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탐구생활/일상속에서 이런 일도, 생각도

지하철 2호선 대란, 그 속에서 발견한 도시인들의 냉정함

꼬양 2011. 1. 18. 10:47

1월 18일 오전 7시 40분, 출근길 신림역


신림역 1번출구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로 길게 줄을 늘어서야 하나, 오늘따라 너무나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불길한 예감에 지하철로 들어선 순간,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영등포구청역에서 열차가 고장나서 운행에 차질이 있습니다. 바쁘신 승객께서는 환불 받으시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지하철 말고 다른 교통수단이 없는 자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지하철 안내 방송이 계속 흘러나와도 시민들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정말 바쁜듯한, 몇몇 사람들은 짜증을 내며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지하철을 나섰다.
집에서 회사까지 지하철 말고 달리 출근할 방법이라?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버스와 지하철, 택시!
버스를 탄다고 하면, 도착시간을 예측할 수가 없다. 도로는 어마어마하게 막힐 것이고, 버스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눌릴 건 뻔하다.
그리고 택시. 출근길 택시타기? 부자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이 또한 버스보다 더 무모한 짓이다.
어쩔 수 없는 지하철의 선택. 다른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도 되겠지만, 신림역에서 가까운 지하철? 7호선 또는 9호선. 신대방역까지 이동시간과 노량진까지의 이동은 버스일텐데 그 시간도 만만치 않다.
선택은 어쩔 수 없는 지하철이다. 신림역까지 오는 지하철들은 10분 간격으로 사람을 가득가득 태우고 아주 천천히 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태우고도 열차가 움직인다는 게 신기할 정도.

 

 

 

지하철은 말 그대로 지옥철
눌리고, 튕겨나가고…
다들 마음이 급해서 지하철이 오자 사람들은 지하철 문으로 달려들었다. 지하철 역이나 안이나 이미 지하철 안은 포화상태였다. 그래도 내리는 사람 몇 명이 있기에 그 틈을 노려서 정말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줄은 없어진지 오래. 차례차례 줄을 서면 손해였다. 두줄서기가 아니라 어느덧 여섯줄 서기가 되어 있었고…
기다림에 지쳐 포기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틈에서 지하철 스크린 도어 앞에서도 꿋꿋하게 지하철을 기다리던 나. 열차 문이 열리자 발을 내디뎌서 탔다. 하지만 튕겨 나갔다. 내가 튕겨나간 이유? 안에서 누가 밀어서다. 누가 밀었는지 얼굴이라도 확인했음 좋으련만 얼굴을 볼 틈도 없다.


그 다음에 온 지하철도 마찬가지, 또 튕겨나갔다. 공간도 있었다. 발을 디딜 수도 있었고, 사람이 들어갈 공간은 충분히 있었다. 다만 손잡이가 없었기에, 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공간을 사람들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마냥 바라보고 있었다. 한 사람이라도 태워보냈으면 좋겠지만, 다들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문이 닫히자 안에 있는 사람들은 조금 숨통이 트인 듯 움직임을 보였고.

정말 밀어줄 사람도, 잡아줄 사람도 없었다. 안에서 탄 사람 한 명이라도 내 팔을 잡아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튕겨나가면서 열차와 역 사이 틈에 발이 낄 뻔 했고, 두 번째 튕겨나갈 땐 넘어질 뻔도 했다. 누가 잡아주기라도 했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냥 보고만 있을 뿐이다. 모자란 운동신경이지만 본능적으로 중심을 잡았기에 그나마 다치지 않았다.


어쨌든, 그리하여 탄 네 번째 지하철. 지하철을 계속 보내서인지, 아니면 지하철타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나서 인지, 공간은 훨씬 있었다. 기둥 하나 붙잡고 서서 관성의 법칙에 저항하며 힘겹게 출근길을 이어나갔다.

 

지하철을 타고 그게 끝일까? 절대 아니다.

지하철 안은 또 다른 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바 짜증폭풍.
다들 기다림에 지쳐서 몸싸움에 지쳐서 날카로움에 비명을 지르고 싸우기까지 한다.
심지어는 한쪽에서는 내리라면서 아저씨가 아줌마를 문 쪽으로 마구 몰아내고 있었다. 아저씨는 지하철 네 대나 보냈다면서, 왜 이 아줌마 억지로 타려고 하냐면서 아줌마에게 소리를 질러대고, 아줌마 역시 지지않겠다는 태세로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이 아저씨와 아줌마는 금새 꼬리를 내리고 만다.

“누군 지하철 몇 대 안 보냈나?”, “혼자 왜 저런대?” 이런 수근거림 속에서 어느 누가 싸울 수가 있겠는가. 어쨌든, 가뜩이나 혼잡해서 짜증나는 출근길에, 아줌마와 아저씨의 다툼은 승객들의 신경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다들 늦은 출근길, 어차피 늦은 출근길 포기하고 그렇게 눌리면서 왔지만, 이왕 다같이 불편하고 다함께 늦은 건데, 혼자 짜증을 내고 있으니 듣는 사람들도 정말 성질이 날 뿐이다.

 

 

 

 

양보와 질서, 배려. 이 모든 것이 사라졌던 출근길. 사람들에게 너무 눌리다보니 팔도 시큰하게 아파온다. 마음도 시큰하게 아프다. 회사가 있는 삼성역에 도착하니 열차조정 중이라는 스크린이 보인다. 사람들의 마음 간격도 조정을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