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청자 파편에 새겨진 솜씨와 아름다움, 유천리 고려청자

꼬양 2011. 5. 17. 07:30

[전시리뷰] 신록으로 푸르른 5월. 그 푸르름을 닮은 것은 하늘도 있겠으나, 은은한 푸른빛을 띠는 고려청자가 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려청자. 청자에는 그 시대를 살았던, 고려인들의 감성과 그들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삶이 담겨있습니다.

고려청자 파편에 새겨진 선조들의 빼어난 솜씨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유천리 고려청자를 감상해보시죠.

 

 

고려시대 도자 생산에서 으뜸지역이 있다면 강진과 부안입니다. 이 두곳에서는 수많은 가마터가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강진과 부안의 가마에서 만들어진 청자는 매우 정교하고 장식기법이 매우 능숙하게 표현돼 있다고 하죠. 표면도 매끄럽고 은은한 비취색을 띱니다.

 

 

깨진 청자접시들입니다. 이 청자접시들이 깨어지지 않았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왼쪽은 부안, 가운데는 강진, 오른쪽 역시 부안의 가마터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모두 12세기, 800년전에 만들어진 청자들이죠. 부안 가마터에서도 유천리 12호 가마는 일찍부터 중요성이 인정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조사는 늦게 이뤄졌습니다.

 

청자 음각 화문 잔탁, 청자 음각 연화문 잔, 청자 연각 연판문 잔

 

가장 질 좋은 청자를 만든 곳은 12호라고 명명된 지역이었지만, 일찍부터 그 명성이 알려져 도굴과 훼손도 심했다고 하죠. 상당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쨌든 이곳에서 생산된 청자는 종류도 다양했는데 매병, 항, 기와, 자판, 의자, 바둑판 등 고려시대 사람들의 문화를 알아볼 수 있죠. 특히나 유천리 가마터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상감청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감 문양이 특히 유려하고 아름다운데요.

하늘의 조화를 빌린 솜씨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림이 그려진 청자. 처자 안에서는 다양한 풍경들이 수놓아져있습니다.

 

청자 물가 풍경 무늬 주전자

 

마치 봄의 정경을 묘사하는 듯한 모습이죠. 청자에는 흐드러지게 늘어뜨린 버드나무가 있습니다.

실제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더라도 이렇게 그리긴 힘들터인데 우리 선조들은 청자에 멋진 버드나무를 그려놨습니다.

 

 

청자 향로뚜껑편 

 

 

청자상감국화문뚜껑, 백자상감국화문뚜껑, 백자음각화문접시, 백자음각여의두문병 

 

 

그리고 고려시대의 백자. 고려시대라 함은 왠지 청자만 생산될 것 같지만, 백자도 생산되었습니다. 물론, 청자처럼 그렇게 다양한 종류가 생산된 것은 아니었지만 특수한 용도에 이용되는 백자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몽골의 침입 이후에 백자의 생산은 뚝 끊겼고, 청자만 만들어졌다는 거죠.

 

청자 음각 뇌문잔탁, 백자 음각 화문 잔탁,  백자 음각 파도문 향로, 청자 음각 파도문 향로

 

 

 

 

고려시대 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것은 왕실과 중앙관료를 중심으로 한 지배층이었습니다. 때문에 부안이나 강진의 가마터에서 만들어진 청자는 수도인 개경으로 운반되어 왕실과 사회적으로 권력이 센 계층이 사용했죠.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청자의 대부분은 그들의 무덤에서 발견된, 즉 부장품으로 묻혔던 청자라는 겁니다.

권력층의 무덤에서 발견된 청자는 당시 사람들의 취향을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백자 주자, 백자 완 

 

다도문화를 향유했던 계층인만큼 주자와 완의 발견도 상당히 많았죠. 역시 선비들에게 차는 필수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상당히 많이 대중화가 되었죠? ^^

 

 

 

청자 양각 당초 여의두문 접시

 

왼쪽, 오른쪽 모두 청자 양각 당초 여의두문 접시입니다. 왼쪽은 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청자라고 추측되는데요, 명종의 지릉에서 출토되었습니다. 오른쪽의 여의두문접시의 경우에는 12세기 중반에서 13세기 중반에 만들어졌을 거라 추측되며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출토되었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봅시다. 두 접시가 비슷해보이나요?

 

 

 

 

청자를 오롯이 바라보고 있자니 국화, 넝쿨, 여름날 물가 풍경이 피어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구름 위로 학이 노닐고도 있었죠. 버드나무와 괴석, 물새가 떠다니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청자에 멋이 가득하게 새기던 우리 선조들의 솜씨란 정말 대단하죠. 지금 현대 과학기술로도 아마 이건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폐기된 도자기라서 파편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시절, 고려인들의 삶을, 그들의 여유를 느껴볼 수가 있어서 의미가 깊었던 전시회였습니다.

마치 달빛에 취하듯 은은한 비취빛에 취해, 선조들의 솜씨가 녹아든 청자를 가만히 바라다봅니다. 

가끔, 봄의 녹음에 취하듯 이렇게 청자의 빛깔에도 취해보세요. ^^ 마음도 청자의 비취색이 되는 것만 같아요.

 

 

 

자연의 노래 유천리 고려청자

2011. 4. 5 ~ 5. 29

국립중앙박물관

 

 

청자빛깔처럼 고운 하루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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