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20년을 살았지만서도 가끔씩 찾아가는 제주도는 늘 새로움으로, 다른 느낌으로,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서울 생활 몇 년이 제 감성마저 바꿔버렸나 어떤 때는 심각하게 생각을 하지만 어느덧 저는 도시 사람이 되어버렸죠. 제주도는 그리움으로, 그렇게 추억으로 남아버렸습니다.
각박하고 바쁜 생활속에서 여유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찾을 길도 없고,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찾았던 제주도에서 예전엔 일상적인 풍경으로 존재했던, 하지만 지금은 전혀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는데요.
정말 제주도에 살았을 당시에는 그냥 지나쳤던 하천이었는데, 오랜만에 가서 그런걸까요? 손을 흔들며 "안녕"이라고 인사할 정도로 너무나도 반가웠고, 옛 추억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은 느낌에 카메라 셔터를 저도 모르게 누르게 되더군요.
여름날 아침에 한적한 산지천을 걸으며 담아본 풍경들을 올려봅니다. 여름이라 그런지 산지천에는 정말 사람이 없더군요. 산지천이 제 것마냥 그렇게 즐겁게 돌아다녔습니다.
오전 9시 반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름 아침일찍 나섰던 길이었습니다. 커피 한잔 마시고 근처 문을 연 커피점이 없나 싶어서 두리번 거렸는데 역시나 문을 연 커피점은 중앙로에서 D커피점이더군요. 서울에선 아침 7시면 만나볼 수 있던 커피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걸 시작해서 이 날 좀 많이 걸었습니다. 카메라는 어깨에 매고 시원한 커피 하나 손에 들고 걸어다녔는데요.
무더운 여름날 햇빛은 따가웠으나 공기는 너무나도 신선했던 그런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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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으로 뒤덮힌 산지천 산책로에서는 탐라문화제 기사자료전이 열리고 있더군요. 어릴 적 자주 갔던 한라문화제, 아니 탐라문화제였는데요. 정말 제주도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잔치였었죠.
옛날,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탐라문화제는 이랬다고 하더군요. 신문 기사를 통해보는 탐라문화제는 예전의 제주도민들의 생활상, 축제 문화를 알아보는데는 충분했습니다.
예전엔 아침이나 저녁이나 노숙자들이 많아서 좀 무서웠던 길이었는데, 오늘만 이런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길은 정말 깨끗하고, 잔디밭에 드러누워서 주무시는 분들이 하나도 없더군요.
깨끗한 산책로에 마음도 너무 즐거웠어요~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칠성로 입구.
옛날에 여기에서 베버리힐즈 닌자2 촬영을 했었죠. 제가 이때 디카를 들고와서 사진을 엄청 찍었고, 블로그에도 올렸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납니다. 아직도 세트의 흔적이 남아있네요~~
산지천 근처에는 이렇게 돌담과 꽃들이 어우러져있구요.
중간중간마다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를 건너면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밤에는 어둠을 감싸안은 산지천의 매력도 느낄 수 있구요.
청계천은 정말 많이 걸었죠. 그 물을 보다가 산지천의 물을 보니 정말 이게 바로 제주도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깨끗한 물을 보니 뛰어들고 싶은 생각도 절로 들었구요.
무더운 여름날 아침이라 걷는 사람도 없던 한적한 산지천의 모습.
가끔 삶속에서도 이런 한적함을 느껴보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물은 유유히 말없이 흘러가지만 전 유유히 흘러가지도 못하면서 왜 이리 말이 많은가 모르겠네요. 어쨌든.. ^^;
반가움으로 설렘으로 다시금 떠올려보는 산지천의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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