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제주

보슬비가 내리는 날 찾았던 김녕해수욕장

꼬양 2010. 6. 24. 09:00

푸른 바닷물이 넘실대는, 철썩철썩 파도 소리가 들리는 해수욕장.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바다는 주로 물놀이를 위해 방문한다. 또는 연인과의 데이트, 혼자 방문한다면 고독을 즐기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특히나, 여름철의 해수욕장에 비가 내린다면, 물놀이도 하기에도 난감하고, 딱히 할 것도 없는 편이다.연인과 손을 잡고 간다면 분위기 잡고 걸을 수나 있지만 혼자 방문할 경우엔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어느 싯구처럼 "혼자는 아니다." 바다가 있다. 모래도 있고, 파도도 있다. 전혀 모르는 얼굴들이지만 사람도 있다.

어쨌든, 이 비 오는 날에 해수욕장을 찾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자연을 벗삼아 놀기라는 것.

 

맑은 날의 해수욕장과는 달리, 보슬보슬 비가 내리는 날의 해수욕장은 차분하다.

차분한 해수욕장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회선 버스를 타고 김녕해수욕장에서 내렸다. 늘 시외버스를 타면서 느끼지만 참으로 정겹다는 생각을 한다. 버스안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구수한 제주도 사투리로 가득 넘쳐나고, 버스는 꼬불꼬불 도로를 타고 제주시 동쪽으로 향한다.

 

얼마쯤 버스를 탔을까. 함덕을 지나, 동복을 넘어서자 김녕이다. 버스에서 내려 바닷가로 향했다.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잔잔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카메라를 품에 안고 모래사장을 거닐기 시작했다. 

 

 

 

수평선에는 구름이 가득하다.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은 있었다.  

고운 모래사장에는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는 것을 모래사장이 말해주고 있었다.

 

 

간간히 비옷을 입고 바다의 정취를 느끼는 사람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모래는 더할나위 없이 고왔다. 이렇게 하얗고 고운 모래는 정말 제주도 이곳에서 만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제주도라는 곳을 확연히 드러나게 하는 돌.

구멍이 숭숭난 검은 돌이 너무나도 친근하다. 어떤 이가 버리고 간 캔 역시 모래사장에 뒹굴고 있다. 휴지통에 버려주는 센스도 캔과 함께 해수욕장에 두고 간 것일까?

 

 

손을 꼭 잡고 걸어오는 연인. 우산을 쓰고 걷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부럽기도 했고. 흑.ㅡㅜ

 

 

 

 

 

바닷물은 모래사장에 흔적을 남겨놓았다. 바닷물의 결을 품에 안은 모래사장.

 

 

날씨가 좋지 않아도 여전히 물은 에메랄드 빛이다. 저 멀리 방파제도 보이고, 파도가 서서히 밀려들어오고... 빗방울도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너무나도 투명한..

소금기를 머금은 것 같지도 않은, 바로 마실 수 있을 것만 같은 깨끗한 바닷물.

 

 

 

보슬비가 내리는 날의 해수욕장을 사진을 찍다가 나중에는 아예 사진은 찍지도 않고 걷기만 했다. 차분하고 고요했던 해수욕장의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흘렀을까... 이제는 집으로 향할 시간.

서서히 김녕해수욕장을 뒤로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본다.

 

 

지나가는 차 한 대도 없는 도로는 마치 내 것인 것만 같고...

도로 역시 촉촉하다. 버스는 언제 올까 시계를 바라본다.

이곳의 단점 하나. 정류장에는 버스 시간표가 없다는 것. 기다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고할까?

맑은 날, 철푸덕 땅바닥에 앉아있으면 지나가는 차가 세워서 태워주겠다고도 말을 많이 하던데...

실제 탄 적은 없다. 혼자 여행은 많이 해봤지만서도, 히치하이킹에 대해선 약간 겁이 나기에.

 

 

도로 옆 풀을 바라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차 구경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20분 정도 버스를 기다렸을까... 마침 기다리던 버스가 왔다.

다시 제주시로 향하는 길. 혼자 하는 여행은 이래서 즐겁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버스가 늦게 오면 늦게 오는대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으니.

 

 

어릴 적에 많이 하던 장난. 유리창에 이름도 써보고.

 

 

창밖에는 비를 머금은 농촌의 풍경이 펼쳐진다.

 

보슬비가 내리는 날의 해수욕장은 한없이 차분하다.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의 마음도 덩달아 차분해진다.

더할나위 없이 고요한 바다, 물기를 머금은 모래사장은 유달리 고와보이고.

 

맑은 날, 사람들로 가득찬 해수욕장도 나름대로 멋이 있으나 비오는 날의 해수욕장도 운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사색을 즐기고자 한다면, 연인과 데이트를 하고 싶다면 비오는 날 바다를 찾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라면 자제할 것.

거센 파도를 보다보면., 세찬 바람에 머리가 흩날리고, 옷 매무새도 고칠 여력이 없어질 경우엔..

성격도 거칠어 질 수 있다는 것.

 

어쨌든...

이미 남부지방은 장마가 시작되었고, 조만간 우리나라는 장마전선의 영향권에 들게 될텐데...

보슬비가 내리는 날에는 해수욕장을 한번 찾아가보길 권하고 싶다.

평소와는 다른 해수욕장을 만날 수가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