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스크린 세상-영화보기

크리스마스, 가족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 - 나니아 연대기3

꼬양 2010. 12. 20. 07:30

어렸을 적 동화를 많이 봐 왔다. 동화 속에서 나는 공주도 되고 싶었고, 왕도, 왕비도 되고 싶었다. 이런 꿈은 어린 시절에만 머물렀고,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잊혀졌다. 허무맹랑하다는, 터무니 없는 꿈이라는 소릴 들어야 했던 꿈들은 영화속에서는 이뤄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영화였던 것이다. 어린이들이 왕이 되고, 왕비가 되었던 영화, 나니아 연대기.

 

그 어린이들이 훌쩍 커버려서 그 어린이들의 동생, 사촌이 여정을 떠난다. 나니아에서 그들이 겪게 되는 모험, 어떨까? 아슬란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줄거리

페번시가 남매 중 에드먼드와 루시, 그리고 사촌 유스티스는 어느 날, 방에 걸려 있는 그림 속 바다에서 배가 나타나 조금씩 다가오더니 한 순간, 물이 넘쳐 나면서 나니아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실종된 7명의 영주들을 찾아 ‘론 아일랜드’로 가던 캐스피언 일행과 만나 새벽 출정호에 승선, 새로운 모험 길에 오르게 된다. 가장 먼저 도착한 ‘론 아일랜드’. 그곳의 영주인 베른에게서 언제부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안개가 피어 오르고, 그 안개 속으로 끌려들어간 배와 사람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슬란에게서 받은 7개의 마법의 칼을 소지한 7명의 영주가 흩어지면서 힘이 약해져 악의 안개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위험에 처한 나니아의 운명은 이제 이들 손에 맡겨지고, 5개의 신비한 섬에서 만나는 상상 속 생물들, 사악한 적들과 맞서게 되는데…

 

 

바다에서 벌어지니까, 해양판타지

시퍼런 바다,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펼쳐진 영화는 몇몇 있었다. 장르가 판타지라는 걸 따져서 본다면 대충 캐리비안의 해적의 판타지버전이라고 하면 되려나? 근데 그렇게 잔인하거나 눈살찌푸리는 장면은 없다. 오히려 아기자기하게 해양모험물로서 영화를 만들었다. 때문에 전체관람가가 되었겠지만. 스크린은 대부분 푸른색이며 배와 섬으로 가득찬다.

태풍이 몰아칠 때는 내가 정말 배를 탄 것마냥 속이 울렁울렁거리기도. 아마도 그건 풍랑주의보였을 때 크루즈 타고 해외여행을 갔었기때문일테고. 어쨌든, 동심으로 돌아가서 바다에서 청소년들이 펼치는 모험을 감상하는 것은 참 흥미진진하다.

거대한 바다뱀과 이들이 싸우는 모습, 이부분이 클라이맥스인데, 여기에서 이 영화가 참으로 순진하고 착한 판타지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나조차도 순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나에게도 마법의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화를 보면서 "가끔 나도 저랬으면.."하고 바랄 때는 많지 않았다. 순진한 판타지라서 그럴까. 문득 루시가 마법의 책을 읽을 때 저 책을 나도 읽어봤으면 하는 소망을 잠깐 가질 수 있었다. 마법의 책에서 루시가 찢었던 그 페이지, 완벽한 미녀가 될 수 있는 주문. 이 주문을 한번 외우면... 참 좋을텐데라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고.

청소년인 루시지만, 아마 여자들의 욕망을 대표하지 않았나 싶다. 세상에 어느 여자가 안 예뻐지고 싶을까. 예쁜자만이 승리하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것은 미모일테고, 루시는 영국전쟁 그 당시에서도 세상 논리를 알았던 참 머리 좋은 아이(?)였다.

루시가 눈이 내리게 하는 주문을 외우자 마법사의 방이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마치 설원위에 서 있는 듯한 루시의 모습, 눈 속에서 마법사의 책을 넘기던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상이 아니었나 싶다.

실제 영화가 아니라면 루시에게 말하고 싶다. "루시, 그 주문 좀 공유하면 안될까?" 

 

 

캐릭터의 부재. 악동 한 명이 영화를 살리다

이 영화에서 가장 실망한 점은 이미 다 커버린 아이들의 캐릭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른이 되어갈수록 동심은 잃어가고 순수함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 영화도 그 모습을 담고 있긴 하나, 문제는 캐릭터까지 사라지게 해버렸단 거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물, 캐릭터인데. 이 영화에서 인물들은 다 어디갔냐 이거다. 전편의 매력적인 주인공 피터(윌리엄 모슬리)와 수잔(안나 포플웰)이 18살 성인이 됐다는 이유로 나니아의 세계에서 빠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을 대신해 나타난 루시와 에드몬드는 영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했다. 정말 과도하게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정직한 인물들이었다.

관객들을 웃게하고, 영화를 이끌어갔던 인물은 사촌 유스터스의 역을 맡은 윌 폴터였다. 나니아 연대기 7부작 소설에서 다섯번째 이야기는 유스터스의 모험, 즉 유스터스는 나니아의 새로운 모험을 담당하며 성장통을 겪을 또다른 주인공이었다.

얼굴에 심술이 가득한 그의 얼굴은 정말 말 그대로 악동이었고, 악동이라는 사실을 영화 내내 보여줬다. 영화가 점점 클라이맥스로 다가갈수록 유스터스는 사람들과 동화되고, 점점 성장한다. 진정 성장한 인물은 유스터스 하나라는 거. 정말 이 인물 하나 영화에서 잘 나타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더불어, 아이들도 많이 깨달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시대에 사촌 또는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주위사람들에게 땍땍 거리면서 잘난 척 하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그 아이들이 이 영화를 봤다면 조금은 깨닫기를 바라며.

 

 

교훈도 있고, 볼거리도 많은 영화

원작이 소설이라, 글로 쓰여진 세계를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 것인가가 감독이 가장 크게 고민한 부분이 아닐까?

신비한 마법의 책, 콩콩 뛰어다니는 큰 발을 가진 외다리 난쟁이들, 모락모락 피어나면서 신음소리 내며 오싹한 기운을 내뿜는 연기 괴물, 뱀 같지만 나중에는 지네를 연상시켰던 바다뱀, 아슬란의 섬에서 파도가 갈라지는 장면 등은 "역시나"라는 말을 하게끔 한다. 광활한 바다 폭풍과 신비로운 섬들은 더욱 생생하고 실감나는 나니아 세계를 영화는 담고 있었다. 어린이들에게는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어른들에게는 "괜찮네"라는 말을 하게 하는 영화랄까.

정말 대작은 대작이다. 순제작비만 2억 달러(약 2300억원)가 넘게 들었다고 하니 영화를 보는 순간 눈은 이미 즐거워져 있었다.

그렇다고 속은 없고 볼거리만 있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주제를 담고 있다. 가족 영화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번 "나니아 연대기 새벽출정호의 항해" 여정의 핵심은 "유혹"이다. 캐스피언 왕과 유스터스, 루시, 에드먼드 등은 모험 도중 수많은 유혹에 맞서 싸워가야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7명의 영주, 7개의 검을 찾는다는 설정은 "성장통"을 겪는 주인공들이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장치이자 모험의 목적이었다는 사실을 관객들은 인지할 것이다.

 

 

나니아 연대기, 정리하자면...

전편보다 스케일도 커졌고, 한층 스펙터클해진, 시각적 효과도 뛰어났던 영화였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동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영화이기도 하다.

나니아의 아름다운 바다풍경들로 시각적인 볼거리를 주는 영화라는 점도 맞다.

이 영화의 장점이랄까? 시리즈 영화지만 전편을 보지 않아도 영화를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페번시가의 피터와 수잔을 대신해 동생들인 에드몬드와 루시 남매 그리고 사촌 유스터스가 주요 멤버로 등장하는데 전편과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란 의미다.

더불어 유스터스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은 나니아 여행이 계속될 것임을 예언하는 게 아닐까? 시리즈물의 압박이라는 표현, 여기서 쓰면 참 적당할 듯.

 

 

긴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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