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탐구생활/일상속에서 이런 일도, 생각도

여자는 너무 잘해주는 남자에게 쉽게 질린다?

꼬양 2010. 6. 29. 09:30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남자 후배가 있습니다.
원래 제주도에 사는 녀석인데, 친구 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다길래, 볼 기회가 이때밖에 없을 것 같아 같이 점심을 먹었죠. 1년에 한번 얼굴 볼까말까한 누나와 밥 한끼 먹겠다고 바득바득 우기면서 여의도로 오더군요. 제주도에 내려갔을 때 보려고 했드만.. 기어코 지하철 갈아타고 여의도로 오더군요.

 

 

 


어쨌든, 고2때부터 알았으니 10년이 되었네요. 10년 넘게 알아온, 그냥 아담하니 귀여운(?) 이 녀석에게도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아니, 있었었죠. 
밥을 먹는데, 후배의 왼손을 보니 반지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장난삼아 말했죠.


"야~~ 너, 반지 빼놓고 딴 여자 만나는거야? --한테 말해버린다~"

밥 먹던 이 녀석, 얼굴이 순간 싸해집니다. 묘한 분위기.. 말을 잘못했나 싶어서 잠시 주춤거렸죠.

 

"무슨... 일... 있어?"

밥을 한 숟갈 먹던 후배,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합니다.

 

"헤어졌어. 내가 질리대"

분위기는 엄청 냉각됩니다. 분명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논 건 분명한데, 남극의 추위도 이러지 않을걸요. 더불어 소란스러운 식당 안, 우리 테이블만 유독 조용했습니다. 후배는...

 

"나, 억울해. 여자는 다 그런거야?"

후배의 사연인즉슨...
한 여자에게 삘, 아니 feel이 오면, 그 여자만 바라보고, 그 여자밖에 생각안난다는 후배. 앉으나 서나 당신생각, 책을 펴도, 티비를 봐도 그 여자밖에 안 떠오른다는... 그에게도 그런 사랑이 찾아왔죠.
같은 과 여학생 --양.
한 석 달을 쫓아다녔을까요. 그의 지극정성에 감탄해, 마침내 둘은 사귀게 됩니다.
둘은 싸우지도 않고 잘 사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 둘에게도 위기 비슷한 무언가가 오죠.

후배는 학교를 다니다가 취직이 되어 직장을 다니게 되고, 여친은 계속 학교를 다니게 되는데요.

 

둘이 학교를 다닐때는 좋았으나 이제 떨어지게 되니, 남자 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법도 합니다.

그래서 후배는... 여친에게 엄청난 관심인지 걱정인지 모를 것들을 쏟아내기 시작하죠.

아침, 점심, 저녁으로 문자를 보내고, 밥은 먹었느냐, 뭐 먹었느냐 일일이 다 묻고.

쉬는 시간마다 전화를 하고, 수업은 잘 받았는지 확인하고.

점심시간, 점심 같이 먹자면서 학교로 오고, 수업이 끝나면 학교로 여친 모시러 오고. 여친이 술 마시고 데리러 오라면 새벽 세시라도 차끌고 데리러 가고....

시험기간에는 여친 배고플까봐 손수 도시락까지 싸다 대령하는 정성까지! 그리고 그 후배는 --양과 사귀는 날부터 휴대폰의 모든 여자 이름을 지웠죠. 그에게 남은 여자는 오로지 그녀뿐이었는데요...

둘은 떨어져도 잘 사귀는 듯 싶다가.. 서서히 여친이 후배를 멀리 하기 시작합니다. 문자 답문 오는 속도로 느려지고, 전화를 안 받는 것도 많아지고, 애교 가득한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심드렁한 목소리로 바뀌고... 전혀 싸우지 않을것만 같은 이 커플은 다툼이 잦아지고...

 

결국엔... 여친의 입에서 이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우리 헤어져"

 

헤어지자는 말에 납득을 못한 후배는 왜 헤어져야 하는지 이유를 물었죠. 여자의 대답.

 

"니가 부담스러워. 질리다구!"

 

 

다시 식사시간으로 돌아와서... 후배는 정말 나에게 따지듯이 말했습니다.

 

"여자들은 다 그래? 잘해주면 빨리 질리는거야? 오히려 못 해줘야 하는거야? 관심도 가져주지 말고 그래야 하는거야?"

 

(이때 성격상... 이렇게 말하고 싶었죠. "내가 니 여친이냐. 왜 나한테 따지는거야!")

 

그래도 꾹 참고... 전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알기 어려운 게 뭔지 아니? 여자 마음이야. 여자인 나도 여자의 마음을 모르겠는데 넌 오죽하겠냐. 그리고 모든 여자가 걔 같지는 않아. 여자애가 빨리 질리는 성격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랑도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안 좋은거고. 다만 이런건 알겠더라. 뭐든 적당히 해야한다는 거. 과유불급이라는 말 있잖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후배.

 

"잘 안해주면, 안해준다고 뭐라고 하잖아. 여자는! 잘해줘도 질리다고 하고. 대체 어떤 장단에 맞춰 춤을 추라는거야."

"남자는 안 그렇냐...? -_-"

 

정말... 후배는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죠.

 

"어렵다. 정말.... 암만 생각해도... 여자는 외계인임에 틀림없어.. 암..."

"그럼 넌 외계인 아들이다! 이 녀석아! 밥이나 먹어!!"

 

 

소리를 버럭질렀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더군요.

사람은 사랑을 하면서 마음이 큰다지만... 그래도... 후배 마음이 많이 다친거 같아서요. 

넌 멋지고 착하고 성실하기에 곧 좋은 여자 만날거라는 말을 해줬습니다.. 후배에게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후배의 이야기를 통해서 하나의 무언가를 얻습니다.

 

연인간에 있어서...

가장 좋은 건 서로가 잘해야된다는 거겠죠.

어느 한쪽으로 기울여지는 사랑이 아닌...

그리고...

가끔 자신이 너무 일방적으로 다가가고 있진 않은지, 부담되지 않은지.

상대방에게도 물어봐주기. 그러면 상대방은 솔직하게 대답해주기.

 

 

진작부터 이 커플이 이렇게 의사소통을 했더라면.. 서로가 속 시원하게 툭터놓고 얘기를 했다면 상황은 좀 달라졌을거라 생각도 들더라구요. 여자는 남자를 피하기 급급했고, 남자는 피하는 여자가 자신때문이라 생각하고 더 잘해주려고 하다보니 어긋날 수 밖에요.

 

 

근데... 이거 하나 억울하더군요.

잘해주는 남자에게 질리지 않는 여자도 있는데. -_-;

누구? 나....ㅋㅋㅋ (정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