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화폭 속 모란꽃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 조선시대 모란도 10폭병풍 공개

꼬양 2010. 5. 6. 09:00

 장미와 달리 소담스럽고 여유와 품위까지 갖춘 꽃 모란.

때문에 동양에서 꽃 중의 꽃, 화왕, 부귀화 등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관상용 또는 그림 소재가 되었다. 나는 모란하면 설총의 화왕계를 떠올렸는데, 즉 7세기 그 때부터 이미 꽃 중의 꽃으로 모란은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또한 고려시대 공예품에도 모란문양이 사용되는 등 예술품의 소재로 많이 사랑받았는데...

나 역시, 고려청자의 모란문양을 상당히 좋아한다.

 

날씨가 자꾸 뒷걸음질 쳤다, 앞걸음질 했다 왔다갔다 하더라도 봄은 봄이다.

봄의 대표적인 꽃 모란도를 보러, 아니 화폭속에 담긴 모란도를 보러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중앙박물관의 미술관 2층 회화실에서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조선시대 모란도 10폭 병풍이 90년만에 드디어 외출을 나온 것이다. 

 

 

 

 

조선시대의 모란도는 어떨까? 조선시대의 모란도는 새와 어우러지게 그린 모란도와 모란 단독 또는 괴석을 연속적으로 그린 모란도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조선 초중기에는 모란이 새와 풀과 함께 어우러지는 형식으로 나타나고 후기에는 모란의 풍성함이 커지고 채색 모란도와 먹으로만 그린 묵모란도로 다채롭게 그려진다. 그리고 조선말기에는 모란만 단독으로 그려진 모란도가 유행했다.

 

 

 

이건 4폭 병풍이다.  모란 또는 모란과 괴석을 그린 모란도는 주로 병풍 형태로 제작되었다. 거의 같은 모양의 모란이 4폭에서 10폭에 그려진 형태로 전한다. 모란 병풍은 조선시대 왕실에서의 종묘제례, 흉례, 가례 등의 주요 궁중의례에 사용되었다. 특히 궁중에서는 모란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었던 부귀영화의 의미를 넘어 국태민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상징으로까지 여겼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10폭 병풍. 1921년 처음 박물관에 들어와 반년간의 보존처리를 거쳐 첫 선을 보이는 모란도 병풍이다. 병풍을 펼쳤을 때 가로의 길이가 거의 6미터, 높이가 약 2미터로 큰 크기로 제작 당시의 병풍틀과 장황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모란도의 전개 과정 및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아까 위에서 언급했던 묵모란이다. 허모란이라는 별명이 있을만큼 모란도를 많이 그렸다는 허련의 작품이다. 소치묵묘에 있는 8폭의 모란도 중 하나라고 한다. 먹의 농도를 다양하게 쓰고, 먹이 번지는 발묵효과를 이용하여 모란을 활달하게 그린 허련의 모란도 중의 수작이라고 한다. 짙게 채색을 한 모란도 매력적이지만은 무채색의 매력이 느껴지는, 오히려 먹의 농도와 번지는 효과를 통해 모란이 더 풍성해보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묵모란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조선 중기의 모란도. 괴석과 새, 여러가지 꽃과 풀이 어우러진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연분홍색의 모란꽃은 꽃잎 안쪽으로는 짙은 분홍으로 변화를 주어 섬세하게 표현되었고, 그림속의 새와 괴석 등이 정말 정교하게 표현되었다.

 

 

 

조선 말기, 남나비란 별명을 얻을 만큼 나비를 잘 그렸던 화가, 남계우의 작품이다. 남계우는 나비와 모란을 조합한 화접도를 여러 점 남겼다고 한다. 세로로 좁고 긴 화면에 흰색과 짙은 붉은색의 모란을 향해 날아드는 나비를 그렸다. 모란을 매우 풍성하게 묘사를 했고, 채색을 진하게 해서 강렬한 느낌도 주고 있다. 그리고 나비가 실제로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 남나비란 별명이 붙을 만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 밖에 심사정, 강세황, 이한철 등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모란도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작가들의 개성이 모란도에 반영되고 있는데....

 

화폭에서 모란꽃 향기가 퍼져오르는 것만 같았던 전시회. 전시회 이름처럼 방안가득 꽃향기가 퍼지는 것만 같았다.

 

모란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시. 김영량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가 있지만,

아마 조선시대 모란도와 어울리는 시는 이규보의 모란시가 아닌가 싶다.

 

 

해를 거듭 길러낸 빛깔 짙은 모란화야 

대견해라 한 길 넘어 난간에 가지런하네

나라에 제일가는 미인 불러 서로 겨뤄볼거나 

꽃가지 누웠어도 아리따운 자태 남아있네  

 

 

어느 덧 5월이 성큼 다가와버렸고, 곧 봄과도 이별을 고해야하는데... 봄과 작별하기전에 화폭 속 모란도의 아름다움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 이미 다른 봄꽃은 졌으나, 모란도의 모란은 지지 않았으니...

모란도의 화폭속에서 조선시대 봄의 향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음직하다.

 

 

 

 

전시회정보

조선시대 모란도 10폭 병풍, 90년 만의 특별공개
특별공개전 “방 안 가득 꽃향기"

 

ㅇ전시기간 : 2010년 4월 6일(화) ~ 6월 20일(일)
ㅇ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회화실
ㅇ전시내용 : 특별공개 10폭 대형 모란병풍 등 조선시대 모란도 1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