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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하듯, 힙합도 진화한다-케로 원(Kero one)

꼬양 2010. 8. 30. 08:00

케로 원. 2집 공개 당시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 아이엠이 직접 추천하고 있는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처음 알았던 가수다. 그래서 이 둘이 같은 소속사인가 생각을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처음에 이름을 접했을 때는 누군가 싶었다. 알고보니 재미교포 출신 힙합 아티스트였다. 여담이지만, 나에게는 만화 카드캡터 체리 "케로베로스"를 줄인, 케로를 연상케했던 그의 이름이었다. ^^;(민망..)

재미교포라서 국내 활동을 거의 안했을 것처럼 보이나 실제 그는 국내 및 해외 여러 가수들의 음반을 피쳐링을 해주면서 그의 이름을 트랙리스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페니(Pe2ny)의 곡과 라샨 아마드의 곡을 피쳐링하고, 커먼의 곡도 리믹스 했었는데. 어쨌든, 케로 원의 앨범, 이번 앨범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를 하면서 들었다.

 

 

01. Let Me Clarify

첫곡 시작부터 담백한 느낌이다. 피아노 멜로디로 시작하는 이 곡은 정말 꾸밈이 없다. 곡 끝에 듣게 되는 스크래치의 리듬에 따라 몸도 리듬을 타게 된다.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멜로디와 그의 랩은 다음에 듣게 될 타이틀 곡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02. Kinetic World (feat. Fashawn)

타이틀 트랙. 이 곡은 모스 데프를 연상케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는 생 파샨의 목소리다. DJ 먹스(DJMuggs), 에비디언스(Evidence), 알케미스트(The Alchemist) 등과 작업을 해왔던 인물이다. 이 곡에서는 브라스 파트와 역동적인 비트를 바탕으로 케로 원만의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한껏 뽐내고 있다. 


 

03. on Bended Knee (feat. Sam Ock)

마치 재즈를 듣는 듯한 느낌의 곡이다. 기타 사운드가 상쾌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힙합이지만서도 상당히 촉촉한 곡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샘 옥은 뎀파운데드와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었는데, 촉촉하면서도 감미로운, 가을날 밤과 어울릴 듯한 힙합이다.

 

04. My Devotion
따라부르기 상당히 쉬운 곡이다. 멜로디의 반복이 많고, 비트 역시 상당히 신난다. 특히나 "My Devotion"이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히는 곡. 상당히 중독성 있는 곡이라고 생각된다.

 

05. Missing You
피아노 선율과 드럼으로 시작되는 곡. 차분하게 들리는 케로 원의 목소리는 상당히 호소력있다. 앞 트랙 "My Devotion"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곡. 이 곡 역시 케로원의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06. Time Moves Slowly (feat. The Tones)

들으면 들을수록 케로원의 음반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섯번째 트랙도 독특한 기법을 썼다. 피치카토 주법이 이 곡을 가득채우고 있다. 그리고 애수어린 케로원의 목소리의 랩은 들으면 들을수록 진득하다.

07. Let’s Ride
기타 선율과 가벼운 오토튠으로 시작하는 곡인데, 경쾌한 보컬의 목소리와 케로원의 차분한 랩이 한데 어우러졌다. 어디론가 달려나가야할 듯한 기분이 드는 곡이다.

 

08. Asian Kids (feat. Tablo, Myk, Dumbfoundead)

제목처럼, 이 곡은 아시아의 아이들로 채워졌다. 타블로와 재범과 덤파운데드가 한자리에 모였다. 미국 국적으로 살아가는 아시아인들의 성찰을 담은 곡이다. 이곡은 일부러 한국적인 분위기를 갖기 위해서 이런 스타일로 만들었던 것 같다. 마치 노래방 전주 흐르듯 아이들의 랩 뒤에 깔리는 흐르는 선율은 몽환적이라고 할까?

 

09. The Fast Life (feat. Esna)

신시사이저 소리와 함께 케로원의 랩으로 시작되는 곡이다. 제목때문에 노래가 상당히 빠를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제목과 달리 노래는 차분하다. 에스나 윤의 짙은 감성이 담긴 목소리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약간 재즈의 느낌이 나기도 했던 곡이다.

10. We Stay Fly (feat. Othello&Dminor)

마치, 만화영화의 음악의 오프닝을 듣는 듯한 느낌의 곡이었다. 라이트헤디드의 오델로와 디마이너가 피쳐링한 곡인데, 랩 뒤로 흐르는 자유자재로 흐르는 피아노 선율이 이 곡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11. Remember All That

마지막 곡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 예상조차 못했다. 케로원의 선택은 일렉트로 사운드였다. 기계음때문인지 이전 트랙들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좀 더 강렬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렇게 그의 동적인 음반은 끝을 맺는다.

그리고 보너스 트랙. 일본판의 경우에는 디제이 데크스트림이 리믹스한  "Remember All That "이 보너스로 실렸다. 한국판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한국판 보너스 트랙은 2집의 "Good bye forever"의 리믹스가 실렸다. 이 곡에는 재미교포 출신인 초이스 37이 리믹서로 참여했는데 현재 YG에서 활동하면서 G-드래곤의 앨범에 삽입된 "소년이여"를 비롯한 몇몇 트랙들을 리믹스, 프로듀스를 하기도 했다.

 

 

케로 원, 전작으로부터 14개월만에 돌아온 그의 앨범은 그의 생각의 움직임을 말해주고, 힙합도 다양하게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의 음악을 한번만이라도 들어본다면 깊은 인상을 받게 될 것 같다. 일단 듣기 쉽고 신선한 느낌을 주기에.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서 기계음으로 끝을 맺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어지는 그의 앨범은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그의 음악적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