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보물들이 숨쉬는 곳,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를 다녀오다.

꼬양 2010. 5. 5. 09:30

보물상자, 보물창고.

어릴 적, 기억을 주섬주섬 찾아 머리속에 떠올리면 책상 서랍이 제일 생각난다. 뭘 그렇게 소중한 걸 숨겨놓냐고 괜히 엄마와 동생에게 타박만 받았던, 나만의 보물상자, 보물창고였던 서랍.

자물쇠를 꼭꼭 채워놓고, 누가 볼새라 조심조심 소중히 관리했었던 책상서랍.

그 안에는 공기돌, 일기장, 쪽지, 100원짜리 뽑기로 얻었던 꽃달린 반지, 만화책 별책부록까지 고스란히 담아뒀었는데.  어릴 적, 그 때 그 시절, 나에게는 책상서랍이 보물창고였다. 

 

아시아 1위, 세계 10위의 기염을 달성한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의 역사, 유물, 문화를 한 곳에 모아놓은 곳이기도 한데.

나의 책상서랍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 수많은 세월, 역사를 머금은, 박물관의 보물창고라 할 수 있는 곳. 

국보, 보물들이 숨쉬고 있는 곳. 수백년, 수천년의 세월을 안고 잠을 자고 있는 유물들로 가득한 곳은?

바로 수장고다.

박물관의 소장유물을 보관하는 곳이지만 외부의 전시관보다도 심혈을 기울여서 관리해야하는 곳이기에 철저한 보안, 통제, 관리가 이뤄지는 장소기도 하다.

외부인 출입은 당연히 엄격하게 통제하지만, 내부인, 즉 직원들까지도 철저하게 관리하는 곳이 바로 박물관의 수장고인 것이다.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수장고 출입

국립중앙박물관 직원이라고 해도 이곳을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500명의 직원 중 오직 16명만 출입이 가능한 곳.

그런 곳을 가다니..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다니.... 일생동안 한번 가볼까말까 한 곳을 가게 되니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설레임과 기쁨에 잠을 설치기도 했었다.

그 설렘도 설렘이거나와 무엇보다도 나를 긴장시켰던 것은, 꼼꼼한 수장고 관리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은행금고, 아니 영화보다도 영화같은 보안이었다.

 

수장고를 가기 위해서는 철문을 여러 개 통과해야한다. 먼저 중앙박물관 사무동 건물에서 철문을 통해 들어가는데,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높다란 천장과 흰색 통로. 그 통로는 유물들이 오가는 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007 작전을 방불케하는 7중 보안이 시작된다.

출입카드에 열쇠, 지문인식까지. 그리고 모든 직원들은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고.

마치 영화속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정말 이보다 더 영화같을 수 없다!라는 표현으로 수장고 보안을 말할 수 있겠다. 은행 금고안을 들어가보지 못해서 은행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은행도 이럴까란 생각을 해본다.

 

 

몇 미터일까? 내 위에 내가 또 서 있어야 머리가 닿을 것 같은, 3미터는 족히 될 것 같은 높다란 천장을 보고 있으니 여긴 지하 몇 층일까란 의문도 들었고. 

좌우로 놓여진 진열장을 보며 길다란 복도를 걷다보면 은행 금고 같은 문이 반긴다.

바로 수장고 정문이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양 옆으로 다양한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수장고가 펼쳐진다.

 

 

 우아한 백조가 사실은 물 속에서 엄청난 발짓을 해야 하듯, 마찬가지로 박물관 전시실에 유물이 선보이기 위해서는 많은 작업들이 이 지하 수장고에서 이뤄진다. 도록촬영을 등을 비롯하여 많은 작업들이.

 

 

 

신기한 수장고,

다양한 유물들이 숨쉬다.

수장고는 항상 같은 온도와 습도가 유지된다. 센서를 통해 공기질이 측정되고, 유지가 되며, 이상있으면 중앙감시실로 신고되고 유물관리부로 연락이 온다는데, 놀라울 뿐이다.

 

유물관리부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도자기와 회화 수장고를 들어갔다.

진열장에는 국보에서 보물까지 다양한 유물들이 쉬고 있었다. 이 유물들은 나름의 이름표를 달고 있었는데, 유물카드 또는 umpc 프로그램을 통해 입력하면 명칭, 사이즈, 출입 이력사항 등을 다 알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국보, 보물들은 이렇게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간간히 깨진 도자기들도 보였는데, 복원이 되는 것도 있고, 안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물론, 전부다 복원이 되면 좋겠지만, 그 파편들 역시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고, 그것을 통해 성분 분석 등을 하니 파편도 파편대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요즘들어 우리나라에도 지진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데.. 만약 지진이 일어나면 이 유물들은 어찌 되는걸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그렇게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는 내진설계로 만들어졌고, 만약 지진이 일어난다고 해서 건물의 판이 3개로 이뤄졌기에 이 3개의 판이 각각 움직여서 수평을 유지하며 강도 7까지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진열장도 예사롭지 않아 보였는데.... 역시나 직결, 미송으로 만든 진열장이었다. 나무 자체가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만약 정전이 되어, 항온항습 센서가 꺼져도 한달간 같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 놀라운 것 투성이의 수장고.

 

도자기 수장고를 둘러보고 찾은 곳은 회화수장고였다. 도자기 수장고도 놀라웠지만 회화 수장고가 더 인상깊었다. 족자, 병풍 등 회화를 보관하는 서화수장고는 벽,바닥, 천장까지 나무로 돼 있었다. 또한, 회화 수장고는 들어갈 때부터 공기의 느낌도 달랐다. 다른 수장고들과 달리 회화 수장고는 55%의 습도와 20~25도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사방이 나무였던 이윤 바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회화는 다른 유물들보다 더 민감하기에 아기처럼 다룰 수 밖에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다른 수장고들도 그렇지만 회화 수장고 역시, 유물 특성에 맞게 장에 유물을 보관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관되고 있을까란 궁금증이 이는 것도 당연한 것.

오동나무 장을 열어보면,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림들은 오동나무 상자 안에 한지로 돌돌 말려서 보관돼 있었다.

특히 회화의 경우에는 폈다 말았다 할 경우 손상이 되기도 하고, 안료도 묻어날 수 있기에 그림을 펼때도 조심조심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회화전시가 자주 될 수 없는 이유는, 손상이 쉽게 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이 시대의 관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자자손손에게 물려줘야 하기때문이다. 우리만 보고 끝낼 것이 아니라 후대에도 쭉, 이어져야 하기에.

 

우리나라의 국보, 보물들이 숨쉬는 곳.

역사를 머금은 유물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어서 너무나도 뿌듯했다.

오늘도 역사의 흔적들은 여전히 중앙박물관 지하 수장고의 오동나무 장 속에서 아늑한 언제 세상에 빛을 볼까 포근한 잠을 자고 있다.

 

 

 

 

 

 

 

 

 

 

 

 

 

 

 

 

△ 보존실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중앙박물관 명예기자들.

꼬양, 왼쪽에서 세번째.  신기해서 "우왕~"이러고 있는 표정입니다. (대놓고 얼굴 공개-_-;)

 

 

※ 사진제공 : 국립중앙박물관