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제주

지나가던 외국인 가족이 가던 길을 멈춘 이유는?

꼬양 2010. 7. 13. 07:00

비가 올듯 말듯 망설이던 7월 10일 토요일 오전의 제주,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점점 가득 들어차더니 열두시쯤 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비가 계속 내린 것도 아니고 사람을 놀리는 것 마냥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했죠.

 

제주시 동문시장 맞은 편, 산지천 음악분수대 쪽을 지나가던 외국인 가족이 가던 길을 딱 멈추고 무언가를 지켜봅니다.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무엇일까요?

  

 

 

저 역시, 이 외국인 가족처럼 산지천을 지나가던 길이었습니다. 전 정말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던 길이었습니다. 집에 가려고 걸어갔던거니까요~ 

운이 좋았던 걸까요? 이날 제주시 산지천 청소년 문화zone에서는 오후 두시부터 제 1회 시사랑 축제가 열렸습니다.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했던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참여를 했고, 지나가는 관광객을 비롯하여 시민들의 시선을 끌었는데요.

 

저도 이들처럼 가던 발길을 멈추고는 축제를 흥미롭게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길은 가능성을 위해 열려있다."

아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일 것입니다. 아라중학교, 신성여자중학교, 화북초등학교. 이 세 학교의 학생들의 주관으로 열린 제 1회 시사랑축제.

저에게도 필요한 말인것 같네요^^;;

 

 

 

 

시사랑축제니까 물론, 시가 주인공이겠죠. 학생들은 시를 한지위에, 도화지 위에 그림과 함께 예쁘게 적었더군요. 지나가던 시민들은 학생들의 시를 흥미롭게 읽어보곤 합니다.

비가 내려 촉촉히 젖은 땅위에 세워진 시들은 운치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비가 살짝 내리는 날씨덕분에 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할 수 있을까요?

 

 

또한, 음악도 빠질 수 없습니다. 학생들의 플룻연주 소리는 축제장의 분위기를 한껏 올렸구요~

지금 모습은 리허설 장면입니다^^; 비가 내리니까 일단 천막안에서 연주를 맞춰보는 중이구요~

 

 

 

그리고 어린이들이 많이 몰린 곳 중에 한 곳. 바로 페이스 페인팅.

 

 

어린이들의 미술실력이 엄청 나더군요. 팔에 그림을 쓱쓱 그립니다.

신기해서 다가가서 말했습니다.

 

"우와~ 진짜 잘 그린다~ 사진 한 장만 찍을게~"

 

선뜻 팔을 내밀어주는 어린이, 얼굴만큼이나 그림실력도 최고였어요~

(근데 왜 얼굴사진이 없냐구요? 얼굴 찍는 건 싫어하더라구요^^;;; 그래서 팔만 살짝~)

 

 

어린이 팔에는 꽃게를 비롯하여, 고래, 꽃까지, 하나의 도화지가 따로 없더군요~

우리나라 문화계는 참으로 밝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어린이들이 자라면.. 음...

언니몫까지 많이 그려주렴. (꼬양도 한때 그림그렸어요! 그림실력은 나중에 공개할게요~)

 

 

그리고 풍선아트까지 할 수 있도록 행사가 꾸며져있었습니다. 간간히 풍선이 빵빵 터지는 소리도 들렸지만.. 어린이들이니까.. 이해합니다. -_-;

 

 

 

어른들이 가장 좋아했던 곳이죠! 바로 다도체험!

청소년들도 좋아했지만서도 지나가던 어른들은 이곳을 제일 먼저 들르기도 했습니다.

간단한 음식과 맛있는 차가 준비돼 있으니, 당연한 거 겠죠? ^^;

 

 

 

담쟁이 잎을 이용해서 꾸며냈더군요. 너무 이뻤어요^^

 

 

가지런히 놓여진 다기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과 코, 입을 즐겁게 해주는 다도체험도 펼쳐지고 있었구요.

 

 

재밌는 페이스페인팅도 하고, 풍선아트도 했고, 따뜻한 차도 마셨으니 이젠 다시 시를 읽을 차례겠죠. 아까 처음에는 시를 쭈욱 훑고 지나갔지만 꼼꼼히 시를 읽어봅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개성을 살려 시를 나름대로 잘 표현을 했습니다. 한지를 불에 살짝 그을리고, 그 위에 글을 써보기도 하고.

 

 

 

우리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시인것 같습니다.

"해낼 수 있는 아이"

넘어져도, 무서워도 세상에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아이라는 사실은 청소년들에게 정말 말해주고 싶네요. 

 

 

윤동주의 시.

문학교과서에서 아주 많이 등장하죠. 간만에 윤동주의 시를 읽는군요.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팠는데 "무얼 먹고 사나" 이 시를 읽노라니... 무언가가 느껴지더라구요.

현대인은 무얼 먹고 살아야할까요...? 마음의 양식인 시? -_-;

 

 

 

학생들의 다양한 시 작품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글씨와 그림, 직접 지은 시를 비롯해서 유명한 시인의 시까지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었는데요.

 

 

정지용 시인의 "고향"시. 고향에 와서 고향이란 시를 읽으니 참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이 제주땅을 언제 다시 또 밟을지 기약이 없지만...

 

 

간간히 이렇게 웃음이 빵 터지게 하는 시도 있습니다.

시 이름 하여 "원숭이 똥구망"! 충격 그 자체였어요.ㅎㅎㅎ

 

 

한지로 예쁘게 꾸민 액자, 그리고 그 속에 시.

마지막 문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크기조차 헤아릴 수 없는 이 넓은 우주속 남아있는 나와 나의 이름은

환히 빛나는 별처럼 기쁨의 사랑을 내뿜는 '운명'이다"

 

 

길을 가던 외국인 가족이 시사랑 축제를 즐기고 간 것도,

마찬가지로 길을 가던 제가 이 축제를 보고 있던 그 가족을 찍은 것도,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을 만난 것도,

아이들을 본 것도 아마 운명이겠죠?

 

 

산지천 문화존에서는 이런 문화행사가 일주일에 한번씩 열린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런 행사를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 특히 시나 소설, 문학쪽을 너무 좋아하기에..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언제 또 이런 행사를 볼 지 모르겠지만, 다시 제주를 찾았을 때도 이런 좋은 행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