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강원도

조선시대 천재 문학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 김시습 기념관

꼬양 2011. 5. 18. 07:30

[강원도여행] 강릉여행. 여행은 왠지 모를 설렘을 던져주죠. 티없이 맑고 고왔던 바다와 하늘과 함께 걸었던 길. 그리고 그 길의 중간쯤에서 만났던 곳이 매월당 김시습 기념관이었습니다.

문학관만 보면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왠지 작가의 문학세계를 넌지시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고, 그 작가의 마음, 생각속에 내가 한발자국 내딛는 것 같은 기분에 문학관만 가면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한땐, 소설가가 꿈이었기에 그들을 부러워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여행의 중간에서 만난 작은 기념관. 그 기념관에서 조선시대 천재문학가의 작품세계를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1층 한옥건물. 이 건물이 바로 매월당 김시습 기념관입니다. 매월당 선생의 문화적 업적과 얼을 계승하고자 건립되었지요. 그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금오신화 애니메이션 영상실,매월당문집 영상자료 3개시설과 체험학습으로 한국인물찾기, 김시습선생이 3살때 지은 시를 그래픽으로 영상체험 할 수 있는 2개 시설등이 있습니다.

 

또 김시습선생의 대표작인 한국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와 매월당집 영인본 등 고서들이 전시된 고문학 체험의 장이기도 하죠.

 

 

 

 

이 박물관 아니 기념관의 최대 장점은? 무료라는 것. ^^ 부담없이 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물관 입장료가 큰 부담일 분들에게는 희소식이죠? 아니~ 이런 곳은 돈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무료입장이라는 점에서 정말 미안해지더라구요.

 

 

어려운 한문책들이 가득가득 있습니다. 음.. 어려워요 어려워... @_@

 

 

 

조선 전기를 풍미한 천재 문인이자 학자이며, 생육신의 한사람인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 김시습기념관. 근데 왜 강릉에 이 기념관이 세워졌을까요? 그의 고향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 강릉에 매월당 김시습기념관이 세워진 이유는... 강릉은 그의 관향(貫鄕)이자 어머니의 시묘살이를 했던 곳이고 유랑시절 거점이었다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김시습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강릉시 성산면의 청간사(淸簡祠), 기념관 바로 뒷편에 있는 창덕사(彰德祠)와 함께 강릉에서 김시습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이죠. 기념관 바로 뒷편에 있는 창덕사는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점은 살짝 안타까웠어요. 굳게 닫힌 문이 슬퍼서 발만 동동 굴렀네요.

 

 

 

서울 교외에서 忠順衛(충순위)의 벼슬을 하던 가난한 文人(문인)의 아들로 태어난 김시습. 그는 태어날 때부터 천재적인 아이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죠. 그가 아직 돌도 되지 않았던 어느날, 이웃에 살고 있던 崔致雲(최치운)이라는 학자가 아기인 김시습에게 문장을 가르쳐 주었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외워 버렸다 하죠. 그리고 세살이 되자 어려운 한문책을 줄줄 읽었을 뿐 아니라 한시를 짓기 시작했다는... 희대의 천재가 아닐 수가 없죠.

재능은 뛰어나나 운은 없던 천재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를 여의고, 외가에 몸을 의탁하지만 외숙모도 별세를 하고 다시 상경해서 보니 아버지도 중병을 앓고 있던 상황이기도 합니다. 결혼을 하지만서도 앞길은 순탄치가 않죠.

 

삼각산의 사찰에서 공부하다가 수양대군이 단종을 내몰고 왕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계유정란) 통분하여, 책을 태워버리고 중이 되어 이름을 설잠이라 하고 전국으로 방랑의 길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어릴 때 세종과의 약속을 삶의 큰 지주로 삼아 언젠가 세종의 손자인 단종 밑에서 큰 일을 하리라는 꿈을 품고 있었던 그인지라, 그 소식은 청년 김시습에게 너무나 큰 절망을 안겨주었던거죠.
 
과거 공부도 포기하고 입신양명의 꿈도 버린 채 분노와 슬픔과 외로움에 겨워 절을 떠났으며, 이 때부터 그는 염세적인 기분에 사로잡혀 일개 초라한 승려로 출가와 환속, 재출가를 거듭하면서 전국을 방랑합니다.

그의 방랑은 양심과 지조를 지키려는 그 나름대로의 저항이었던거죠. 그래서 우리는 그를 생육신으로 기억하는거구요.

 

 

 

 

 

김시습은 매화를 참 좋아했다죠. 박물관에서는 묵매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금오신화.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자세히 배웠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조선전기 김시습이 지은 한문소설집으로 전기체 소설의 효시라고 불렸던 작품이죠.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이생규장전(李生窺牆傳),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등 5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문득 고등학교 문학시간까지 떠올리게 되어 참 즐거웠다죠. 기억을 더듬더듬 찾아가며 떠올리는 작품들이란.  

 

 

박물관 내부는 깔끔하고 아담합니다. 물론 아담하기에 더욱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많은 작품들이 있다면 제대로 살펴볼 수조차 없을 테니까요. 다만, 그의 작품세계를 약간은 알고 가야 보는데 이해하기가 쉽다는 거죠.

 

 

 

 

 

기념관을 나가는 길에 만난 벚꽃. 매화는 없지만 화사한 벚꽃이 인사를 하는군요.

조선시대 천재 문학가의 삶을 우리는 지금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기념관의 한 글귀가 마음을 짠하게 합니다.

 

 

 

나 죽은 뒤 내 무덤에 표할 적에

꿈꾸다 죽은 늙은이라 써준다면

나의 마음을 잘 이해했다 할 것이니

품은 뜻을 천년 뒤에 알아주리.

-김시습의 "나의 삶" 중에서-

 

 

그는 분명 꿈꾸다 죽은 늙은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늙은이를 기억합니다. 안타까움으로 슬픔으로 그리고 이렇게 그의 발자취를 기념관에서 만납니다.

 

 

 

매월당김시습기념관

강원도 강릉시 운정동 288-1
033) 2263-9656
입장료 : 무료
관람시간 : 09:30 ~ 18:00
정기휴관일 : 매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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