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강원도

영원한 산골나그네 김유정, 그의 문학이 살아 숨쉬는 곳 - 김유정 문학촌

꼬양 2011. 2. 8. 07:30

[강원도 여행] 경춘선 전철을 타고 떠난 여행. 그 여행의 시작점은 김유정 문학촌이었다. 작가의 이름을 딴 역. 그리고 그의 문학이 살아 숨쉬는 문학관과 마을. 눈이 펑펑 쏟아져내리는 날 떠난 강원도 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기억을 더듬어내며 글을 잠시 써본다. 

 

 

김유정의 소설 봄봄, 디오라마 

 

경춘선 김유정역 

 

김유정역. 글씨도 궁서체로 아기자기하게 써 있다. 다른 역과는 사뭇 다른 느낌.

 

김유정 역 외관 

 

아직 공사가 덜 되어서 역 앞은 조금은 어수선하다. 등산을 마치고 돌아가는 등산객들이 사진에 멋지게 등장해주신다.

 

 

1번 출구로 나와서 한 5분 정도 걸었을까, 하얀 눈으로 덮힌 밭과 집들이 보이고. 저 만치에서 김유정 문학관이 눈에 들어왔다.

 

김유정 문학촌 

 

정자와 연못

 

활짝 열려진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이렇게 정자와 연못이 맞이한다. 겨울이라 연못에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있고, 약간은 삭막한 느낌이다.

 

 생가

 

연못 뒤편으로는 그의 생가가 보이고.

 

 

그리고 소설에서도 나오는 디딜방아간.

 

 

디딜방아간에는 농기구들이 전시돼 있다. 생소한 농기구들을 이곳에서는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교육의 효과는 배가 될 것 같다.

 

 

생가 옆으로는 김유정 동상이 보인다. 아이들은 즐겁게 동상 앞을 뛰어놀고 있다.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에서 태어난 김유정.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고 자주 아팠다고 한다. 그리고 말을 더듬는 증상도 있었는데, 고등학교때 고치긴 했으나 말더듬는 증상때문에 늘 과묵했다고 한다. 그는 고향 이야기를 소설에서 주로 쓰기 시작했다. 우직하고 순박한 주인공들을 그의 소설에서 만나볼 수 있고, 속어, 비어, 사투리까지 토속적이고 순박하게 구사하는 그의 소설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의 문학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념전시관도 문학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전시관에는 빛바랜 책들이 전시돼 있다. 세월을 머금은 그의 작품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손으로 또박또박 쓴 듯한 손글씨의 책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김유정 홍보 영상을 관람하는 사람들도 몇 명 보였다.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인기가 많았던 것은 봄봄 디오라마였다. 등장인물들을 닥종이 인형으로 표현하여 세 장면으로 구성한 것이다. 소설 속 한 장면이 떠오르는 디오라마. 웃음도 덩달아 나온다.

 

 

순박하고 토속적인 소설이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김유정 그의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다. 무릇 글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지 않는가. 어쨌든, 소설 '봄,봄'에는 읍내 사는 배참봉댁 마름인 봉필영감이 등장한다. 그리고 '봄·봄'과 '동백꽃' 이 외에 작품에서도 마름과 소작인의 관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만해도 지주는 토지 소유자로 농지가 없는 소작농민에게 토지를 빌려주고, 심복이라 할 수 있는 마름을 시켜 소작 농민을 감독하고, 소작료를 징수했다. 그런 과정에서 마름은 소작농민을 노예처럼 함부로 다루었고, 지주와는 별개로 수탈을 하기도 했다. 당시 지주는 수리조합비·비료대 등의 각종 부담까지 소작농민에게 전가하여 80%의 소작료를 수탈하였다. 소작료 이외에 노력봉사·경조사 비용 등 터무니 없는 각종 명목으로 비용을 소작농민에게 부담시켰다.

소작농민은 지주에게 신분적, 경제적으로 예속되어 거의 노예나 다름없었던 시절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빈농 약 29만 9천명이 토지를 상실하고 북간도로 이주하였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소설을 쓴다면 관념적이며 피상적일 것만 같지만, 그는 여타의 농촌소설과는 달리 실감나는 농촌소설을 썼다.

그가 이렇게 실감나는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체험과 관계가 깊을 것이다. 글에서 느끼는 구수함처럼, 그는 서민적인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소박하면서도 황소고집이었다는 문학관 한 켠의 글이 더욱 그를 가깝게 느끼게 만들었다.

산골에서 직접 살며 농촌 분위기를 가까이 접했던 그의 삶, 그의 글을 통해 그 시대의 가난한 농촌을 알아가는 것도 하나의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서 등장하는 박록주. 명창 박록주에 대한 이야기는 조상현 명창의 강연들으면서 접했었지만, 김유정의 첫사랑이 박록주였다는 사실은 이곳에서 처음 알았다.

끊임없이 그녀에게 구애했지만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실의에 빠져 고향인 실레마을로 돌아오게 되었다. 어머니 품처럼 포근히 감싼 마을에서 김유정은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과 많은 정을 나눴고, 이런 것들이 그의 작품의 배경이 되어 우리는 12편의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유정, 그를 뭐라고 칭할 수 있을까? 영원한 산골 나그네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1930년대 작품들 대부분이 농촌을 배경으로 쓰여졌지만 많은 문학적 결함과 이론적인 한계에 치우쳐져 있었다. 그 이유는 농촌에서 소재를 찾는 일종의 소재주의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문학은 달랐다. 그 시대의 농촌에서의 삶을 겪었고, 농민들의 삶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농민들의 삶을 예리하게 통찰할 수 있었고 글에 반영할 수 있었다.

 

 

조용히 거닐면서 작가 김유정을 만났던 곳.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있어서 더욱 운치가 있었던 곳.

당시의 문학을 살펴보고, 그의 작품세계도 알 수 있었던 김유정 문학촌.

 

경전철이 개통되었기에 더욱 쉽게 찾을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할 것 같다.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쉽게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다며 그의 문학을 쉽게 치부하지 말고, 그 글속에 담긴 일제 시대의 농촌 현실, 민족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영원한 산골나그네 김유정.

그의 아픈 첫사랑을 실은 글들, 그의 작품에 토대가 되었던 실레마을이 눈에 아련히 떠오른다.

 

 

[김유정 문학관]

-주소 :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868-1

-연락처 : 033-261-4650

-관람요금 : 무료

-정기휴관 : 매주 월요일

-관람시간 : 09:00~18:00, 동절기 (09:30~17:00)
-가는 방법

경춘선 : 김유정 역에서 도보로 5분

시내버스 : 1번(중앙로, 남춘천역 경유), 67번(중앙로, 법원 경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