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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났던 문화와 역사의 터키를 들여다보다. 터키문명전:이스탄불의 황제들

꼬양 2012. 6. 25. 06:30

[전시리뷰]

모처럼만의 국립중앙박물관 나들이.

수요일, 토요일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오후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합니다.

때문에 느즈막한 시간에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도 한산하게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죠.

직장인들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시간때인 건 사실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다섯번째 세계문명전으로 터키문명전:이스탄불의 황제들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터키의 문화유산을 국내최초로 대중에게 소개하고

나아가 문화교류를 통하여 양국간의 돈독한 교류의 장을 연다는 의의를 갖고 있는 특별한 전시회.

 

터키 여행을 가지 않아도 중요한 터키의 유물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특별했습니다.

터키의 아나톨리아문명박물관,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 터키 이슬람 미술관, 톱카프궁박물관에 소장된

문화유산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모였습니다.

 

나중에 신혼여행을 터키로 가려고 생각했는데,

미리 터키의 역사와 유물들을 살펴볼 기회가 되어 더 유용했던 전시회였습니다 ^^;

 

▲ 알렉산드로스 대왕 (헬레니즘, 기원전 3세기경)

 

 

반도국가 터키, 예로부터 교역의 장으로 발전

우리나라와 터키의 공통점이라면 반도국가라는 점입니다. 터키는 아시아와 유럽대륙에 걸쳐 위치하며 보스포루스 해협이 두대륙사이를 가로지르는 반도국가입니다. 지리적 조건때문에 동서양 문물이 만나는 장소가 될 수 있었습니다. 히타이트, 트로이, 프리기아와 같은 고대 아나톨리아 문명에서 그리스,로마, 동로마제국을 거쳐 오스만제국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을 통해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꽃피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스탄불 지역은 신과 인간의 사랑을 동시에 받아온 땅입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탄성을 쏟아낼 수 밖에 없는 신비로운 자연환경과 수천년의 세월동안 인간이 쌓아올린 문명의 자취를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의례용 사슴모양 깃대장식 (기원전 3000년경, 아나톨리아문명박물관)

 

▲ 그림이 그려진 항아리 (기원전 2000년경,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

 

▲카데시 성문 평화협정이 새겨진 점토판 (기원전 1269년경,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

 

세계최초의 군사적 평화협정이 새겨진 카데시 조약 점토판

고등학생 때 가장 좋아했던 과목을 꼽으라면 국어를 제외하면, 국사와 세계사였습니다. 역사를 좋아했거든요~

터키문명전은 알고 있는 세계사를 머리속에 펼쳐내게 만들었죠. 그리고 말로만 듣던, 사진으로만 보던 유물을 보게 되어 더더욱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카데시 평화협정이 새겨진 점토판만 해도 그랬습니다. 사실 이 유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진품입니다. 그렇다고 이 점토판이 가짜냐라고 말할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고유 넘버를 갖고 있고 터키 내에서도 이 점토판은 거의 진품의 대우를 받습니다. 너무나도 신성한 유물이라서 국외로 반출이 어려운 유물이라서 진품대우로 전시되고 있는 유물이 온거죠~

 

이 점토판은 상당히 의미가 깊습니다. 기원전 13세기 무렵 히타이트의 왕 하루실리 3세와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2세간에 맺어진 세계최초의 군사적 평화협정이 새겨졌습니다. 당시의 외교언어였던 아카드어로 새겨졌으며 1906년 보아즈쾨이에서 발견되었다고 하죠. 현재 점토판의 반절 정도가 남아있으며 표면은 부서졌습니다. 뉴욕의 UN 본부 앞에는 역사상 최초의 평화조약이라는 의미를 살려 2m에 달하는 카데시 성문 평화협정을 복제품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 전쟁에 나가는 남성 (헬레니즘, 기원전 2세기,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

 

▲ 알렉산드로스 대왕 (헬레니즘, 기원전 3세기경)

 

▲ 콘스탄티누스 1세 (동로마 4세기경,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

 

 

그리고 서양문명의 모태가 되는 그리스, 로마 문명의 유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두상은 사람의 머리보다 크게 제작이 되어 있었는데, 정말 오똑한 콧날과 타원형의 얼굴,

먼 곳을 응시하는 눈까지 너무 멋있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사자갈기처럼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명암을 강조하는 조각기법은 헬레니즘 시기 조각의 대표적인 특징이죠.

이마 윗부분은 소실되고 없는데요, 별도의 돌로 조각되었으며 왕관이나 투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청된다고 합니다.

 

▲ 술탄

 

21세에 정복왕이 된 술탄.

11세기에 중앙아시아를 떠난 튀르크족은 아나톨리아 반도에 진출해 셀주크 왕조를 세웠습니다.

셀주크의 작은 토후국에서 출발한 오스만은 13세기 이후부터 제국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는데요, 중동과 발칸반도, 아프리카의

일부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오스만제국은 20세기 초까지 이어졌다고 하죠.

술탄이라고 불리는 오스만의 황제는 이러한 제국의 힘과 권위를 상징하는 존재였습니다.

술탄이 사용했던 각종 무기와 예식도구, 일상용품에는 제국의 최고 통치자가 아닌 권력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화려한 보석을 장식하고 정교하게 세공된 술탄의 물건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술탄의 유물들은 황제의 지위와 역할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징표였어요.

 

△ 술탄 쉴레이만 1세의 칼

 

무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고풍스러웠던 칼.

술탄 쉴레이만 1세는 1520년부터 1566년까지 40여년동안 오스만 제국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금 판 위에 총 11개의 다이아몬드를 장식했고, 칼날에는 금상감으로 아랍어 명문을 새겼습니다.

칼의 한면에는 "이 위대한 칼은 모든 인류의 술탄인 셀림의 아들, 술탄 쉴레이만을 지킬 것이다... 959년"

이라 새겨져있습니다.

 

 

▲ 알라라고 쓰여진 타일

 

특이한 원형 타일도 전시되었는데요.

가운데가 볼록한 원형 타일이었습니다. 타일의 가운데에는 "알라에게 영광을" 이라고 씌여있습니다.

오스만 시대의 모스크나 영묘, 학교, 궁전, 목욕탕 등의 주요 건물들은 타일로 장식되었다고 하죠.

타일 장식은 보기에도 좋지만 화재 피해를 줄이는데도 매우 유용했다고 합니다.

 

 

▲ 왕실 여성이 사용했던 욕실화

 

그리고 나막신도 아닌 이 신발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욕실화였습니다.

터키는 목욕문화가 발달했는데요 터키 고유의 목욕 문화를 "하맘"이라 하는데 우리와는 좀 다릅니다.

우리는 습하고 뜨거운 증기를 사용하지만 터키 고유의 목욕은 밀폐된 공간에 적당히 데운 열기를 가득 채우고

대리석 바닥에 누워 즐기는 건조욕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터키탕의 바닥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서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날른"이라고 하는 목욕탕 전용 나막신을 신고 신체의 치부를 남에게 드러내는 것을 무척 꺼렸기때문에

목욕 내내 목욕수건의 일종인 페스테말을 몸에 둘렀다고 합니다.

 

비슷한 듯 다른 터키의 목욕 문화.

신비롭고 독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터키에 가면 이 목욕문화도 한번 체험해봐야겠어요^^;

 

 

▲ 코란

 

 ▲ 푸타

 

▲ 은 향수병

 

 

▲ 이즈닉타일

 

 

△ 백자청화 커피잔

 

전시회에서 엿볼 수 있었던 터키의 독특한 커피 문화. 

백자청화 커피잔에 커피를 마시면 어떤 느낌일까?

 

"커피는 지옥처럼 검어야 하며, 죽음처럼 강해야 하며, 사랑처럼 달콤해야 한다"

터키 속담에도 있듯이 커피는 터키인들의 일상생활 속 한부분이었습니다.

 

터키에서는 커피, 담배와 같이 특유의 향기, 맛, 자극등을 즐기는 기호품 문화가 발달했고

1554년에는 이스탄불에 세계 최초의 공공 커피하우스가 개장되었다고 하죠.

오스만 제국의 황제, 술탄들은 커피용 은주전자와 은화로 등 고급스럽고 화려한 커피 용구로 격식을 갖추어 커피를 즐겼다고 해요.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이 세상을 살고,

내일 죽을 것처럼 저 세상을 위해 살아라"

 

터키 명언이 전시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군요.

 

우리의 형제 국가 터키.

터키의 빛나는 문화와 역사의 유물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회가 흔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공개하는 터키의 문화유산,

멀리 터키까지 가지 않고 관람할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나중엔 정말로 터키로 가서 직접 이 유물들을 봐야겠습니다.

내년쯤?ㅎㅎㅎㅎ

 

참, 유물보호를 위해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저는 박물관측의 허락을 받고 촬영을 했습니다.

 

 

 

- 전시정보 : 2012.5.1~9.2

- 관람시간 : 화,목,금-9시~18시/수,토 9시~21시/일,공휴일 9시~19시

- 관람요금 : 성인 -12,000원, 중고등학생 10,000원, 초등학생 8,000원

-사진촬영 금지

 

추천 한방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