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골기를 강조한 담백한 화풍의 멋스런 그림과의 만남

꼬양 2010. 11. 13. 08:00

조선후기의 서화가 이인상. 시·서·화에 능해 삼절(三絶)이라 했던 그. 얼마나 뛰어났으면 추사 김정희 조차 "이인상의 서화를 이해하면 곧 문자를 갖춘다는 것이며 무엇인지 알 수 있다"라는 극찬을 했을까요.

 

그의 그림에서 기량을 과시하지 않고 서툰 듯 졸박의 미학을 추구했으며 사물의 외형보다는 본질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저의 얕은 안목으로 그의 그림을 보자니 어렵기도 했고, 이게 정말 제대로 이해하는 게 맞나 싶기도 했지만, 그림을 보면 이런게 골기를 강조한 그림이구나를 느낄 수는 있습니다. 

 

 

 

 

이인상의 그림 중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그림들 중 가장 이른 시기에 그려진 작품입니다. 아직 무르익은 화풍이 보이지 않는, 아직 화보풍의 작은 소품이죠. "갑인춘야 월령사"라고 적혀있고, "이인상인"등 도장 3개가 찍혀있습니다.

 

화보풍의 작은 소품 그림이라고 하지만, 이런 화보 집에 걸어둔다면 참 분위기 나겠죠?

 

강협선유도

 

협곡을 따라가는 뱃놀이, 강협선유도입니다. 이 작품은 취설 유후에게 그려준 그림이라고 합니다. 이인상이 관직 생활 마지막이었던, 현재 지명으로는 경기도 이천군 장호원읍에서 현감을 그만두었던 이듬해에 그렸던 작품입니다.

물기를 많이 머금은 필선으로 그렸고 절벽과 협곡, 우람한 여러 그루의 나무 사이로 주인공 2명은 배를 타고 선유중입니다.

 

구룡폭

 

이인상의 그림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인 구룡폭입니다. 금강산의 구룡폭포, 실제 가본적이 없습니다. 그냥 사진으로나마 잠깐 엿보는 정도였는데요. 그의 그림에서 나타난 폭포는 실제와는 정말 다릅니다.

왜 그렇게 못 그렸을까라는 의문도 드는데, 여기에서 그의 미학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정말 전혀 안 비슷하게 그린 그림 속에는 15년전 금강산을 유람했던 추억을 회상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놓치지 말고 봐야 할 점도 있죠. 바로 필묵의 변화입니다. 필획의 힘을 줬다가 빼면서 변화를 주고 먹을 진하게 혹은 연하게 조절하면서 미묘한 필묵의 변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림을 볼 때, 그 그림만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할때가 종종 있죠.

하지만 이인상의 그림에서는 무언가 느낍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가 실제 구룡폭포와 비슷하지 않은 이유는 이인상은 이미 이곳을 마음으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수석도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는 보통 지조와 절개를 상징합니다. 때문에 많은 화가들이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했죠. 선비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꿈이 무얼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이들의 꿈은 대부분 한결같습니다. 산천경계가 아름다운 곳에 누각과 정자를 짓고 그곳에 사는 것을 평생 꿈으로 갖고 있습니다. 물가에 누각과 정자, 즉 누정을 짓는 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속세와의 절연을 의미하죠.  

그의 그림에도 소나무와 누정을 찾아볼 수 있죠.

 

위의 그림은 수석도입니다. 세 그루의 나무와 바위 그림인데요, 추위에 놓인 나무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 그림의 묘미는 들여다볼수록 윤곽이 뚜렷해지는 바위에 있습니다.

 

송하관폭도

 

바위위의 소나무가 화면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폭포 아래에서 시원한 폭포소리를 듣고 있는 인물과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으로 그림은 구성돼 있습니다. 뚝뚝 끊긴 윤곽선과 담담한 선염으로 바위는 묘사돼 있고, 소나무가 누워있는 구도는 참으로 파격적입니다.

 

 

어초문답도

 

그림을 봐도 딱 알 수 있는데요, 어부와 나무꾼이 대화를 하고 있네요. 이 소재는 그림의 전통적인 소재로 이용되었죠. 중국 고전에 근거해서 은거를 꿈꾸는 사대부들의 지향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어부와 나무꾼이 일을 마치고 걸어서 귀가하는 장면을 그리는데 그는 독특하게 강변을 배경으로 하여 나무꾼이 마주하여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사람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첫인상은 별로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이를테면 두번째 인상, 세번째 인상이 좋은 사람 말입니다. 

 

이인상의 그림 역시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았습니다. 뚝뚝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늘었다 굵어지는 그의 필묵의 변화, 보면 볼수록 선명해지는 바위의 형체 등 미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 그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짧은 그림 지식으로 이 멋진 서화를 보려니 너무 어려워서 머리가 좀 아프긴 했지만 이런 그림들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조선시대 사대부의 꿈을 엿볼 수 있었고, 그들의 그림에 담긴 골기, 담백한 화풍을 만났던 특별한 전시회였습니다.

 

 

ㅇ전시 명칭 :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1710-1760)"
ㅇ전시 기간 : 2010.09.14(화)~12.5(일)
ㅇ전시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회화실(화조영모화실)
ㅇ전시 유물 : <이인상필 설송도> 등 16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