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음악적 거리가 될 만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거리의 음악이란 무엇일까?
거리라는 뜻은 정말 다양하다. 내용이 될 만한 재료, 두 개의 물건이나 장소 따위가 공간적으로 떨어진 길이, 일정한 시간 동안에 이동할 만한 공간적 간격,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간격, 서로 마음을 트고 지낼 수 없다고 느끼는 감정을 이르기도 하는 말 거리. 또한 사람이나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을 말하기도 하는 거리.
거리에서 나와서 거리로 통하는 음악이 있다면? 마음을 트고 지낼 수 있도록 거리감을 좁혀주는 힙합이 있다면? 바로 마일드 비츠 앤 차붐의 음악이 아닐까?
마일드 비츠(Mild Beats)는 선이 굵은 비트를 잘 만들기로 정평이 나 있었고, 차붐(Cha Boom)의 경우에는 본능적인 랩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이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 했다. 그 전부터 가장 완성도 높은 스트리트 앨범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음악을 드디어 듣게 되었다.
상당히 그루브한 느낌의 곡이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듯한 식의 곡인데, 곡이라는 느낌보다도 대화를 하는 것만 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늘 그렇듯, 누구든지 공백기간에 이런 질문 받는다. "뭐했니?", 마찬가지로 팬들도, 그들을 아는 사람들도 그들에게 그렇게 물을 것이다. 마일드 비츠와 차붐의 대답은 이렇다. "너희들이 원하는 그 이상을 보여줄게, 지켜봐"
스크래치로 시작되는 곡, 도입부만 듣고 있으면 상당히 신날 것만 같은 기대를 준다. 하지만 가사는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힙합이 늘 그렇지만, 욕설이 섞여있는 것은 기본, 사회비판을 하는것도 마찬가지로 기본. 빠른 랩이 아닌 천천히 가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힙합이다.
독특한 멜로디로 시작하는 곡인데 마일드 비츠와 차붐의 돌아온 것을 알리는 곡이다. 자신들을 선택해 달라는 노래. 리듬은 상당히 흥겹다. 랩 뒤로 들려오는 드럼은 고개를 까닥까닥, 손가락을 톡톡 두드릴 정도로 흥겹다.
이 노래를 통해 마일드 비츠와 차붐이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상당히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곡이다. 마지막 잎새처럼 색이 다 바래진 마음인데 나만의 곤조로 지키려던 이 판에 답답하고 마음이 쫌 그렇다고. 제발 그런 앨범 내지 말라고, 시트콤 제목처럼 똑바로 살라고 말하는 곡.
재밌는 대화로 이뤄진... 어디가 아파서 진찰을 하는 걸까?ㅎ 마일드 비츠와 차붐의 대화가 재밌다.
신나는 스크래치로 시작하는 여섯번째 트랙. 홍대의 밤거리 문화를 말하고 있는 곡이라고 하면 될까? 이밤이 지나면 볼 일은 없고, 오늘 밤은 달밤에 체조 이거면 충분하다는. 얼굴이 이뻐서 막상 밝은 곳에서 작업하려고 보니 트랜스포머 2편, 대재앙, 대이변이라 바쁘다고 줄행랑치는... 가사가 참 재밌는 곡이다. 차붐이 "하하"하고 웃는데 나도 "하하"하고 웃고 있다.
멜로디와 비트로 시작하는 곡이다. 힙합을 하는 사람이라면 꿈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걱정하는, 걱정하는 척 간섭하는 다른 사람들의 말 때문에 흔들리고 고민을 할 것이다. 이들의 대답은 이렇다. 너는 꿈을 그만 두는 사람 중 한 명이고, 난 너와 다르다고. 제목은 욕구불만이지만, 가사는 참으로 당당하고, 자신감 넘친다.
단순한 비트로 여덟번째 트랙은 시작되는데 노래도 좀 단순해보이지만 재밌다. 1999년으로 돌아가보자는 곡인데. 이때로 돌아간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기만 하는데 이들의 노래에는 잘 표현이 돼 있다. 효리누나 성형전이고, 자신은 호기심 많은 중딩일 것이며 프린세스 메이커일 것이라며. 결론은 이렇다. 이들은 90년대로 돌아가도 랩은 이들의 DNA일 것이라고. 참치가 DHA이듯!
선이 굵은 비트가 무엇보다 먼저 귀에 들어온다. 자신을 걸레라고 말하지만 자신은 제대로 익은 김치 묵은지라고 하는데. 참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곡이다. 랩 잘하는 게 죄라면 중범죄자인 차붐. 조근조근 상대방에게 따지고드는 듯한 인상의 노래이기도 하다.
제목만 봐서는 왠지 트로트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곡의 시작과 끝도 잔잔하고 나긋나긋한 랩으로 이뤄졌다. 하루의 일과, 시간의 흐름을 말하고 있지만 도시는 절대 잠을 안 잔다는 것. 술자리로 자리를 옮길 밤 10시쯤이면 불판처럼 세상은 낭만으로 가득찬다고 말하고 있다.
초진에 이어 재진. 과연 다시 진찰했을때 병명은?
책이든 노래든 어느 지명이 등장하는 것은 어떤의미를 부여한다. 장소를 특별하게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표성을 띠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안산이라는 지명을 사용했지만서도 도시의 잿빛, 정글과 같은 도시, 사회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절제된 랩을 들을 수 있는 곡이다.
뭔가 대단한 발표를 하는 듯 도입부가 화려한 인상을 주는 노래다. 정말 대인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 대인배는 정말 이해심 게이지를 꽉 채워야 할 듯 싶다. 흔들림 없게 마음 씀씀이를 바다보다 넓게 키워야하고. 이렇게 대인배가 되어야 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힙합세계라는 것.
마지막 곡은 의미심장하다. 이들의 포부, 결심, 다짐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자신의 꿈을 위해 그 길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인생이란 쓰고도 고달픈 한편의 소설과 같은데 작가라는 세상에 휘둘려 온 것 같지만서도 뿌리를 찾고 음악이라는 대지위에 두다리를 박았으니 혼자 남아서라도 지켜보겠다는 이들의 의지를 이 노래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음반 전체적으로는 묵직하지만, 그렇게 너무 무거운 편은 아니다. 어느 정도 간결하고 그루브한 느낌이 강조되어있다. 차붐의 랩의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고, 스킬 역시 절제하면서도 나름의 개서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가사의 경우에는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딱딱 들어맞고 비유 또한 적절히 하고 있어서 완성도가 높은 편이며 메시지 역시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마일드 비츠와 차붐의 앨범은 힙합에 대한 거리를 더 넓히는 것이 아니라 좁게 만들지 않나 싶다. 솔직히 19세 딱지를 붙인 곡들이 몇 개 있어서 거리감이 들지 않나 걱정이 되었지만, 그 거리는 두 뮤지션에 대한 생각의 거리를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들이 음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알아 들을 수 있었다. 한국 힙합 음악을 즐기고 느끼는 계기가 되었지만서도 정말 어찌보면 아주 일상적인 개인적인 이야기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의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는 힙합 본래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는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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