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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고 신선한 감성, 인디 feel 충만한 가야그머 정민아의 앨범

꼬양 2011. 7. 31. 07:30

[음반리뷰] 열두 가닥의 명주실이 사람의 손과 만나서 내는 경쾌한 가야금소리. 최근에는 가야금을 이용한 클래식, 가요들을 많이 들을 수 있지만, 인디 감성을 담은 가야금 연주를 듣기란 쉽지가 않다. 물론, 홍대에서는 정민아 그녀를 만나볼 수 있긴하다. 홍대 공연 무대에서가 아니라, CD 트랙으로 만나는 인디 필이 충만한 가야금 연주는 신선하고 새롭기만 하다. 국악의 변신은 다채롭다고나 할까? 25현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모던 가야그머 정민아. 

 

 

다양한 삶을 사는 가야그머, 정민아

낮엔 전화안내원, 밤엔 홍대 인디 가야그머로 활동하는 정민아는 가야금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가야금 싱어송라이터다. 그녀는 홍대 인근의 인디 라이브클럽을 중심으로 2004년부터 공연해왔고, 2007년에는 정규 1집 [상사몽]을 발표했다. 이번 3집 앨범에서는 베이스 뿐만 아니라 드럼, 피아노, 해금의 연주까지 들을 수 있다. 인디의 감성을 담으면서도 국악의 느낌은 전하려고 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이번 앨범에서 새롭게 시도한 DJ UNIQUE-SHADOW와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앞으로 그녀의 음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선한 시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1. 여름날에 몽롱한

이 노래는 우연히 친구의 블로그에서 발견한 두 줄의 낙서가 너무 인상이 깊어 만들었다고 한다. 여름날 잠에서 막 깨어난 몽롱한 상태를 표현하고 있는데, 가야금의 간결한 연주와 퍼커션, 낮은 베이스 기타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치 꿈을 꾸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사는 일상적이고 가벼운 느낌이나 곡 자체가 그렇게 공중 자체에 가볍게 뜬 느낌은 아니다. "몽롱몽롱 몽롱한 음악 몽롱한음악 잠에서 깨자마자 맥주를 마시니 몽롱한 음악이, 너무땡겨 여름날에 몽롱한음악 몽롱몽롱 끝에 매달려있는 이마음이 느낌은 마치" 가사를 보다보면, 과연 이런 문구가 노래로 태어날 수 있다니 놀랍다는 생각을 금치 못한다.

2. 판타스틱

이번 앨범에서 유일한 연주곡이다. 꽹과리, 베이스 기타, 키보드, 아코디언과 가야금 연주가 어우러져 환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아, 이런 게 인디 가야금이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곡이다. 멜로디가 독특하면서 가야금의 감성으로 표현되지 않을 법한 느낌이 가야금으로 연주된다는 점이 참으로 신비롭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3. 예예예

신기하게도 이 곡은 독일월드컵 기념 국악응원가 앨범 수록곡이다. 응원가로 적합한 장르가 있다면 어떤 걸까? 사실, 보사노바 풍의 응원가라면 사람들은 경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가야금으로 보사노바풍의 응원가를 연주했다. 듣지 않고는 예측할 수 없는 응원가. 아코디언 연주가 또 이리 슬프게 들릴 수도 없다.

4. 주먹밥

지긋지긋한 회사를 집어 치우고 창업의 큰 뜻을 품고 만든 주먹밥. 자유롭게 뮤지션의 본 모습으로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만든 주먹밥. 그녀가 주먹밥을 만든 이유는 가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생계형 가야그머’로 살아온 정민아의 일상과 희망을 담고 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에 욕심이 있던 것이 아니라 음악을 하기 위해서다. 돈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주먹밥을 만드는 일을 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어찌보면 숨기고 픈 상처, 과거일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주먹밥을 만들어팔다가 고스란히 망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보사노바 풍의 경쾌한 가야금 선율에 담아 노래하고 있다. 고단한 일상의 아픔을 담고 있는 가사지만, 오히려 유쾌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아마 그녀 음악의 매력인 것 같다. 

5. 고래공포증

고래를 유난히 무서워하는 친구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은 곡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공포증인데, 고래공포증은 흔하게 있는 공포증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녀의 음악 역시 흔지 않다. 이곡은 경쾌하면서도 루즈한 느낌이 물씬난다. 중간에 가야금 솔로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나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6. 오아시스

앨범 타이틀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곡이다. 민요스러우면서도 드럼과 베이스 연주까지 곁들여져서 마찬가지로 인디 감성이 풍긴다. 해금과 가야금, 베이스까지. 동서양의 현악기들의 연주들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해금의 연주가 이처럼 애절할 수가 없다. "메마른 심장을 움켜 쥔 나에게 너는 환상의 오아시스"라는 가사를 통해 가야금이, 음악이 그녀에게 오아시스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삶에서 음악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노래다. 그런데 내 삶의 오아시스는 무엇일까? 노래를 듣다보면 스스로에게 오히려 묻게 된다는...

7. 비밀

그녀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이다. 가야그머라는 타이틀때문에 연주에 중점을 둘 것도 같지만 그녀는 보컬로서의 자질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이 노래를 들을 때는 말이다. 두 줄의 짧은 가사지만 신비롭고 애절한 비밀의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조그만 방한켠 초승달 빛에 가려진 그대를 바라보고 있다. 말하지 않았고, 말할 수 없었던 마음만이 공간을 맴도는 그런 느낌, 쓸쓸하고 아련하고 마음 아픈 감성을 곡에 담았다.

8. 은미이야기

함께 전화상담원으로 만났던 은미의 고단한 가족사를 담은 노래다. 전화기 버튼음과 통화음으로 시작하는 노래인데, 은미의 엄마는 고3때 은미 명의로 돈을 빌려 집을 나갔고, 아빠는 몸이 안 좋은데 술을 먹다가 결국 돌아가시고, 오빠는 술만 마시는 백수. 내가 아니면 누가 가족을 먹여살리냐며 전화 상담원을 하는 은미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은미의 고된 삶이 묻어나듯 차분하고 어두운 느낌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곡에서는 어렴풋하게나마 가족보다 더 가족스러운 정민아와 은미의 정을 느낄 수 있다.

9. 봄이다

마지막 곡, 그녀는 마지막을 통해 희망을 나타내려고 한 것 같다. 이 곡은 "프레시안"에서 연재한 노래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곡이다. 시든 노래든간에 예술장르에서 "봄"은 겨울을 이겨내는 상징으로, 고난을 이겨내는 희망을 주로 상징한다. 이 노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일상적인 어려움을 넘어서 사회 현실의 어려움을 넘어서보고자 하는 희망을 노래에 담으려고 했다.

 

 

정감가는 그녀의 음악
생계를 위해 전화상담원에 주먹밥을 팔았던 가야금 연주자 민아씨. 어찌보면 부끄러워할 수 있는 과거이지만 그녀는 떳떳하다. 어쩌면 음악을 하는 여타의 뮤지션들에게 이런 것은 인정하기는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쓰디쓴 현실일수도 있다. 인디 뮤지션들에게 알바는 필수요, 밤샘은 선택이라지만, 국악기 가야금 연주자의 모습이라고까지 하기에는 마음이 참으로 아팠다. 마음 아프고 고된 일상의 상황을 오히려 가야금과 현실성 100%, 공감 100%의 가사로 유쾌하게 풀어내려는 그녀의 모습에 눈물이 날 뿐이다. 하지만 일상의 에피소드를 가야금의 선율에 담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국악기 연주자들보다는 친근하고 정감이 간다.

새로운 음악 장르들과 만나기, 다양한 악기들과 만나서 시도하는 인디 가야금의 세계는 이번 앨범에서 그녀가 가사에서 풀어논 오아시스를 가리키는 것만 같다. 마치 해탈의 경지에 다다른 듯한 처연한 목소리와 가사, 인생의 흑백을 담은 그녀의 곡과 가야금 연주를 고수하는 한 그녀는 그녀만이 가질 수 있는 음악세계를 점점 구축해나갈 것이다.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고 흥겹게 털어 놓으려는 고백조의 선율, 대체로 듣기 편한 멜로디로 구성된 모던 가야그머 정민아의 앨범.

그녀의 앨범속에서는 새롭고 신선한 인디의 감성뿐만 아니라 국악의 새로운 시도, 발전까지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삶 속에서 묻어나는 아픔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또로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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