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차와 향, 혼을 담은 청자. 신안용천청자

꼬양 2011. 4. 28. 07:30

[전시리뷰] 은은한 빛깔의 청자.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 빛깔의 청아함에 흠뻑 빠져 버리고 마는데요. 청자를 생각하면 주로 고려청자를 떠올립니다. 그 이유는 아마 한국인이라서 그럴겁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자가 고려청자이듯, 중국을 대표하는 청자도 있습니다.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중국 오대, 북송때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저장성 남부의 룽취안 일대에서 생산된 청자를 용천청자라고 하며 중국을 대표하는 청자라고 말합니다.

남송부터 원, 명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물론 동, 서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에 이르기까지 널리 유행했던 용천청자가 신안 앞바다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다가 빛을 보게 되었는데요.

 

모처럼 세상 구경을 나온 용천청자 한번 구경해보시죠^^

 

 

 

청자의 은은한 유혹에 이끌려 당도한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3층 아시아관 신안해저문화재실입니다.

 

모란무늬 양이화병, 코끼리모양 양이향로

 

신석기시대와 철기 시대 사이의 청동기문화는 황제와 귀족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서민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죠. 도자문화가 서민들에게 확산되는 이후에는 청동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이를 모방한 도자기들이 다량으로 생산됩니다. 용천청자의 경우도 다를 게 없는데요. 향로, 화병 등 의례와 관련된 자기는 고대 청동기의 엄숙함이 표현됩니다. 물론 그 영향은 고려청자로까지 뻗죠. 고려청자의 정형향로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왼쪽 - 귀때사발, 가운데 - 주전자, 오른쪽 - 맷돌 

 

 

그리고 차문화도 용천청자의 발달에 한몫을 합니다. 일본은 귀족사회를 중심으로 약용음료로 차를 마시기 시작합니다. 이후 한국에서 불교가 유입되고 선종이 유행하면서 승려들은 다례를 통해 도를 익히며 이를 즐겨마시게 됩니다. 당시 사원을 비롯한 상류층에서는 중국에서 수입한 찻잔을 비롯해서 다도구를 소장하는 것이 크게 유행했다고 합니다.

어느때나 유행은 있나봅니다. ^^

 

신안선에서도 찻잔, 잔받침, 차를 담는 합, 차를 가는 맷돌 등 다양한 다도구들이 발견되어 차문화와 함께 용천청자도 발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인좌상 

 

팔괘무늬향로 

 

 

또한 불교의 전래는 향문화의 발전을 가져오는데요. 향문화의 발전은 도자문화의 발달을 이끕니다. 처음에 종교적인 의미로 사용되던 향은, 후에 개인적인 심미의 목적으로도 이용됩니다. 실내에 향을 피워 주변을 청결하게 하거나 향을 개인적으로 휴대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는 사원이 참 많잖아요? 사원이나 가정에서 향로, 촛대, 화병을 세트로 장식하여 진열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왼쪽 -철반매화무늬접시, 오른쪽 - 국화무늬화형접시

 

연화무늬주전자, 주전자 

 

다양한 모양의 연적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용천청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어떤 용기일까요? 다름아닌 음식용기입니다 접시와 대접, 발, 주자 등 다양하게 발견되었습니다. 우리 주방에도 수많은 그릇이 있듯 이 당시도 마찬가지였나봅니다. 더불어서 향로와 화장품을 담는 합, 문방요구로는 인물, 물고기 형태의 연적등이 발견되었습니다.

 

 

 

아기자기한 청자와는 달리 대형기종의 청자도 등장합니다. 원나라 시대를 생각하면 됩니다. 몽골인이나 이슬람인들은 큰 그릇에 음식을 담아먹었고 이에 따라 큰 그릇의 용천청자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대형기종의 그릇은 아시아나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수출되어 큰 환영을 받았다죠. ^^

 

연화무늬팔각접시 

 

철반무늬 귀때사발 

 

용천청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려청자와는 다른 문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종종 다른 색깔의 청자도 발견할 수 있고 문양이 그려진 청자도 보게 되는데요. 모란, 연화, 팔보, 팔괘, 쌍어, 용, 운룡 등의 문양과 음각, 양각, 인화, 첩화, 투각, 노태첩화 등의 장식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화려한 문양과 독특한 장식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요. ^^

 

어룡장식 양이화병 

 

 

 

짙은 옥빛에서 차가운 얼음 빛깔로의 변화, 청자는 시대를 타고 색에도 변화를 주었고, 다양한 용도의 용기를 만들게했습니다.

물론 그 솜씨는 장인의 손 끝에서 나온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어느 나라를 떠나 그 손길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배가 신안 앞바다가 침몰한 지 수백년이 지나 우리는 그 유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바다속에서 나온, 잠시 수장고에서 숨쉬고 있던 청자들을 통해 그 당시 동아시아인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그 시대로의 여행을 떠나는 기분입니다.

저는 박물관에서 늘 그렇게 타임머신을 타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데 여러분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

 

 

차의 향과 여유가 그리워지는 봄날.

은은한 차의 향기처럼 잔잔한 빛깔의 용천청자를 감상하는 여유도 한번 가져보세요.

차와 향, 혼을 담은 신안용천청자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신안용천청자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3층 신안해저문화재실

-기간 : 2011.3.22~2011.6.19

-입장료 : 무료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번지

-문의 : 02-2077-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