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제주

엄마의 품처럼 포근한 느낌의 공원, 제주돌문화공원

꼬양 2010. 12. 15. 07:30

서늘한 바람이 볼을 스칩니다. 눈 앞에는 하얀 억새가 하늘거리는 이곳은 제주시 교래리에 위치한 돌문화공원입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과 꽃이 활짝 핀 억새, 거친 들판을 달리는 바람을 만날 수 있는 돌문화공원. 

15만평이라는 넓은 땅, 이 공원은 관람 시간만 해도 무려 2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이곳이 진정 제주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제주의 돌, 바람, 억새 





 19계단


이 공원에서 19라는 숫자는 상당히 깊은 의미를 갖습니다. 1999년 1월 19일은 북제주군과 탐라목석원이 기념비적인 제주돌문화공원을 조성하기로 협약한 날입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전설의 통로,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위령탑으로 가는 길목에 19계단을 설치하였다고 하죠. 돌박물관 주출입구도 19계단이라는 사실! 이건 모르셨죠?


공원을 들어서면 19계단을 지나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을 주제로 한 전설의 통로, 위령탑, 연못, 모자상 등 다양한 조형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장오리를 상징한 연못 


물장오리를 상징한 연못 앞에는 큰 나무가 하나 서 있습니다 파란 하늘과 더불어 하얀 억새, 붉은 송이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고 있구요.


전설의 통로 


이곳은 전설의 통로입니다. 한 겨울 눈이 소복히 쌓여도 예쁜... 작년에는 겨울에 왔었죠^^

마치 위령탑들을 향한 크고 작은 용암수형석과 용암구를 통해 한라산 영실로부터 전설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 길이기도 합니다. 전설의 통로에 세워진 큰 돌들은 오백장군을 상징하며 돌박물관 내부에 설치된 설문대할망 전설과 연결됩니다.


하늘연못 


거대한 하늘연못. 마치 오름이 물에 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설문대 할망을 알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한라산 영실에 전해 오는 전설 속의 설문대할망은 키가 무려 49,000m나 되는 거인이었죠. 전설은 설문대할망의 죽음을 두 가지 형태로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자식을 위해 끓이던 '죽솥'에 빠져 죽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키가 큰 걸 자랑하다가 '물장오리'라는 연못에 빠져 죽었다는 것입니다. 지극한 모성애와 인간적 약점의 양면성을 함께 말해주는 이야기이죠. 


박물관 옥상에 설계된 '하늘연못'은 설문대할망 전설 속의 '죽솥'과 '물장오리'를 상징적으로 디자인했고, 지름 40m, 둘레 125m나 됩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에 압도됩니다.


돌박물관 내부 


전설의 통로를 지나 숲길따라 내려가면 주변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제주돌박물관이 위치합니다. 

제주의 화산활동을 주제로 한 전시공간으로써 우주와 지구, 한반도의 지질, 제주의 화산활동, 오름, 동굴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곳에서는 화산섬 제주도의 손길로 빚어낸 기묘한 형태의 돌들을 아름답게 배치해 놓은 자연석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 번의 화산활동에 의해 태어난 갖은 형태의 용암구와 화산탄을 전시해 놓았으며, 거친 비바람이 빚어낸 두상석들은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전설을 형상화하여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있죠.


제주바다의 파도에 씻겨 빚어진 자연석들에서는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추상적인 자연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돌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오면 2코스가 펼쳐지는데요. 선사시대의 돌문화를 시작으로 초가형 돌문화전시관 8동, 고려시대 및 조선시대의 돌문화, 제주의 신앙, 동자석, 돌하르방, 정주석 등의 전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의 돌문화를 포함한 야외전시공간에는 제주인들의 삶과 죽음, 신앙, 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고인돌 


 

그리고 독특하게도 제주돌문화전시관은 이렇게 초가집입니다. 초가에서 살펴보는 제주의 돌문화. 제주다움이 물씬 느껴지죠?

이 사진은 초가집 안에서 찍었습니다. 


 

 

낮은 돌담과 초가집, 억새. 그리고 뒤에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오름까지.

이곳에서는 제주도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 가장 많이 만나봤을 법한 이곳은 항아리 야외전시장입니다.



제주의 항아리 


다 똑같은 항아리처럼 보이나 제주의 항아리는 좀 다릅니다. 육지의 항아리는 잿물을 입히고 환을 쳐 문양을 만드는 것이 보통이나 제주의 항아리는 잿물을 입히지 않고 연료인 나뭇재가 떨어져 입혀진 자연유만으로 처리되어 있어 독특한 미감을 자아내고 문양도 단순미가 돋보입니다. 


아주 큰 항아리들도 보이는데요. 대형 항아리들은 1940년대에 전남 강진에서 들여와 막걸리를 숙성하는 용구로 쓰였던 것이라 합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 만들어진 과학적이고 기능성을 갖춘 전통적인 옹기의 멋과 빛깔을 자연 속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돌하르방 48기 


제주하면 떠오르는 이것. 제주도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돌하르방. 한 두개도 아닌 단체로 만날 수 있는데요.

돌하르방, '돌 할아버지'들이 쭈욱 늘어서서 인사합니다. 관광객이라면 이들 사이에 서서 사진을 찍고 가죠. 

성문 입구에 서로 마주보게 배치되어 마을의 평안과 융성을 기원하는 수호신적 기능을 하기도 했던 돌하르방. 이제는 제주를 상징하는 의미로, 마스코트로 변신했네요~ 



 

 

 제주의 아름다움을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듯 이 공원의 묘미도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관람 시간만 해도 3시간이나 되기에 어쩌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주도 전설, 문화, 제주인의 삶에 대해 그 시간동안 알 수 있다면 결코 긴 시간은 아닙니다. 짧은 시간동안에 많은 것을 얻어가는거죠. 이 공원이 개장했을때부터 1년에 한번씩 찾았습니다.

올해 다시 찾았을 때, 느낌은 너무나도 새로웠습니다. 계절마다, 시간마다 다른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네요.


현재는 15만평 부지에 세워진 공원이지만, 2020년에 이르러서는 100만평이라는 정말 엄청난 부지위에 이 공원은 서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제주는 마치 엄마의 품처럼 포근한 느낌입니다. 이 공원 역시 저에게 그런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제주돌문화 공원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119번지, 064-710-7731

-관람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장권 오후 5시까지 발매)

-휴원일 : 매월 첫째주 월요일(해당일이 공휴일인 경우 개원)

-관람료 : 어른 3,500원, 단체 10인상 2,400원 (제주도민 2,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