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제주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만든 명상의 공간

꼬양 2010. 11. 9. 07:30

바다, 산, 들. 없는 것이 없는, 축복받은 환경을 자랑하는 제주도에는 세계적인 유명 건축가들이 지은 건물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물론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누가 지었는지도 모르고, 그냥 독특하다고 지나칠 수도 있는 건축물.

인공적인 건물임이 분명하지만 그 속에서 뭔가를 느끼기에 이래서 세계적인 건축가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국내의 유명 건축가들이 지은 작품들도 있지만서도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지은 이 건물의 경우에는 특히나 안과 밖이 다른,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이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뜻의 지니어스 로사이. 9월 말 제주를 찾았을 때 이곳을 다시 한번 찾았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늦게나마 올려봅니다.

(이른바 뒷북 포스팅. 블로그는 글을 가볍게, 제 스타일대로 쓸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늦게 올려도 뭐라할 분들이 없으니...ㅋㅋㅋㅋㅋㅋ -_-;)


 

 

안도 타다오의 다른 작품, 글라스 하우스 

 

섭지코지 주차장쪽이 아니라 좀 다르게 들어갔습니다. 9월말이라서 아직 초록풀들이 펼쳐져있는 모습입니다. 휘닉스 아일랜드의 건물 하나가 보이는데, 하늘에는 멋진 뭉게구름이 펼쳐져있죠.

이 건물도 마찬가지로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죠. 건물이름은 글라스 하우스예요^^

 

 

 

지니어스 로사이 돌의 공간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는 빛과 물, 바람과 풀, 하늘 등 자연이 경건하게 연결돼 있다고 합니다. 그는 특히 교회와 같은 신성의 건축물에 대해 "신성한 공간이란 어떤 방법으로든 자연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신성한 공간에 관계되는 자연은 건축화된 자연이다"라고 말한 바도 있죠.

이 지니어스 로사이에서 그의 공간과 자연의 관계를 한번 주의 깊게 살펴봤습니다. 

 

 

 

양옆으로 펼쳐진 제주의 돌. 현무암들은 광야를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척박한 제주의 자연이랄까요.

그리고 이 돌 위로 느껴지는 것은 제주의 바람입니다. 삼다도라 했던 제주. 돌과 바람이 많습니다. 거친 바람, 거친 돌은 제주를 상징할 정도니. 지니어스 로사이에 들어설 때 첫 느낌은 바로 "제주도"라는 한 단어로 표현될 것 같군요.

 

물의 공간 

 

거친 현무암, 바람의 공간을 거쳐서 만나는 곳은 물의 공간입니다. 콘크리트 옆으로는 끊임없이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을 담아내고 있죠.

이 물 사이의 길을 건너면 우리는 길다란 현무암 창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제주의 현무암 속에서 마주하는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 성산일출봉을 신양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것도 매력이 있으나, 이곳에서 현무암을 액자삼아 보는 것은 좀 독특한 것 같아요.

액자 속의 성산일출봉의 모습은 시시각각으로 변합니다. 구름도 바뀌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풀들이 흩날리는 모습도 다르죠. 살아있는 천연 액자랄까...

 

 

 

구멍 숭숭 뚫린 벽들이 높다란 벽을 이룹니다. 약간은 폐쇄적으로 보이고, 마치 미로를 걷는 것만 같은 느낌도 듭니다. 독특하게도 이 길을 밑으로 밑을 향합니다. 길이 밑으로 향하는 이유는?

내면 깊숙한 곳으로 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명상의 공간이기에 명상을 하려면 또다른 나를 만나야 하는데, 그 다른 나는 내면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으니까요.

 

 

이제 명상의 공간을 집중적으로 봅니다. 내부 공간은 갤러리처럼 꾸며져있습니다.

미디어아트 작가 문경원씨의 작품을 세 공간에 각각 설치해 놓았습니다. 먼저 접하는 것은 '다이어리'(Diary)라는 작품인데요. 나무의 생장과 소멸, 재생을 영상으로 표현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어제의 하늘'. 바닥에 하늘 풍경 영상이 떠 있습니다. 미세한 시간의 경과를 담고 있는 하늘 위에는 풍경들이 거품처럼 떠도는데, 몽환적인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 '오늘의 풍경' 작품은 바깥의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일출부터 일몰까지의 실시간 일출봉 풍경과 만납니다. 지하에서 보는 성산일출봉의 모습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의 바깥 세상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의미가 담긴 것 같습니다. 

 

 

자연의 빛은 사라지고 어둠 속에서 인공적인 빛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명은 천장에 있지 않고 바닥과 가까이 있어서 사진찍기에는 좀 안 좋은 조명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분위기만큼은 독특합니다.

 

 

그리고 카페도 있는데, 카페는... 좀 황량합니다. ^^; 조만간 사람들로 북적되겠죠. 정수기가 있어서 목마른 자에게 물은 셀프로 먹게 하는 센스는 보여주더군요..ㅎ

 

 

그리고 카페의 문을 통해 외부로 나갈 수 있습니다. 문을 통해 나간 후에는 다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 사진은 외부로 나간 후 닫힌 문을 찍어본 것입니다.

 

 

 

제주의 자연을 이곳에서 만나보는 느낌은 새로웠습니다. 왜 그가 이런 명상의 건물을 이 섭지코지에 짓고자 했는지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섭지코지

 

촘촘하고, 높게 쌓은 현무암 담장 안에는 정말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 담장은 마치 우리 내면이 담을 쌓고 외부와 마주하는 것만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죠.

바람의 공간, 돌의 공간을 건너 만나는 물의 공간을 통해 자연을 만났고, 시시각각 변하는 성산일출봉의 모습을 가장 깊은 심연의 공간에서 만났을 때. 내 마음도 외부세계와 무언가 소통을 해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이 섭지코지에 공사차량이 드나들 때 정말 많이 반대를 했고, 화도 났지만.

막상 이렇게 명상의 공간이 들어서고보니 이 건물은 건물대로 제주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섭지코지를 바라보며 다시금 명상에 빠져봅니다. 지니어스 로사이도 그렇지만서도 제주의 자연은 그 자체로 명상의 공간이 아닌가 합니다.

 

 

지니어스 로사이 : 제주특별자치도 성산읍 고성리 127-2

입장료 : 4,000. 청소년 및 어린이, 제주도민, 휘닉스 아일랜드 투숙객 :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