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2010,11 전주세계소리축제

심금을 울리는 가야금 공연 - 이예랑 가야금 콘서트 琴

꼬양 2010. 10. 6. 07:30

 깊어가는 가을, 나무에서 나뭇잎 하나 떨어지려 하면 내 마음도 덜커덩 떨어지는 듯한 느낌에 가을을 타나 싶나 하는 생각에 또 슬퍼지기도 한다.
이런 마음에 한줄기 떨림으로 다가와 감동을 선사해 줬던 가야금 콘서트 금.

 

 

전주세계소리축제 홍보대사 “가야랑”. 이 중 언니 이예랑이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작은 콘서트를 가졌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에 오는 사람들의 발길도 줄어들까하는 생각에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예상외로 콘서트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많았다. 한옥 대청 마루에 가득 모여든 관객들은 이예랑의 손 끝 하나하나에 떨려서 울리는 가야금 선율에 매료되었고, 연주가 시작될 때면 다들 쥐 죽은 듯이 곡을 감상했다.

 

 

 

가야금산조는 가야금의 유일한 독주곡이다. 작곡자의 이름을 딴 유파로 구분하여 부르는데, 대표적인 유파로는 성금련류, 강태홍류, 김죽파류, 최옥삼류, 김병호류, 김윤덕류,서공철류, 황병기류 등 이 있다.
이예랑은 정남희제 황병기류의 가야금 짧은 산조를 연주했다. 정남희제 황병기류의 가야금산조는 추임새와 함께 느려졌다가 빨라지는 특징을 가진 산조다.

 

 

 

 

 

마치 우리네 인생의 흐름을 닮듯이, 이 산조는 화려하고 다채롭진 않으나 가야금의 진맛을 느끼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최고 낮은음에서 높은음까지도 인생의 고저를 나타낸다. 가야금 12현의 떨림이 가슴으로 떨림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연주되는 25현 가야금 독주 미련에게.

전통 가야금은 정악가야금과 산조가야금 이렇게 12현이지만, 최근 들어 15현, 17/18현, 21/22현, 25현의 개량 가야금도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25현 가야금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이 공연을 통해서 가졌다. 12현 가야금의 느낌과 전혀 다른, 다양하고 화려한, 역동적인 선율을 들을 수 있었다.

 

 

한옥 처마끝으로는 비가 또옥또옥 떨어지고, 한옥 대청마루에서는 가야금의 소리가 울려퍼지고.

날씨가 맑았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가을비와 함께 하니 오히려 가야금의 감동은 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맑고 청아한 소리는 한옥과 잘 어울리는 우리 전통음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가야금과 피아노 2중주 아카시아 꽃내음은 바람에 흩날리고가 연주되었다. 쌍둥이 가수 가야랑.

봐도 봐도 누가 누군지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이사랑, 이예랑 자매의 피아노, 가야금 2중주는 색다른 묘미를 안겨줬다. 가야금과 피아노 건반도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2중주 연주가 끝자나 이예랑은 서공철류 가야금 짧은 산조를 연주했다. 산조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곡으로 전에 연주했던 정남희제 황남기류의 가야금 산조와는 다른 느낌으로, 마치 아름드리 나무와 같이 격정적이고 애잔한 느낌을 가져온다.

 

 

 

스페셜 무대, 모녀의 가야금 공연이 펼쳐졌다. 

“연인” 인연이 원 제목이었으나 이제는 연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곡을 연주했다. 가야금을 연주하는 모녀의 다정한 모습이 가장 인상깊었다. 가야금과 가야금, 12현이 아닌 24현의 울림으로 화음을 만들어냈다. 스승이자 이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 어머니와의 음악적 교감을 보고 있노라니, 현의 울림이 마음의 울림으로 전달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공연장에서 마이크를 통해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공연도 많이 봐 왔지만, 한옥 대청마루에서의 공연은 처음이었다. 말 그대로 우리의 것을 우리의 집에서 듣고 있자니 뭐랄까. 제대로 된 공연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음의 떨림, 울림으로 다가온 가야금 공연. 실제 가야금을 배우기도 했었지만서도 여태까지 내가 들었던 가야금 공연과는 전혀 다른 매력에 매료되었던 공연이었다.

심금을 울린다는 표현이 적절했던 가야금 연주. 인생처럼 흘러흘러 녹아들었던 가야금 산조를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