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강원도

경춘선에서 가장 서정적인 김유정역의 겨울

꼬양 2011. 2. 21. 07:30

[강원도여행] 무릇 겨울이란 쓸쓸하고, 깊은 안타까움을 전해주는 계절이기도 하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아슬아슬하게 달린 나뭇잎을 바라보는 것만큼 허전한 것도 없지만, 겨울 여행은 겨울 나름의 멋을 전해주기도 한다.

 

이제는 경춘선 복선전철이 다니는 신남역. 우리에게는 김유정역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익숙하다. 경춘선 개통 당시인 1914년부터 지명을 따 ‘신남역’으로 불려오다가 이후 김유정 작품의 무대인 실레마을의 소중한 문화 유산으로 가꾸자는 취지로 2004년 12월 역명이 ‘김유정역’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6년후 12월, 경춘선 복선전철이 다니면서 김유정역은 새로 태어나게 되었고, 기존에 있던 김유정역은 쓸쓸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눈이 소복히 쌓인 경춘선 김유정역의 철길

 

 

 

90여년의 나이를 가진 신남역, 아니 김유정역. 이제는 김유정역을 가리는 현수막이 역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경춘선 전철 영업개시와 무궁화호 폐지안내 게시판이 붙어있는 역 입구. 쓸쓸함과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녹슬고, 끊겨진 레일, 그리고 승강장. 꽃피는 봄이 오면 유달리도 소란스러웠을 이 역은 이제 새로운 역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나처럼 간간히 이곳을 기억하며 찾아오는 이들이 벗이 되어주겠지만...

 

 

작고 소박한 김유정역은 77년 철도원의 애환과 가족의 사랑을 그린 홈 드라마 ‘간이역’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때만해도 김유정역이 아닌 신남역이었다. 그전에는 이 역을 아는 이도 거의 없었을터.

하지만, 복선전철이 다니면서 김유정역은 또 한번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눈쌓인 김유정역을 다녀간 사람은 종종 있다. 이렇게 발자국들이 그들의 방문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발자국들 사이에 내 흔적이 숨어있음은 물론이며.

 

 

매서운 겨울바람에 슬며시 돌아가는 바람개비까지.

 

 

역에 들어가고 싶지만, 문이 잠겨있어서 들어가지는 못했다. 가운데 훈훈하게 난로가 켜져있고, 그 난로가에 모여 앉아있는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복선전철 김유정역

 

그리고 새로운 김유정역. 기존의 김유정역과는 달리 규모도 커지고, 예스러워졌다. 한옥으로 지었고, 글씨체도 예쁘다.

 

 

 

 

그리고 역에는 이렇게 김유정 문학을 알 수 있는 책을 구비해뒀다. 역 입구에서부터 이 마을은 김유정 문학의 토대가 되는 곳임을 바로 알 수가 있도록 한 배려가 돋보였다.

 

 

 

 

역에서 5분가량 걸어가면 김유정의 고향으로 ‘봄봄’, ‘동백꽃’ 등의 무대가 된 실레마을을 볼 수 있다. 해발 652m의 금병산 서남쪽 산자락 끝에 위치한 실레마을엔 김유정의 생가를 복원하고 전시관 등의 시설을 갖춘 ‘김유정문학촌’이 자리잡고 있다. 금병산을 비롯해서 김유정역의 또다른 볼거리 중 하나다.

 

 

영화 ‘편지’의 촬영 무대인 경강역과 함께 경춘선에서 가장 서정적인 간이역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김유정역. 이제는 작고 소박한 간이역이 아니라 예스러운 한옥으로 다시 태어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으로 생각된다.

 

흰눈에 덮여 찾아오는 이도 별로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기존의 김유정역이 초라하고 슬퍼보였으나, 그 기분도 잠시 뿐. 오랫동안 쉼없이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을 반겨주고 맞아주는 역할을 해왔으니 이제는 경춘선을 추억하고 이들의 기억속에서 편히 쉴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서정적인 간이역 김유정역. 새 건물로 새단장을 하고, 예전에 받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받으며 그 자리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