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구제역 청정지역인 제주. 제주공항에서부터 제주항, 그리고 도로 곳곳에서도 구제역 유입을 막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죠. 치밀하다못해 살벌한 구제역 차단. 저 역시 구제역이 제발 제주도만큼은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구제역때문에 문 닫는 고기집이 속출하고 있어서, 이번 제주도에 내려갔을땐 제대로 고기도 못 먹고 왔다죠-_-
어쨌든... 구제역으로부터 안전한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기름기 많은 명절음식에 질릴법도 한 법. 외출하는 저에게 동생이 부탁을 합니다.
"언니, 나 햄버거 좀 사다줘"
"니가 사다먹어."
"언니 좋다는게 뭐야. 간만에 왔으니 동생 해달라는 것도 좀 해줘. 햄버거 안먹은지 오래됐단말야!!"
모처럼 제주도 왔으니까. 이젠 일년에 딱 두번밖에 못오니까.. 알겠다고 하곤 나왔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집에 들어가려다가... 동생이 말한 햄버거가 생각났죠.
버거*, 롯데** 등 여러 패스트푸드점에서 가장 가까운 롯데**로 들어갔죠.
그래도 입맛 좀 까다로운 녀석이라... 간만에 사주는 간식이니 제대로 된 걸 사주려고 주문을 합니다. 그리고 내것도 하나 사가야지 하는 심산에...
"한우레**버거 하나하구요, 한우버거 세트 하나 포장요"
"죄송합니다. 손님. 한우버거를 비롯해서 소고기 패티가 들어간 버거는 판매를 하지 않습니다"
"네??????????!!!!!!!!"
버거를 파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버거를 안 판다라? 그리고 여긴 전국 체인이잖아... 어라? 여기 문 닫아야 하는거 아닌가?
이윽고 한 게시물에 눈이 갔습니다.
아.. 이래서 안파는구나라는 생각에 급히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른 버거를 먹든지 아니면 안 먹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말이죠-_-;;;
너무나도 한가해보이는 패스트푸드 매장이었고... 주문을 하면서 직원한테 물었습니다. 물론, 안내문을 찍겠다고 동의를 구했구요. (너무 신기해하면서 사진을 찍었네요. 물론 휴대폰으로-_-;;; 사진 자세히 보시면 휴대폰 들이대며 찍는 제 모습 살포시 비춰집니다)
"다른 걸로 주문할게요. 새우버거랑 유러피언***버거요. 근데 이렇게 한우버거를 안 팔면, 컴플레인 들어오지 않나요?"
"제주도분들은 왠만큼 다 이해를 하세요. 타지에서 오신분들이 좀 의아하게 생각하세요"
"구제역 끝날때까지 여기에 써진 제품들은 먹지 못하는건가요?"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
"서울이나 다른 지역은 구제역 상관없이 다 팔던데... 제주도만 이렇네요. 전 처음 겪어서 황당하네요. 저같이 황당해하는 손님이 좀 있나요?"
"예. 좀 계세요. 근데 대부분 이해를 해주세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제 뒤에 줄을 길게 서서 직원과 대화를 길게 하진 못했지만...
어쨌든, 무시무시한 구제역은 패스트푸드점의 버거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주도의 협조요청에 따라 버거를 판매하지 않는 이 매장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보통 매출로 직결되기에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울 텐데 말입니다. 2001년 당시, 구제역 여파때문에 소고기 버거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는데, 최근에는 구제역 상관없이 버거 매출은 그대로라고 합니다. 물론, 제주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의 말이구요.
그나저나, 구제역이 버거도 못 먹게 막는군요. 먹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참 불편했지만, 그래도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서 이러는 거니까 이해를 했습니다.
구제역이 제주도를 덮칠 경우에는 제주도는 (이런 표현을 써도 될런지) 정말 한번에 훅 가게됩니다. 경제적 피해액만 해도 1조원이고, 때문에 제주도에서는 예방백신주사를 놓고 살벌하게 경계를 하는거죠. 구제역이 제주도를 쥐락펴락 하는 상황.
제발 구제역이 완전하게 끝났으면 좋겠네요.
우리는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권리도 있지만, 먹고 싶은 거 먹을 권리도 있는데, 구제역때문에 고기값은 껑충껑충 뛰어올라, 문을 닫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고, 가격까지 올리니 소비자는 오른 가격에 황당해하고...
당분간 제주도에서는 한우버거는 못 먹습니다~ 그럼 무엇을 먹을 것이냐?
정 드시고 싶다면... 새우버거 드세요-_-;;;
더불어, 전혀 상관없는 황당한 이야기
서울에 있는 친구한테 연락이 왔더군요.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뭐하냐고 묻길래, 햄버거 사러 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심각하게 제가 말했죠.
"야, 근데 제주도에선 한우버거 못 먹어. 신기하지?"
"어. 신기해. 제주도에 햄버거 파는 곳도 있어?"
.... 쩜쩜쩜....
이상 꼬양의 제주도 고향이야기 끝! 다시 서울 일상으로 복귀~~ㅎ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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