자처럼 끌리는 글, 배려하는 남자처럼 섬세한 글을 써야하지만 무능한 남자처럼 탄탄하지 않은 글, 사소한 것을 놓치는 남자처럼 공감 안 되는 글, 실속 없는 남자처럼 얻을 게 없는 글, 느끼한 남자처럼 진실성 없는 글, 쓸데없이 척하는 남자처럼 보기 싫은 글은 쓰지말자라는 교훈까지 뼈저리게 얻었다.

 

전철에서 카페에서 하다못해 식당에서 밥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에도 펼치고 싶게 하는 글, 이미 밤이 늦었고 내일은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임에도 내처 읽고야 말도록 하는 글, 그리고 읽고 나서 온몸을 쭉 늘려 스트레칭을 한번 하고는 그간 머릿속에만 담고 있던 꿈을 향해 기운 찬 한 걸음을 내딛게 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작가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재능

그리고 작가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재능은 무엇일까? 필력, 지식? 다른 무엇도 아닌 글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라는 점이다. 그 열정만이 글을 쓰며 느끼는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하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게 하는 유일한 원동력이 된다. 물론 글쓰기도 시간을 필요하게 하며, 남자 역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말한다. 이것들이 시간을 필요로 한다면 아낌없이 주라고 말이다. 진정한 사랑을 주는 것이 바로 시간을 주는 것. 바라지 않고 단지 주는 것 만으로도 행복할 때 이미 작가라고 그녀는 말하고 있다.

 

글은 인생이란 길 위에서 길어올린 체험이다. 내가 적는 글엔 내 체험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어느 작가든지 그의 글에는 그의 인생 속 체험이 녹아있다. 작품이라 일컫는 책들은 유희가 아닌 실제적인 삶의 교훈을 전해준다. 책은 정말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 역시 작가가 되고 싶었다. 작가의 글이 내 인생을 바꿔놓듯 나의 글이 누군가의 삶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아주 먼 길을 돌아 강산이 두 번 변했을 20년이 지나서야 손에 잡히는 현실,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난 지금도 먼 길을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작가라는 꿈이 가슴에 자리잡은 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꿈이 있는 한, 그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반드시 이뤄진다는 사실을 나 역시 가슴뛰게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같이 뛰는 순간도 오겠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글을 쓰면서 여전히 가슴이 뛰는가? 마치 남자를 보면서 그 매력에 녹아들듯 사랑에 빠져버릴 것 같은 기분처럼? 작가가 되려면 당연히 가슴이 뛰어야한다. 심장이 쿵쿵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지 느껴볼 것!

 

참, 글쓰기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발상의 전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를 보듯이 글을 보면, 아무래도 어렵다라는 생각보다는 쉽다는 생각이 들테니. 물론, 세상에 쉬운 남자는 없는 법! 글도 마찬가지란 사실~

 

이렇게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글이 어렵다... ㅠㅠ

 


남자 보는 눈으로 통달하는 발칙한 글쓰기

저자
유나경 지음
출판사
북포스 | 2012-10-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작가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소양을 일깨우는 『남자 보는 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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