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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사진출판인의 세계최고의 사진들, 델피르와 친구들

꼬양 2011. 2. 7. 07:30

[전시회 리뷰] 세계 최고의 사진이란 어떤 것일까? 그 궁금함을 해소하러 간 곳은 예술의 전당이었다. 2월 2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델피르와 친구들"은 사진출판인 로베르 델피르의 사진 인생 60년 간의 업적과 노고를 기리기 위해 마련된 기획전시회다.

 

사진을 많이 찍긴 하지만 사진작가쪽으로는 문외한에 가까운 나는 이 전시회를 통해서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보는 성과를 얻었다. 어쨌든, 이름도 어려운 사진작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사진들을 실은 잡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델피르와 친구들, 그의 사진 속으로의 여행 출발!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로버트 프랭크, 요제프 쿠델카, 사라 문...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작가들.. -_-; 이들을 비롯한 16명의 저명한 사진작가들이 헌정한 185장의 사진과 함께 앙드레 잠스와 델피르가 공동으로 발간한 사진잡지 "포토 포슈", 그리고 "나다르 사진집" 등이 전시되고 있었고, 150권의 책과 광고, 예술, 문화의 영역에서 제작했던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작가가 아닌 사진기획자, 출판편집자, 작가들의 이해자였던 델피르

그렇다면 로베르 델피르는 사진작가일까? 사진전을 열기에 사진작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코 아니다. 하지만 20세기 현대사진을 떠올린다면 그를 먼저 말할 정도로 대표적인 인물로 존재하고 있다. 

그는 사진작가는 아니다. 다만, 그들의 뒤에서 사진을 기획했던 사진기획자이자 아트디렉터이고 출판 편집자이자 작가들의 진정한 이해자였던 것이다. 델피르의 손을 거쳐 많은 작가들의 사진들이 작품집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작품집으로 끝낸 것만이 아니라 이들의 전시를 주선했고, 대중들에게 그들의 사진이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보여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큐레이터이고 비평가이기도 했다. 그의 손에 선택되고 대중들에게 다가간 사진들은 20세기 사진의 대표가 되었고, 그 사진을 찍은 작가들은 거장이 되었다.

그만큼 델피르는 좋은 사진을 구분해낼 줄 아는 안목을 가진이었다. 그렇기에 사진기획자, 아트디렉터, 출판 편집자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반인들과는 좀 다른 눈을 소유한 사람이란 것을 그의 작품집에서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그를 천재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 같다.

 

 

거장의 작품들과 함께 사진의 역사도 한눈에~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는 재미, 이곳에서도 쏠쏠하게 찾을 수 있었다. 거장의 사진들과 함께 사진의 역사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사진으로만 봐도 멋있었던 프랑스 국립사진센터 CNP. 그곳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사진의 역사"가 그대로 옮겨왔다. 20점의 사진으로 어떻게 사진의 역사를 알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정말 알기 쉽게 설명함은 물론, 인류 최초의 사진을 시작으로 예술이며 기록이며 증명의 도구, 그리고 선전도구로서의 사진의 역사를 풀어놓았다.

책으로만 봐왔던 사진들을 이렇게 전시회를 통해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전시회의 강점이 아닌가 싶다. 니앱스의 세계 최초 사진을 언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정말 이 전시회에서 꼭 봐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들기도 했다. 전시회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사진에 대한 세태라고 할까? 요즘에는 대부분 1인 1카메라를 갖고 있다. 휴대폰으로도 사진을 많이 찍는데, 말 그대로 사람들이 너무 쉽게 사진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초기 사진발명가들은 사진을 정말 고생고생하며 찍었고, 사진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들의 노력들은 뒤로 묻히고 우리는 너무 많은 사진을 쉽게 생각하고, 쉽게 버리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노력에 의해 우리는 지금 이렇게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사진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국내, 해외에서 접하기 힘든 영화도 함께 관람하기

참, 전시장 내부에서는 영화도 상영되고 있었다.  "폴리 마구, 당신은 누구십니까", "위대한 무하마드 알리" 등 총 5개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이 중에서도 델피르의 부인인 사라 문이 연출한 영화 "델피르의 초상"을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5개 영화를 모두 보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을 경우에는 사라 문이 연출한 영화라도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다섯편의 영화가 모두 해외에서도 쉽게 전시, 상영되는 작품이 아니라고 한다. 

영화 "델피르의 초상"은 에릭 올세나와의 인터뷰를 진행 중인 편집인 로베르의 델피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을 통해 그 사라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는 것도 좋으나, 정지사진이 아닌 활동사진인 영화를 통해 바라보는 그 인물은 다시금 새롭게 다가온다. 그의 길을 돌아보는 것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말해주고 그를 알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던 사라 문이 문득 떠올랐다. 

 

유일한 한국인 작가, 박재성. 그의 작품들과의 조우

이 많은 사진들중에 한국인 작가의 작품도 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봤는데, 역시나 있었다. 박재성 그의 작품을 보면서 왠지 모를 자부심이 느껴졌다. 

세계 거장들 사이 유일한 한국인 작가 박재성. 그의 작품은 사진으로 일기를 쓴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그의 작품에는 마치 일기장에 쓸 법한 고독함과 쓸쓸함, 황량함이 담겨있다. 한국인이라서 공감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라서 그의 작품에 공감을 한다. 델피르는 파리에서 그를 처음 만난 뒤에 계속 사진을 찍으라며 필름 100롤을 주어 격려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2006년 자신이 직접 편집하고 타이틀을 만든 사진집 "여기 또 그 어딘가"도 만들 정도로 그의 열렬한 후원자가 됐다. 나 역시 그의 사진의 팬이 되어가고 있었다. 초현실적인 사진, 몽환적인 느낌이 물씬 피어나는 사진의 인상은 상당히 강렬했다.



 

 

그가 아니였다면 묻혀버렸을 사진들. 그가 아니였다면 사람들에게 사진들은 사진으로 다가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손을 통해 태어난 사진집들과 전시회. 지난 한 세기 동안 사진이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곁에 다가왔는지 역사도 알 수 있었다.

 

사진을 사랑하기에, 그는 사진을 알아보는 눈이 있었고, 사진작가를 이해할 수 있었으며 그들의 작품을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사진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전시회였다. 그의 안목은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었던 게 아니라, 그가 일생동안 사진과 함께하며 사진을 사랑하며 사진을 이해하며 쌓아온 내공이라는 사실을.

 

 

그에 의해 새롭게 쓰인 사진의 역사, 사진.

오늘도 사진을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

 

 

 

[전시회정보]

-기간 : 2011.2.27까지

-관람시간 : 11:00~19:00

-관람요금 : 성인 10,000원/청소년 8,000원/어린이 5,000원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