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강원도

[영월] 커피 한 잔의 마법? 추운 날 장릉에 가면 꼭 가게 되는 곳

꼬양 2011. 1. 5. 08:00

우리나라의 어느 곳보다도 먼저 겨울이 찾아오는 곳, 강원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 한성 즉 서울을 중심으로 왕릉이 있지만 강원도에도 딱 하나의 능이 있습니다.

바로 단종이 묻혀있는 장릉입니다. 쌀쌀한 바람이 매섭게 불었던 날, 태백선 무궁화 아침 첫 기차를 타고 강원도 영월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하필, 떠나도 제일 추운날.. ㅠㅠ

 

추위를 녹여줬던 따뜻한 라떼 한 잔. 그와 벗하는 낡은 내 수첩 

 

능을 갔다왔다면 먼저 왕릉을 포스팅하는 게 순서지만, 이 여행은 워낙 고생을 한 지라... 내 고생을 반으로 좀 줄여준, 마음만큼은 따뜻하게 해준 찻집이 너무나도 인상깊었기에 먼저 포스팅을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월여행. ㅠㅠ 제주도에는 기차가 없어서, 제주도 친구는 지하철이 아니라 진짜 기차를 타고 싶다고 투덜댔었죠. 그런 친구를 데리고 떠났던 여행인데, 아니나 다를까. 날씨도 매섭게 추웠고, 영월 시티투어도 뭔가 잘못되어서 나와 친구 스스로 하는 셀프투어가 되어버린 상황. 그 첫 목적지가 바로 장릉이었는데요...

 

훼엥~ 찬바람이 씽씽붑니다. 지나가는 차도 없고...

 

관람객도 달랑 나와 친구 둘.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단독으로 듣고 뿌듯했지만 살을 에이는 추위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다음 목적지인 "선돌"을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갑니다.

 

장릉 버스정류장. 여긴 어딘고?

 

아무리 촌이라지만, 이곳이 어디인지는 좀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이곳은 장릉 버스정류장일뿐입니다. 어느 면인지 읍인지 알 턱이 없습니다.

 

이 많은 버스들이 이곳을 지나갈까?

 

... 버스 시간표가 두둥!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이 버스들이 다 이곳을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아무 방향 버스나 타도 선돌은 가는 것일까? 대체 무슨 버스를 어떻게 기다려야 할 것인가? 등등 별의별 생각에 망연자실하고 있을때...

 

"커피점에 가서 한번 물어보자. 몸 좀 녹일겸"

 

그리하여 방문하게 된 커피점입니다. 왕릉에 커피점이라? 약간 의아했습니다. 전통찻집이 있을 것만 같은 곳에 유일하게 커피점 하나가 있으니 신기하기만 했죠.

 

보통 관광지에서 커피를 마시려고 하면 너무나도 비쌉니다. 그래서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곤 하죠. 핫초코 3,000원에 카라멜 마끼야또 3,500원이면 괜찮겠다 싶어서 들어갔습니다.

 

 

커피점 외부

 

 커피점 안에서 바라본 모습

 

 

내부는 상당히 깔끔했습니다. 원탁 테이블 몇개가 놓여 있고, 가게 안에는 단체 손님들을 위한 방도 따로 있더군요.

 

 

 

라떼와 장미차를 시켰습니다. 주인공은 카페라떼만. 라떼 맛도 괜찮았습니다^^ 우유 온도도 적당했고, 커피도 괜찮았던..ㅎ 커피의 따뜻한 온기에 추웠던 몸도 사르르 녹는 느낌. 장미차도 역시, 향도 은은하고 너무 좋았어요.

 

수첩을 꺼내서 뭔가 적어보려고 하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보구요. 장릉 브로셔와 영월 시내 관광지도도 함께 등장했네요~

 

친구와 함께 차 마시면서 사장님께 여쭤봅니다.

 

"여기서 선돌 가려면 어떤 방법이 있나요?"

"버스를 타고 가셔도 되고, 버스 시간이 안 맞으면 택시를 타서 가는 게 좋아요"

"걷기엔 먼 거리인가요?"

"산이라서 힘들어요. 그리고 위험하구요"

 

후에... 택시보다는 버스를 타고 가자며, 그 복잡한 버스시간표를 보면서 계산에 들어갑니다. 정확히 그 예측은 들어맞아 왕복 모두 버스를 이용하는 득템을 하게 되죠. 자세한 이야기는 선돌 포스팅에 올리겠습니다.

 

 

정말 시골 커피점 같은 이곳에도 큰 커피점에서만 할 것 같은 스탬프 제도가 있습니다. 10번 도장 찍으면 1번 무료! 저야 언젠간 이곳을 방문겠지만~ 제 친구는... 제주도 갔다가 이곳에 오는 건 몇 년 후, 먼 훗날 이야기일 것 같아. 서로 스탬프는 생략하자고 해서 쿠폰은 달라하지 않았습니다.

 

 

주방 내부도 상당히 깔끔했구요^^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영월. 추운 날씨에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았지만 커피 한 잔에 눈 녹듯 풀렸습니다. 그리고 이 후에 영월을 돌아다니는 일은 정말 술술 잘 풀렸어요. 선돌까지 버스로 왕복, 청룡포관람 후 히치하이킹을 통해 사진박물관까지 도착. 그리고 엄청난 길치인 저와 친구가 걸어서 터미널까지 찾아가는 기염을 토하기도.

 

커피 한 잔의 마법이랄까? 어쩌면 커피 한 잔에 용기가 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커피를 끊은 지 며칠이 지났는데요, 그때만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납니다.

 

아마, 이 글을 제주도에서 보고 있는 제 친구도 웃고 있을 겁니다. 좌충우돌 영월 여행때문에 말입니다. 그리고 이 이후에 일들이 어찌나 일사천리로 풀리던지..ㅎ 세상은 마음 먹기에 달린 건지도?

 

어쨌든 몇 주째 계속되는 추운 날씨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었다면, 따뜻한 커피, 차 한잔에 마음을 녹여보세요^^ 막혔던, 엉켰던 일들이 눈 녹듯 순식간에 풀릴지도 몰라요~

 

오늘 하루도 기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