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스크린 세상-영화보기

정말 현실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섬뜩했던 SF영화 - 트론

꼬양 2011. 1. 12. 08:00

[영화리뷰] 새로움이라는 단어는 신선한 우유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친구에게서 받은 선물이 뭘까하는 궁금증, 설렘을 유발시킨다. "트론, 새로운 시작" 이 영화 "새로움"이란 단어덕분이랄까, 물음표와 설렘을 갖고 봤던 영화다. 보고나서는, 3D 영화의 종결자라는 표현을 써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싹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SF 액션 영화에서 무서운 장면이 나올리는 만무하지만. 무서웠던 이유는, 아무 생각없이 했던 게임의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유저를 위협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때문이었다.

프로그램의 반란. 과연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줄거리> 

21세기 SF 액션 블록버스터의 혁명, 인류의 미래가 걸린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다

세상 누구도 본적 없는 최고의 가상 현실을 창조한 천재박사 케빈 플린(제프 브리지스 분). 그러나 슈퍼컴퓨터가 그와 그의 프로그램인 '트론'을 통째로 삼켜버린다. 컴퓨터 귀재인 그의 아들 샘 플린(개럿 헤들런드 분)은 디지털 세상에 감금된 아버지를 찾아 생사를 초월한 사이버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엔 모든 상상을 집어삼키는 위험천만한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는데... 

 

 

디즈니표라서 스토리 라인이 유아틱?

이 영화, 줄거리를 어떻게 말해야할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아빠찾아 삼만리"다.

샘 플린이 아빠를 찾아서 프로그램 속 세상 그리드를 헤맨다는 거다. 샘 플린은 실종된 아빠가 분명 존재한다고 믿고, 아빠의 호출을 받아 그리드로 가게 된다.

그리드로 가면서 무시무시한 사실을 알게 되고, 아빠와 함께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 프로그램들과 열심히 싸운다.

물론, 싸우는 장면들, 바이크 경주 씬이라든가 로마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경기장에서의 대결은 정말 볼만하다. 특히 3D로 보는 경우에는 그 웅장함은 더 한다. 이 영화가 비주얼에 유달리 신경을 썼고, 유저와 프로그램, 창조자, 복제자 등의 현실과 가상 세계를 오가는 인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 때문에 스토리 전개는 좀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무를 보다가 산을 못 본 경우라고 할까.

어쨌든, 1982년 트론을 못 본 사람도, (물론 이 시대에는 내가 있지도 않았기에 전혀 모르고 있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줄거리는 쉽다. "아빠 찾아 삼만리"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으니. 디즈니는 어쩌면 이걸 노린걸까? -_-;



SF영화지만.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영화

 

영화를 보기 위해서 알아둬야 할 다섯 가지 단어가 있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도 정리할 수 있지만, 보기 전 알아두면 영화는 눈에 쏙쏙 더 잘 들어온다.

 

*creator : 창조자-프로그램을 만든 자 (케빈플린)

*clon : 복재자-말 그대로 창조자의 프로그램분신 (크루 2.0)

*user-이용자-프로그램을 이용, 통제하는 자(샘 플린, 케빈플린의 아들)

*program-창조자에 의해 설계되었으며 유저에 복종하는 컴퓨터, 하지만 복재자 말에 복종한다.

*ISO : 창조자에 의해 설계되지 않은 자생프로그램.

 

 

어쨌든, 이 단어들을 이용해서 영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날이갈수록 컴퓨터의 정보처리 능력은 빨라지고, 우리의 생활은 컴퓨터가 없으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컴퓨터 없으면 생활 전체가 지장이 생길 정도다. 더불어 게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게임과 현실을 혼동해 사건 사고도 끊이질 않고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주의 깊게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컴퓨터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컴퓨터가 우리 생활을 지배하는 것이 아닐까? 유저인 우리가 프로그램에 종속되어 지배받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문득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가 떠오르기도 했다. 컴퓨터에 지능을 심어주는 것이야 말로, 무서운 일임에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그리드 안에서 창조자에 의해 설계되지 않고 자생적으로 프로그램이 자랐듯 이런 일이 있지 말라는 법도 없다. 영화속에서 수많은 ISO는 복재자 크루에 의해 대량학살을 당하고 오직 한 명, 쿠오라만이 생존해서 샘의 탈출을 도울 뿐이다. 아쉬운 점은 쿠오라의 연기기 밋밋했다는 것인데, 캐릭터가 어쩔 수 없기에 배우 자체도 그것이 최선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배우라도 이 정도가 최선이었을 것이다.

 

 

예전 컴퓨터도 그랬지만 현대 사회의 컴퓨터에게서는 실수와 불완전함이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결코 수학계산에서 잘못된 답을 내놓지도 않으며, 짜여진 프로그램 안에서 답을 예측하여 우리가 생각못하는 답도 척척 알려준다.

창조자가 복재자에게 잘못 심어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완벽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복재자는 불완전한 인간, 유저인 창조자를 배신하고 반란을 일으킨다. 이 부분이 가장 섬찟하다. 많은 SF영화들이 반란을 다루고, 인간을 정복하고자 하는 내용을 언급했지만, 이 영화가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것은 현대의 정보화 사회 세태를 영화 안으로 고스란히 담아왔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 불완전 하다고 느끼기에 완벽한 컴퓨터에게 많은 기대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프로그램을 다루면서 우리는 유저로서 응당 그래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유저라는 생각보다도 "컴퓨터니까, 프로그램이니까"라는 생각이 먼저 앞서는 편이 아닌가?

 

우리는 유저의 생각이 아닌 프로그램으로서 살 때가 너무나도 많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포함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컴퓨터, 프로그램에만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도 해봐야 한다.  

영화 속에서 탈출을 하려고 했던 플린 부자와 쿠오라를 죽이려고 쫓던 프로그램이 별안간 그들을 돕는다. 갑자기 그 프로그램은 왜 그랬던 걸까? 그의 대사가 답이다. "난 유저를 위해 싸운다"

 

프로그램은 유저를 위해 만들어졌고, 유저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뿐이다. 완벽하든 안하든 유저니까. 이 영화의 최대 반전은 아마 유저를 위해 자폭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거?

 

또한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은 프로그램 세계 그리드 안에서도 인문과 철학, 명상으로 자신을 다스린 케빈 플린의 모습이다. 그의 모습은 이러한 정보화 세상에서 현대인이 나아가야 할 모습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엄청난 정보의 흐름과 속도, 컴퓨터 프로그램의 발달 안에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사고의 힘, 인문과 철학, 정치, 정의를 논할 수 있는 것이리라. 창의적이지 못하고 생각조차 없는 유저는 프로그램에 속박당하고 구속당할 수 밖에 없다. 나 스스로 내가 유저인지 프로그램인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리드가 아닌 지구임에 틀림없으나, 내가 프로그램에 지배당하는지 아닌지는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트론 : 새로운 시작 (2010)

TRON: Legacy 
6.2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제프 브리지스, 개럿 헤들런드, 올리비아 와일드, 보 개러트, 아니스 체파
정보
액션, SF | 미국 | 125 분 | 2010-12-29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