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제주

79,600원으로 서울-제주 왕복, 티웨이 항공 탑승기

꼬양 2010. 10. 7. 07:30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은...

왜.. 하늘 아래로 다니는 비행기의 삯은 내릴 줄은 모르는 걸까? 내리고 또 내리면 못 내릴리 없건만은...

제주-서울행 비행기 삯은 아.직.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1인, 바로 나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부산에어, 진에어 이렇게 저가항공사들이 있지만서도 저가라고 하기엔 살짝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과연 저가의 기준은 무엇이며, 저가에 합리적인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될까?

 

탑승객의 욕심인걸까, 항공사의 바람인걸까?

 

예전을 떠올려본다. 옛날 한성항공. 프로펠러 비행기였는데 서울-제주간 항공료는 19,900원이었다. 비록 서울까지 가는데 1시간 20분이라는 경이로운(?) 시간을 기록하게 하고, 비행기 멀미가 나는데 일조를 했던 비행기지만서도, 저렴한 가격때문에 아주 많이 이용했었다. 그리고 엔진이 멈춰도 프로펠러로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사고가 나도 안전하다는 점이 한성항공을 택했던 가장 큰 이유며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저가의 항공사도 잠시, 어느 순간 우리의 기억속에서 사라진다. 완전히 한성항공을 잊을 때 쯤, 올해 9월 한성항공은 티웨이 항공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항공기를 들고 우리앞으로 다가왔다.

 

▲ 탑승하는 승객들

 

고향이 제주라서 한 달에 많게는 두 세번 정도 왔다갔다 하는 나로서는 정말 비행기 삯은 부담이다. 특히나 연휴가 되면 표를 못 구해서 난리부르스를 치는 건 연례행사. 마우스신공, 전화신공, 기타 여행사 지인을 통해 뚫기 등..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총동원한다.

어쨌든, 하늘 길 하나가 뚫린다는 말은 자주 제주를 왔다갔다 하는 이에게는 아주 기쁜 소식이다.

 

그리고 모든 항공사를 골고루 타보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다른 걸 골라타는 나에게 있어서 이번 티웨이 항공을 탄다는 자체가 설렘으로 다가왔다. 프로펠러에 대한 향수 때문인걸까...

어쨌든 예전 한성항공과 서비스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항공기는 어떤 종류인지 등 궁금한 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 

 

김포공항에서 티웨이 항공 카운터는 2층 제일 왼쪽에 위치해 있다. 오른쪽에는 제주항공 카운터가 있고. 제주공항에서 티웨이 항공 카운터 역시 마찬가지로 3층의 제일 왼쪽에 있다.

 

 

일단 내가 티켓팅한 요금을 보자면 아래와 같다.

 

 

 

제주도민은 15% 할인을 해주는데, 탄력할인제로 66,200원을 할인 받았다. 제주-서울 편도표로 왕복까지 한 셈이다.

 

▲ 티웨이 항공기 보잉 737-800 기종

 

항공기를 타러 계류장으로 이동했다. 신생항공사이기에 보딩브릿지란 없다. 그냥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뭐 어떠랴. "저렴하면 좋은거지. 거기에 서비스가 좋으면 더 좋은거고." 이런 생각으로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기종은 보잉 737-800. 737 시리즈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는 기종이다. 일단 부품 내구성과 신뢰도가 높아 고장발생률이 낮고 돌풍감지 레이더, 공중충돌 방지장치, 자기진단 시스템 등 각종 디지털 기기들이 적용돼서 안전성을 높였다고 한다.

 

 

자리에 앉으면 볼 수 있는 이것. 안내책자. 다른 비행기들과 책꽂이가 색달랐다. 좀 더 예뻐보였다고 할까?

 

 

기내서비스는 분명 물 아니면 제주감귤일거야.. 라고 생각했으나 완전히 뒤엎어졌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음료수! 탑승객은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토마토, 오렌지, 제주감귤, 삼다수 이렇게 네 종류가 나온다.

기내서비스는 여타 저가항공사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리고 부지런한 자에게 주어지는 혜택.

 비행기 거의 끝 쪽에 앉아있던 내 귀에 "커피" 소리가 들려왔다. 저가항공사에서 기내서비스로 커피라....

 

다들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었는지, 여기저기에서 "커피"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당당하게 "커피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윽고 내 앞에 놓여진 향긋한 커피와 머핀.

 

아침 첫 비행기를 타면 이렇게 커피와 머핀도 먹을 수 있다. 내려올 때는 오전 비행기로, 올라갈 때는 아침 첫 비행기로 갔기에 나는 이렇게 원두커피와 맛있는 머핀을 먹을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일반 항공사의 기내서비스 수준의 서비스까지 받고. 79,600원으로 제주-서울을 왕복한 것이 이렇게 뿌듯할 줄이야.

 

 

참,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갈 때는 토마토 주스를 마셨다. 급하게 메모를 하다가 사진을 찍은지라 폰도 고스란히 나왔다는... ^^;;; 

 

 

 

비행시간은 50여분이고, 이륙이나 착륙도 무난했다. 다만, 중간에 기류가 급변했는지 항공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하는 통에 롤러코스터 타는 느낌이 나서 좀 어지러웠다.

그런 점만 빼면 상당히 편하게 비행기를 타고 서울과 제주를 왕복했다. 공기의 흐름은 늘 변하기에 그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어쨌든, 이번 해에 새롭게 태어난 티웨이항공, 타본 소감을 말하자면 이름은 저가항공사지만서도 서비스는 고급이라고 말하고 싶다.

 

항공료가 저렴하기에 솔직히 저가항공사에게 별다른 점은 바라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이면 서비스도 저렴해도 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받는 다는 것은 욕심이기에, 물론 그렇게 제공해주면 좋겠지만서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 게 항공사의 입장이다.

 

다른 해외의 저가항공사들의 경우에도 기내서비스는 하나도 제공되지 않으며 물 하나라도 다 사먹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서비스는 엉망(?)이지만, 이들은 큰 무기를 갖고 있다. 어떨땐 터무니없다는 표현을 써도 적절할 정도로 항공료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이런 터무니 없는 가격의 항공사를 한국에서 만든다면 어쩌면 열자마자 문을 닫아야겠지만.. 아직은 우리나라의 인식이 변하지 않은 상태라 이만 각설하고.

 

 

처음 탄 티웨이항공에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았으니, 앞으로도 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한때 저렴한 뭍나들의 수단이었던 프로펠러의 한성항공은 이젠 애잔한 추억속으로 묻혀지나 보다. 그 자리를 티웨이 항공이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느낌으로 채우고 있다. 앞으로도 현명한 가격으로 현명한 서비스를 하는 항공사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