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제주

제주에서 기차타고 떠나는 한라산원시림 탐험

꼬양 2010. 11. 23. 07:30

제주도에는 버스도 다니고, 자동차도 다니고, 오토바이, 자전거도 다 다닙니다. 하지만  없는 단 한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기차죠. 제주도 기준으로 따지면 육지, 뭍 지방에서 기차는 필수적인 교통수단입니다.

제주도에는 기차가 아닌 버스나 자동차가 주요 교통수단인 셈인데요. 기차를 타고 제주도 곶자왈과 생태계를 경험해보는 특이한 체험을 해봤습니다.

 

전국 팔도를 다 돌아다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연 그대로입니다. 꾸미지 않는 아름다움, 가만히 있어도 예쁜 우리나라의 산천. 너무나도 사랑스러운데, 이런 취향때문에 생긴 것과 너무나도 다르다게 논다고, 입맛마저 한식을 가장 좋아한다고 해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노친네"라는 별명도 붙었죠.-_-;

노친네 꼬양, 카메라 하나 들고 모처럼 나온 나들이네요. 제주도와도 집에 일이 있어서 돌아다닐 수 없었는데, 며칠만에 드디어 외출!!

 

 

 

이곳은 교래리입니다. 남조로를 통과하는 버스를 타고 돌문화 공원이나 교래사거리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에코랜드에 도착합니다. 물론, 에코랜드까지 또 걸어야 합니다. 차가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전 좋았습니다. 무르익을대로 익은 제주의 가을 경치를 눈과 코로 느끼면서 걸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근데, 표는 좀 비쌉니다. 입장료는 11,000원. 제주도민 할인해서 8,000원. 아직 주소 이전을 안해서 (안한 이윤 항공료 15%할인때문에! -_-;) 도민 할인 받고 들어갔습니다.

 

제주의 자연을 느끼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합니다.

먼저, 오래걸어도 발 아프지 않을 운동화, 물, 약간의 간식, 모자.  

준비물 다 챙겨왔으니 이제 숲 속 기차여행을 떠나봅니다. 다른 기차여행과 달리 이 기차여행은 소요시간이 적다는 점, 걸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군요. 기차를 놓쳐도 뒤에 오는 기차를 느긋하게 타면 되니 발 동동 구를 필요도 없구요.

 

 

 

어쨌든, 개찰구를 통과해서 만난 기차. 기차를 보니 왠지 토마스가 생각나더군요. 그 장난감 기차!

이 기차는 유럽, 홍콩 디즈니랜드의 기차를 제작한 영국 회사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링컨 기차로, 이곳에는 총 5대가 있는데, 색깔도 빨강, 노랑, 초록, 파랑, 검정 이렇게 다양하구요.

출발 시간이 되자, 경적을 울리며 기차는 출발합니다.

 

 

첫번째 역은 에코브리지. 물 위에 나무데크 다리를 걸으면서 제주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국적인 제주의 매력도 느낄 수 있죠.

 

 

 

까마귀가 앙상한 나무 가지에 앉아있고, 까마귀 아래 풀숲에는 토끼가 뛰어놉니다. 물에는 나무의 그림자가 비춥니다.

 

 

 

 

 

나무데크를 따라가다보면 수상카페도 만납니다. 담소를 나누기에는 참 적당한 곳이죠. 손님들도 없고 한가롭더군요 ^^

 

 

그리고 다시 기차를 기다립니다. 원래 20분안에 레이크 사이드역으로 가야 정답이지만, 저는 그게 싫었죠. 30분여를 이 에코브리지역에서 즐기다가 다시 이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직원분이 묻더군요.

 

"레이크 사이드역으로 가시면 더 편하실텐데..."

"전 이 역이 더 좋아요~"

 

장난감같은 기차에는 많은 승객들이 타고 있습니다. 승객들은 내리고, 저는 다시 기차를 탑니다. 근데 기차안엔 손님이 하나도 없습니다. 에코브리지 역에서 다 내린게죠. 그래서 그 큰 기차를 전 저 혼자 타는 행운을 안게 됩니다. 기차는 다음역인 레이크 사이드 역을 향합니다.

 

 

 

억새터널을 지나는 기차

 

정말 사람이 하나도 없죠? 기차는 억새터널을 지나갑니다. 이미 뽀얗게 꽃을 피운 억새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군요. 칙칙폭폭, 기차는 요란한 소리를 내는데, 제주도 중산간에 기차의 경적소리가 울립니다.

 

 

기차를 타고 편하게 제주의 자연을 즐길 수도 있지만, 저는 빨리 편하게 보는 것보다 천천히 좀 더 자세하게, 어쩌면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레이크 사이드 역에서 풍차와 정원을 만나는데, 왠지 이 역은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서 사진은 그냥 올리지 않습니다.

 

다시 기차를 타고 피크닉 가든역으로 향합니다.

 

 

이곳에는 제가 좋아하는 길이 있습니다.  산책로를 걷기 시작합니다. 산책로는 두 코스로 나뉘어있습니다. 50분짜리와 10분짜리. 당연히 저의 선택은 오래 걸리는 길입니다. 이 자연을 또 언제 느껴볼까요. 50분을 더 걸려서 걸었던 거 같네요. 사진찍고, 자연을 관찰하며 걷다보니 말이죠.

 

참, 길이 좀 독특하죠?

이 붉은 길은 송이로 이뤄졌습니다. 제주도 보존자원 1호로, 요즘 화장품의 원료로도 이용되고 있죠. 어쨌든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간직한 이끼와 고사리를 만날 수 있는 길입니다.

 

 

 

제주도의 숨골이라고 하죠. 제주의 허파의 역할을 하기도하는 곶자왈입니다. "숲"이란 의미의 "곶"과 암석과 가시덤불이 뒤엉켜있는 모습을 뜻하는 "자왈", 두 제주 방언이 합쳐진 단어죠. 학명으로도 곶자왈 그대로 쓰입니다. 이곳은 세계 유일한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곳입니다. 제주도에만 있는 곳이라는 거죠.

화산불출 시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암괴로 쪼개지면서 분출되어 요철지형을 이루고 쌓여있어 지하수 함양은 물론 보온, 보습 효과를 일으켜 난대 및 온대에 이르는 다양한 식생이 형성돼 있습니다.

 

제주도 곶자왈 지대는 여러 곳이 있습니다. 애월 곶자왈, 한경-안덕 곶자왈, 조선-함덕 곶자왈,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 이렇게 있습니다.

이 교래 곶자왈 지대의 경우에는 용암류는 약 11~12만년, 약 4~5만년 전 화산분출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곶자왈에는 약 500여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는군요.

 

 

예전엔 이 송이를 놀이에 참 많이 이용했죠. 땅따먹기할 때 줄을 긋잖아요. 그때 어찌나 유용하게 쓰였는지 말이죠. 선도 붉게 아주 진하게 잘 나왔다는..ㅎㅎ

 

어쨌든,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걸어보기도 합니다. 윽.. 근데 몸이 안 좋은지 발에 핏줄이 섭니다.

못생긴 발도 공개-_-;

 

 

물도 필수 준비물이지만, 이곳에서는 시원한 제주도 천연암반수도 맛볼 수 있죠. 시원한 물, 보기만 해도 마시고 싶죠?

 

 

양옆으로 펼쳐진 억새길, 낭만도 이런 낭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근데 이길을 혼자 걷네요-_-

하지만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억새도 있고, 맑은 하늘도 있고, 나무도 있으니.

 

 

이제 이끼고사리원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양 옆으로는 이끼고사리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고사리를 이렇게 많이 보긴 또 처음이네요. 정말 원시림의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초록색 이끼들과 초록 고사리. 거친 바람에 나무들은 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고... 가을의 붉은색과 푸르름이 공존하는 독특한 자연의 모습입니다.

 

 

다시 기차를 타고 마지막 역인 그린티&로즈가든역에 도착합니다. 야생화와 장미, 녹차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봄이 제격일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중간간 지대의 초겨울은 좀 춥기에 꽃은 없더군요.

 

 

 

메인역으로 돌아가는 길, 기차의 제일 뒷칸에 앉아 선로를 찍어봅니다.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도 제대로 뿌리내리기도 힘든 땅이 제주였습니다. 불모지, 귀양 1번지의 이름표만 붙었던 제주.

 

이런 멋진 자연, 태고의 원시림 그대로 간직한 제주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만나봤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요즘 곶자왈 때문에 많이들 시끄럽습니다. 개발이나 보존이냐 논란에서 보존 자체에서도 많이 소란스럽습니다.

 

가타부타를 떠나서, 제주의 허파인 이 곶자왈은 그대로 지켜야 할 것 같군요. 불과 10여년전이었다면 아마 이런 테마파크는 나오지도 않을 것이란 생각도 해봅니다. 개발의 논리에 밀려 수많은 제주의 자연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그나마 사람들이 곶자왈이 소중함을 신기함을 느끼고 가기에 다행입니다.

 

바위로 덮고, 하늘을 막아 작은 생명들을 잉태하는 하늘 아래의 정원 곶자왈.

기차를 타고 떠나는 독특함도 상당하지만, 무엇보다도 한라산 원시림 곶자왈을 만날 수 있고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1년, 2년이 아니라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도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만나봤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에코랜드 : 064-802-8000

이용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 1221-1번지

입장료 : 11,000원. 제주도민 :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