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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칠 수 없는 매력의 사진들, 코르다 사진전

꼬양 2011. 1. 3. 08:00

 [전시회 리뷰] 책 속에서 한 인물의 사진을 수없이 많이 보지만 정작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영웅으로 기억되는 체 게바라. 검은 베레모를 쓰고 강렬한 그러나 우수에 찬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체 게바라의 얼굴은 매우 친숙한 "게릴레로 에로이카"라는 제목의 이 사진은 쿠바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알베르토 코르다(Alberto KORDA, 1928-2001)가 찍은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사진을 찍은 코르다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한다.

 

체 게바라의 이미지를 만든 장본인은 바로 코르다임이 틀림없다. 코르다, 그의 인생이 궁금해지고, 그가 찍은 사진들이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을 한 전시회에서 없앨 수 있었다.

 

목적을 갖고 봤던 전시회

사진을 잘 찍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잘 찍는 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유명한 작가의 사진을 따라서 그것처럼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응당 생긴다. 그리고 그의 작품 구도, 인물들을 잘 관찰하고 나도 저렇게 찍어야지 하는 마음도 갖게 된다. 내가 코르다 전시회를 봤을 때도 그런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한 인물을 여러 사람이 찍어도 그 사람의 표정도, 풍기는 이미지도 다르다는 점이 사진의 매력이다. 코르다는 그 점을 잘 포착했다. 때문에 체 게바라의 그 사진도 나올 수 있다는 점이고.

그의 작품들을 보다보니, 어떤 인물을 찍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풍기는 그 순간, 그 찰나를 어떻게 잘 잡느냐가 중요하단 것을 또한번 깨닫게 되었다. 진정한 작가라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니... 

 

코르다는 체 게바라의 사진뿐 아니라 그나마 약간 알고 있는 쿠바 혁명 사진인 피델 카스트로, 헤밍웨이, 사르트르, 아바나 혁명 광장 등을 찍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가 상업광고를 찍지 않았을쏘냐. 그 역시 사람인지라 패션 광고 등의 사진도 찍었다. 더불어 미에 대한 사랑? 집착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예쁜 여자들을 너무나도 많이 찍기도 했지만서도 많이 찾기도 했다. 세계 유명 잡지의 표지를 장식했던 그의 아내 노르카(Norka) 같은 쿠바 톱 모델 들의 사진을 찍기도 했고, 그의 사진은 진보적인 느낌도 풍긴다.

 

 

 

 

 

 

 

그가 사진을 시작한 이유. 그리고 그가 보는 아름다움이란?

그는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을 시작했을까? 절대 아니었다. 사진을 시작한 이유를 “아름다운 여인을 마음껏 많이 만나기 위해”라고 스스럼 없이 이야기하니까... 사진의 이유는 여자였다는 점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를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혁명가의 사진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전혀 아름답지 않아 보이는, 위험해보이고 무모한 도전으로도 보이는 혁명, 그 혁명가들을 왜 그는 사진속에 담아냈을까? 그는 여성의 아름다움만큼 혁명을 이끄는 이들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다며 혁명가들의 사진을 찍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코르다의 이러한 독자적인 ‘미’에 대한 이해와 정의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상업사진(패션광고사진)과 기록사진(혁명사진)이라는 두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진한 감동을 전한다.

 

그의 교훈. 이미지를 담는, 살아있는 사진.
코르다의 사진전에서 나오는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의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골프를 치거나, 담배피는 모습, 낚시대회에 참가한 사진 등 코르다는 혁명군의 딱딱한 모습이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특히 사진 속 피델 카스트로의 모습은 너무나도 새로웠다.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의 독재자란 악명이 붙었지만서도 사진 속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그의 모습은 호탕한 사내대장부의 기백까지 느껴지게 했다.

또한, 많이 알려진 우수에 찬 체 게바라의 사진보다도 신선한 느낌의 인간적인 사진도 많이 보였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체'나 '헤밍웨이 낚시대회에 참가한 체'와 같은 사진을 보며, 영웅도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반면 사탕수수밭에서 노동하고 있는 체 게바라를 담은 사진은 그가 행동하는 지성인임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정규 사진 수업을 받은 사진작가도 아니었던 코르다. 그는 어쩌면 타고난 감각을 가진 사진작가였다는 생각을 해본다. 미에 대한 추구가 사진으로 이어졌고, 그 열정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사진으로나마 우리는 체 게바라를, 쿠바 혁명가들을, 쿠바 민중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은 그 현장을 담기도 하지만, 열정, 감정을 담는 다는 것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사진, 정말 좋은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죽은 사진이 아니라, 정말 살아있는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사진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보면 볼수록 많은 매력을 갖고 있다.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의 사진이라는 단어, 그의 전시회에서는 통용될 법하다.

 

 

<체 게바라와 쿠바, 코르다 사진전>

-기간 : ~2011. 3.1까지

-장소 : 코엑스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7시

-관람료 : 일반인 10,000원, 학생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