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탐구생활/일상속에서 이런 일도, 생각도

다락방에서 발견한 10년 전 우정녹차

꼬양 2010. 7. 19. 07:30

일본의 후지산, 중국의 황산, 제주도의 서광다원 이렇게 세 곳은 세계 3대 녹차산지입니다. 이 중 제주도 녹차는 최고의 맛을 자랑하죠.  제주도 고향 집에서 10년 된 녹차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우정녹차. 마실 수 있는 녹차인걸까요? 10년이 지난 녹차의 값어치는 대체 얼마? 그 맛과 향은 어느 정도?

10년이 넘은 우정녹차는 어떤걸까요?

 

 

월은 흐르고 흘러 차는 더할나위 없이 숙성됩니다. 그리고 우정도 한없이 깊어만 갑니다.

우정과 차의 공통점은, 아마 향긋한 향이 난다는 거겠죠.

 

오래두고 가까이 사귄 벗을 뜻하는 친구. 추억은 머리 속에 섬들처럼 하나씩 떠 다닙니다. 그 섬 속에는 친구들이 살고 있죠. 가끔, 그 섬을 떠올리지만 실제 찾아가질 못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죠. 기억의 노를 저어 친구를 찾아가보고저하지만, 마음만 앞설뿐 입니다.

 

문득 잊고 살았던 한 친구를 떠올려봅니다. 바로 이 우정녹차 하나에 말입니다.

 

 

 

제주도에 내려갔을 때였습니다. 다락방에 뭔가를 꺼내려 올라갔었어요. 다락방에서 상자 하나가 눈에 띄어서 무심결에 열어봤습니다. 그 상자안에는 수백통의 편지들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의 편지들이 쌓여있었습니다. (초등학교때의 편지들은 이사를 한번 하면서 그때 다 폐기를 했습니다. 그때 왜 그랬는지 솔직히 지금 너무 후회가 됩니다. ㅠㅠ)

 

 

 

너와 나의 우정이 잘 조화된 우정녹차. 우정녹차는 다름아닌 편지였습니다.

 

 

어디서 온 편지였을까? 봉투 앞을 살펴봅니다.

아!! 내 소꿉친구!! 한달 차이로 태어나서 옆집에 살았던 친구였죠. 어렸을 때 같이 놀았고, 심지어 제 동생 옥이와 친구의 동생 란이도 동갑내기 친구였죠. 우린 자매였고, 거긴 남매였으니...

어쨌든, 네 명이서 잘 놀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학교갈 때 맨날 아침에 우리집에 와서 학교를 같이 갔고, 4학년이 되면서는 전 동생 손 잡고, 친구는 그 친구의 동생 손을 잡고 이렇게 넷이서 학교를 갔었죠.

 

그때 맨날 우리집에 왔던 친구 용전이는 절 맨날 기다렸어요. 생각해보니, 전 늦잠을 안 잤는데, 친구는 일찍 왔더랬죠. 그래서 전 신경질을 내곤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친구는 그냥 빙긋이 웃었던 것 같아요. 별다른 말 없이요. 그렇게 순했던 친구였었죠. 근데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때인가.. 그때 친구는 전학을 갔습니다. 연락처도 모르고... 다만, 할머니 댁이 집 근처니까 방학때 오겠다고 하고는 그 말만 남기고 갔죠.

 

 

 

 

근데, 정말 방학이 되니 오더군요. 방학이 되니 할머니댁에 오더니 늘 그렇듯 제 집 드나들 듯 우리집에 오더라구요. 반갑기도 했지만 그땐 좀 어색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친구는 할머니댁에 오는 것도 뜸해지더니...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중3 연합고사가 끝나고 그 친구가 다시 왔어요. 집 주소를 알더니 편지 쓰겠다고 하곤 슝~ 다시 전라도로 가더군요. 그렇게 해서 친구와 편지를 주고 받게 되었습니다.

 

 

정말... 우정만이 남아있던 친구였죠. 서슴없이 여친 이야기를 하니 말이죠.

난 이때 뭐했을까. 남친도 없이.... -_-;;

편지글을 보고 푸핫 웃었습니다. 하긴, 남자치고는 편지를 많이 쓰긴 했습니다. 무려 3장이나 썼으니....

그리고 이땐, 내가 답장 빨리 쓰라고 독촉한 건지... 친구의 편지 머리글을 보고 다시 또 웃었습니다.

꼬양의 급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 -_-;

 

 

 

 

여친 이야기를 하더니, 결론을 그렇더군요. 현재는 여친이 없다는 거.

10년이 지난 지금은 여친이 있을까요?

솔직히 이 친구, 공부는 잘하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근데 의외로 공부는 잘했죠. 과학고 떨어졌지만 외고로 가서 해군사관학교 진학을 했는데.. 그 이후는 모르겠네요.ㅠㅠ 다시 또 연락이 끊겼거든요.

럭비를 잘해서 해사에서도 럭비팀으로 활동을 했었는데.. 지금도 하려나-_-;

 

 

편지는 그런 것 같아요. 막상 펜을 들면 쓸 말이 없어지는...

하지만, 실제 만나면 무슨 할말이 그리도 많은지.

이때가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나? 물음표가 뜨더군요. 제주도는 비가 내렸고, 다른 지역은 아마도 눈이 내렸을거예요.

편지를 읽다보니.. 제가 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프로필을 적어보냈나봅니다. 맙소사!!!!

왜 그랬을까? 얼굴이 화끈화끈!!!!! 그 친구가 제 편지를 갖고 있다면 당장 달려가서 빼앗고 싶은 심정!

암튼.. 엉뚱한 것은 제주도 최고였어요.ㅠㅠ

 

 

힘든 기숙사 생활을 했던 친구, 제 편지가 이 친구에게 그나마 힘이 되어줬길 바래봅니다.

 

지난날 친구의 편지는 지금 저에게 웃음과 추억을 선사하는군요. 향수에 젖게 만드네요.

언제 다시 이 친구를 만날 날이 있을까요?

휴대폰은 결번인채로, 연락 닿을 길이 이젠 없는데...

이 친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과연 찾을 수나 있을런지...

 

 

웃음과 그리움, 애잔한 추억에 젖어봅니다.

이 친구와 함께 뛰어놀았던 운동장, 바닷가, 동네 골목길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다락방에서 찾아낸 우정녹차는 10년이 지나도 그 싱그러움, 풋풋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네요.

이 우정녹차의 값은 돈으로 따질 수 없을만큼 큰 가치를 갖고 있구요 향과 맛으로 따지자면... 세계 최고의 녹차 못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비록 진짜 마시지는 못하지만, 마음은 그 향과 맛을 기억하죠.

10년이 지났지만 앞으로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이 편지는 그대로 갖고 있으려 합니다. 그 때도 이 편지는 그대로일테니까요.

 

 

마지막으로...

바람이 있다면, 이 친구를 찾고 싶다는 것. 정말 찾을 수 있을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